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기자회견장 입구에 붙여진 여성영화제 로고
▲ 올해 여성영화제의 로고! 기자회견장 입구에 붙여진 여성영화제 로고
ⓒ 조재환

관련사진보기


아쉽게 놓친 자원봉사의 기회, 홍보단으로 만회하다

지난 2월, 토론토에서 있을 무렵 사촌누나에게서 연락이 왔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홍보단에 같이 지원하자는 것. 좋은 제안이었다. 예전 <모닝와이드> 취재 때문에 이 영화제 자원봉사자 2차면접의 기회를 놓쳐 후회하던 때였기 때문이다. 또다른 좋은 기회를 얻은 셈이다.

그 후, 홍보단 1차 서류심사를 통과하고 면접을 거쳐 최종합격했다. 군입대 하기전 사촌누나와 같이 일할 수 있다는 기쁨이 컸다. 지난 4일 홍보단 전체 모임을 홍대 민들레영토에서 가졌다. 때마침 서로의 얼굴을 익힐 때 새로운 소식이 들렸다. 10일에 기자회견이 잡혔다는 통보다.

시간이 오전에 잡혀 재학생에게 불리한 시간이다. 그러나 곧 군대에 가는 나로서는 좋은 시간이다. 또 여성영화제의 특징을 제대로 알고 싶었다. 그래서 망설임없이 기자회견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자원봉사처럼 여성영화제 기자회견 준비도 도우면서 취재도 할 수 있었던 9일, 현장의 모습을 담아봤다.

11시 기자회견 잡혀, 관계자들은 9시까지 집합

오는 4월 9일부터 16일까지 열리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사전에 프로그램 기획안에 대한 기자회견은 명동 신세계백화점 문화홀에서 10일 오전 11시에 잡혔다. 한시간동안의 기자회견 진행후, 커튼콜 상영회로 영화 <하트브레이크 호텔>이 상영되는 자리였다.

11시에 시작이라 관계자인 우리도 11시까지 오는 줄 알았다. 그 자리에 참석해서 기자회견의 모습만 지키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 예상은 큰 착각이었다. 행사장 내 세팅을 위해 오전 9시까지 도착하라는 것이다. 오전 9시까지 도착하라는 것은 관계자 모두에게 고역이었다. 자원봉사자나 홍보단은 잠을 푹 잘 수 있지만, 직원들은 며칠동안 밤을 새운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8시 반에 도착한 나, 이때까지는 아무도 없었다. 게다가 신세계백화점 개장시간 전이라 한산했다. 주변은 고객대신 직원들이 가득찼다. 늦었다는 불안감에 헐레벌떡 뛰는 직원도 보였다. 그들에 비해 난 너무 지겹게 관계자들을 기다렸다.

때마침 홍보팀 관계자가 도착했고, 9시가 가까워지자 관계자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대부분 추위와 고된 업무로 지친 표정. 하지만 기자회견을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이 이들의 머리에 가득찼다.

사은품 준비부터 음료수 배치까지... 산 넘어 산

포스터 설치를 위해 영화제 관계자들이 모였다
▲ 포스터 잘 붙여졌나? 포스터 설치를 위해 영화제 관계자들이 모였다
ⓒ 조재환

관련사진보기


기자회견장소인 신세계 문화홀은 규모가 컸다. 200여석의 좌석과 넓은 무대 그리고 최신식 음향시설이 갖춰진 곳이다. 이곳을 기자회견장으로 만들기 위해 준비할 작업은 무엇일까? 우선 책상들을 옮기는 일, 영화제 기자회견 현수막을 걸어야 할 용도로 쓰인다.

이번 영화제 기자회견을 준비했던 관계자들은 대다수 여성이었다. 남자는 거의 나 혼자 밖에 없었다. 그래서 무거운 짐을 옮기기 위해 여러 작업을 도맡았다. 책상설치작업이 끝나면 바로 음료수 배치에 들어간다. 영화제 후원사인 모 커피브랜드가 커피포트 2대를 보냈고, 물, 보리차, 쥬스 등이 준비됐다. 특히 커피포트는 자칫하면 부상당할 위험이 생길 수 있어 여러사람의 손을 거쳐 설치됐다.

