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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근 발사를 공언해온 장거리발사체의 정체에 대해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각각 다른 판단을 내놨다.

 

우리 정부는 '대포동2호' 미사일, 북한은 인공위성 '광명성 2호'라고 주장해 온 북한의 발사체를 미국은 '우주발사체'(space-launch vehicle)라고 규정했다.

 

데니스 블레어 미국 국가정보국(NI) 국장은 10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이 발사하려는 것은 우주발사체"라면서 "나는 북한이 우주발사(space launch)를 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믿으려 한다. 내가 틀릴 수도 있지만, 그것이 내 판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발사체를 '우주발사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미 행정부 인사 중 블레어 국장이 처음으로, 미국정부가 '인공위성'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미 "북한 발사체에 대해 보수신문들은 '대포동2'라고 해왔는데, 이제는 광명성2호라고 써야 되겠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국가정보국은 9·11 테러 이후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국가안전보장국(NSA), 국방정보국(DIA), 국가정찰처(NRO) 등 15개 정보기관을 총괄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다.

 

블레어 국장은 "이 기술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과 구분이 되지 않으며, 3단계 위성발사체가 성공하면 알래스카와 하와이뿐만 아니라 하와이와 알래스카 주민들이 말하는 본토의 일부까지 도달할 수 있다"며 우려도 함께 표시했다.

 

'우주발사체' 규정,  요격 부담 피하려는 의도인 듯

 

블레어 국장이 이같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북한 발사체에 대한 요격 부담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 안보문제 전문가는 "미국이 기술적으로도 성공가능성이 낮은, 북한 발사체에 대한 요격 부담을 덜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티머시 키팅 미 태평양군 사령관이 지난 달 말에 "(북한 발사체가) 만약 인공위성이 아닌 다른 물체로 보인다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요격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열린 한국과 미국의 안보관계자 회의에서 실제 요격방침을 묻는 질문에 미국측은 "실제 요격 여부는 미사일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과 미사일이라고 해도 미국을 향한 것인지 등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할 문제"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에 비해 블레어 국장은 단지 북한이 우주발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는 단순 팩트를 밝힌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외교안보전문지 <디앤디포커스>의 김종대 편집장은 "탄두를 실어 폭파하는 것도 아니고 북한의 경제력상 인공위성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원래부터 가장 정확한 표현은 '우주발사체 실험'이었다"면서 "발사체 실험이 성공하면 그 다음에 미사일로도 또는 인공위성으로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미사일이냐 인공위성이냐는 논쟁은 정치적 논란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미간의 가장 큰 문제는 정보판단 불일치의 증가"

 

그러나 이날 블레어 국장의 발언은 발사체의 정체에 대한 미국의 시각을 공개했다는 점과 함께, 중요 안보 현안에 대한 한미간의 정보판단 불일치가 노출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우리 정부가 '미사일'이라고 규정한 데 비해, 미국은 공개적으로 '인공위성' 가능성을 수용하는 '우주발사체'라는 시각을 내놨기 때문이다. 지난 달 24일 이상희 국방 장관은 국회 답변에서 "북한이 위성이라고 주장하지만 우리는 미사일 발사를 한다고 생각하고 추적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김종대 편집장은 "최근 안보문제와 관련해 한미간의 가장 큰 문제는 정보(판단) 불일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인데, 이번 북한 발사체에 대한 성격 규정도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다른 안보문제 전문가도 "북한의 발사체 문제 등에 대해 미국은 북한을 달래려고 하고 우리는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런 가운데 한미간에 엇박자가 많아지면서 우리 정부가 곤혹스런 상황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의 <아사히> 신문이 지난 6일자에 "북한이 주장하는 인공위성 발사 움직임과 관련, 실제로 발사됐을 경우의 대응에 있어 한국이 주변국 가운데 가장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실제 발사후 대응과 관련해 미국과 일본이 '유엔안보리 결의 1718'의 재확인 등을 기본선으로 생각하고 있는 데 비해 한국은 '한층 더 엄중한 제재조치를 새로 부과하는 결의'를 촉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방백서 "북한군 심각한 위협"... 미 국방정보국장 "대규모 작전 못해"

 

사례는 또 있다. 북한군의 전력에 대한 판단 부분이다. 지난 20일 발간된 <국방백서>에서 우리 정부는 '북한 육군 전차 3900대:남한 2300대, 북한 해군 전투함정 420척:남한 120척, 북한 공군 전투기 840대:남한 490대'라는 '단순수량 비교방식'으로 남북한 군사력을 비교했다.

 

또 북한이 최근 2년간 특수전 병력을 6만여명 늘리고 사거리 3천km의 신형 중거리미사일(IRBM)을 실전 배치했으며, 북한이 기습남침을 위해 지상군 전력의 70%를 평양~원산 이남에 배치했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종합적으로는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핵,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증강, 군사력의 전방 배치 등은 우리 안보에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라고 정리했다.

 

그러나 블레어 국가정보국 국장과 함께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나온 마이클 메이플스 미 국방부 정보국(DIA)국장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강조하는 것은 남한에 대한 군사적인 열세를 만회하려는 의도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북한이 대규모 병력을 전진배치하고 있지만, 장비 부실과 훈련부족으로 남한을 상대로 대규모 군사작전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상태이고, 이런 한계 때문에 북한은 주권을 보장받고 기술적 우위에 있는 상대에 대한 억지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핵 능력과 탄도미사일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북한이 군 전력에서 남한에 밀리고 있기 때문에, 핵개발 등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종대 편집장은 "우리 국방부가 자신의 입맛대로 군전력을 비교평가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라면서 "이같은 한미간의 인식차는 이후 군사력 운용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모습들은 이명박 정부와 정치적 성격이 다른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블레어 국장 등의 이날 발언은 부시 행정부 때 같았으면 나오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태그:#광명성2호, #대포동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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