음료수설치가 끝나면 가장 중요한 작업이 있다. 바로 사은품 준비다. 영화제는 항상 많은 후원사가 따른다. 이 후원사들은 홍보를 위해 영화제 기자회견에 다양한 상품을 준비했다. 후원사 중 하나인 모 화장품회사는 자사 화장품을 제공했고 모 인터넷사이트는 수첩과 펜을 준비했다. 이 모든 것들을 기자들에게 제공하려면 쇼핑백을 활용해야 한다.

관계자들은 이점을 중요시 여긴다. 그래서 서의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 상품집합에 애쓴다. 나도 이 자리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화장품회사에서 추가로 나눠준 박스로 화장품을 집어넣었다. 거의 '가내수공업'과 마찬가지. 여러사람이 합치지 않으면 '무리'로 끝날 일이다.

영화제 기자회견장 테이블 설치중인 관계자들
▲ 어디, 설치가 잘됐나요? 영화제 기자회견장 테이블 설치중인 관계자들
ⓒ 조재환

관련사진보기


본격적인 기자회견 시작, 기자들의 의지 부족 아쉬워 

맨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혜경 집행위원장, 변재란 부집행위원장

손희정 프로그래머, 권은선 수석프로그래머
▲ 영화제 기자회견 발표자들 맨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혜경 집행위원장, 변재란 부집행위원장 손희정 프로그래머, 권은선 수석프로그래머
ⓒ 조재환

관련사진보기


2시간여동안의 준비를 끝내고 기자회견이 시작됐다. 이날 기자회견은 이혜경 집행위원장, 변재란 부집행위원장, 권은선 수석프로그래머, 손희정 프로그래머가 참석했다. 사회자는 서소은희 사무국장. 이 날 기자회견의 성격은 영화제 개최 배경과 프로그램 소개에 집중됐다.

이혜경 집행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마음으로 영화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요즘 한국경제가 어렵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속에서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했습니다. 규모는 축소됐습니다. 예산규모도 축소됐구요. 그러나 열과 성의를 다해 준비했습니다. 우리는 한 작품, 그리고 관객과 관계자 모두를 성심성의껏 챙겨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이 집행위원장은 또 "이 영화제가 문화관광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홍보면에서 부족하다는 점을 항상 느꼈다"며 "기자여러분들이 많이 도와주시길 당부드린다" 고 부탁했다.

이혜경 집행위원장의 인사말이 끝난 후, 기자회견은 전체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구성으로 짜여졌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땠을까? 이혜경 집행위원장의 인사말은 기자들에게 의미는 컸지만, 나머지 프로그램 설명부분에서 지루한 분위기였다. 한 사진기자는, 자신이 원하는 유명인사가 안나온 듯, "10장만 찍고 그냥 가지 뭐"하며 동료기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또다른 사진기자도 자신이 원하는 취재장소가 아닌듯 소량의 사진을 촬영하고 중도 퇴장했다.

영화제 관계자들과 기자들
▲ 진지한 영화제 기자회견장 영화제 관계자들과 기자들
ⓒ 조재환

관련사진보기


이렇게 취재의지가 없는 기자들이 있는 반면, 끝까지 남은 기자들은 기자회견 발표자들의 말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질의응답 시간이 발표보다 짧았다. 원인은 바로 너무 자세한 프로그램 설명이다. 경향신문 기자가 구체적인 예산축소규모를 물어본 것 이외에는 아무 질문이 없었다. 홍보단의 일원으로서 또 여러 매체의 기자로 활동중인 나로서는 안타까운 모습들이었다.

2시간동안의 준비과정, 또 1시간의 기자회견이 끝났다. 3시간의 시간은 긴 시간이지만 영화제 관계자 중 한사람인 나에게는 짧았다. 모든 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느낌이다. 홍보단은 영화제 개최 당일인 다음달 9일까지 어떤 방법으로 영화제를 사전 홍보할지 고민한다. 또 본 영화제 기간에는 데일리 뉴스지를 만들어 현장에 배포하는 업무를 맡는다.

영화제 홍보단으로서 첫 활동을 끝난 지금, 자원봉사의 일을 하며 지난날의 아쉬움을 풀고 뿌듯함까지 얻었다. 그러나 기자들의 취재의지 부족에 실망감을 느꼈다. 이는 보다 더 영화제를 널리 알려야 한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SBSU포터, 네이버블로그, 캠퍼스라이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서울국제여성영화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