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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방송 홈페이지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의 상품안내. 복잡하다. 게다가 설치비와 장비임대료는 포함되어 있지 않으니 신청했다가 기분나쁠일이 생길 수도 있다.
위성방송 홈페이지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의 상품안내. 복잡하다. 게다가 설치비와 장비임대료는 포함되어 있지 않으니 신청했다가 기분나쁠일이 생길 수도 있다. ⓒ 임준연

상용 서비스의 불안은 불편과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집안싸움까지 불러올 수 있다. 이 말에 동의 하시는가. 뭐 이런 거창한 말까지 내세워가며 이야기 하는가 하겠지만 우리는 이런 말이 꼭 필요하다.

이곳 산골 오지마을은 전혀 TV전파가 잡히지 않는다. 이곳에서 현재 TV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스카이라이프'나 중소'위성방송' 그리고 '메가TV '다. 케이블이나 sk 브로드밴드, my lgtv는 애초에 불가능하다. 2006년 초 처음 들어와서 전기요금을 내다가 우연히, 아주 우연히 발견한 TV수신료. 아니 나는 위성방송을 보고 있는데, 이건 뭔가. 해서 조사해보니 이곳엔 안테나로 TV를 수신할 수 없는 지역이었다. 과거 냈던 수신료까지 환불받고 나서 위성방송도 해지했다. 혼자 사는데 별로 보지도 않아서였다. 스카이라이프는 해지가 무척 어려웠다. 계약 시 약정 없이 해야 하는데 대부분 약정을 하는 경우여서 해지 시 낯선 항목의 위약금이 등장하는 경우가 있다. 여하튼 마을 간사하면서 두세 명의 해지를 진행하는데 아주 애를 먹어서 그쪽은 쳐다도 안보고 있는 실정이다.

2007년, 아내가 들어오고, 새 생명이 태어나서 세 식구가 됐다.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은? 인터넷과 핸드폰이었다. KT 회선만 들어오는 이곳은 KT가 통신서비스를 독점한다. TV프로그램도 인터넷으로 다시보기 서비스에 비싼 비용을 지불해가면서 보았다. 월세 살 때 그 집 주인명의를 빌려서 하다가 작년에 독립하여 처음으로 내 명의의 전화를 설치했다. 인터넷, 핸드폰, 집전화. KT에서는 메가TV를 보라고 권했다. 6개월 무료로 넣어준다고 했다. 6개월 보고도 위약금 없이 해지가 자유롭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사용 3개월째, 전화가 왔다. 경기지역번호였다. 메가TV라이브(IPTV)를 보라고 한다. 1개월 무료로 볼 수 있으니 한번 보시고 맘에 안 들면 해지하란다. 나는 물었다. 지금 메가TV VOD서비스를 무료로 받고 있는데 라이브 보다 해지하면 무료서비스 연장이 되느냐고, 그 상담원 처음에 못 알아 들은 건지 아니면 자기 이야기만 들어달라는 건지 내가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돌려서 해댔다. 결국 결론은 '안 될 것 같다'였다. 전화는 끊어졌다. 그것이 나와 실시간 TV와의 첫 인연.

그러고 나서 며칠 후 2월 달 납부고지서가 우편으로 왔다. 내역서를 꼼꼼히 보았다. 뭔가 이상했다. 지난달 것이랑 비교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료기간인데 고스란히 부과가 되어 있었다. 지역 KT지사에 전화했다. 두세 명 통화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에는 전주 쪽의 대리점인 듯싶은데서 전화가 와서 죄송하다고 했다. 쿠폰을 넣어드려야 하는데 자기들 실수로 누락이 되었다고 했다. 통화는 옆집아주머니와 채무관계를 이야기 나눌 때와 비슷한 분위기였다. 기 지불된 비용과 앞으로 2달치 비용을 입금해 주겠다고 했다.

그러세요. 하고 돌아서니 그래도 이상했다. 내역에는 분명히 10,000원의 기본료로 되어 있는데 그 곳에서는 8,000원으로 계산 했다. 나는 다시 전화해서 내역을 확인해 줄 것을 요구했다. 자신들은 내역할인 권한이 없다고 했다. 다시 지사로 전화했다. 담당이 설명하는데 할인 내역을 자세히 보면 '지나치게 많이' 할인금액이 되어 있는 것이 그에 해당분이라는 설명이었다. 정확히 계산은 해 보지 않았지만, 요는 맞는 듯 했다. 왜 항목을 임의로 설정해서 이벤트를 진행하는지 알 수 없었다. 소비자가 헛갈리게 해서 이익을 보려는 심산인가?

그러면서 그 상담원은 인터넷전화와 메가TV라이브를 신청하라고 했다. 나는 일단은 미루었다. 여태 불만접수하다가 느닷없는 상품가입권유라니 상술이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상품안내 홈페이지 현재 IPTV의 선두주자(10만명가입자로 알려져 있다)인 메가티브이라이브의 이벤트페이지. 아주 당연한 이야기지만 서비스가 불안정하다는 경고 내용은 전혀 없다.
상품안내 홈페이지현재 IPTV의 선두주자(10만명가입자로 알려져 있다)인 메가티브이라이브의 이벤트페이지. 아주 당연한 이야기지만 서비스가 불안정하다는 경고 내용은 전혀 없다. ⓒ 임준연

여기 두메산골마을은 은총 받은 곳이다. 라이브가 가능하려면 그만큼의 속도가 나와야 하는데 이곳은 충분하다는 것. 어차피 무료기간은 끝난 상태에서 보든지, 해지하던지 결정해야 했는데 고민을 했다. 아내와 이야기하니 아내는 보자는 눈치다. 고립된 곳에서 그 정도의 낙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것. 그러마. 전화해서 신청했다. 묶음으로 하면 싸지고, 3년 약정하면 더 싸다고 해서 그리 신청했다.

와~우. 환상적이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밝은 얼굴의 아내와 아들이 나를 맞았고, 우리는 둘러앉아서 여유 있게 뉴스데스크를 시청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결혼하고 처음 있는 일이었다. 뉴스를 본다는 것이 이리 기쁜 일인 줄 처음 알았다. 3일간 잘 봤다. 행복은 3일로 끝이 났다.

토요일 오후. 셋톱박스가 BOOT상태에서 더 이상 돌지 않는다. 몇 번 전원을 껏다가 켜봐도 되지 않았다. 상담원과 통화. 곧이어 기사 출동. 저녁4시가 넘어서 도착한 기사는 무려 4시간여를 씨름하다가 갔다. 내일 오겠다며, 내일은 일요일인데? 기사가 떠난 집안은 더욱 허전했다. 허전함이 슬슬 짜증으로 밀려왔다. 아이도 EBS유아 프로그램을 보여 달라고 떼를 썼다. 컴퓨터에 연결해서 DVD를 돌려서 달랬다.

다음날 아침. 교회종소리 찬송소리가 들리고, 오늘은 안 오겠지 생각해서 동네 외출 나갔는데 기사님 출동하셨다. 집에 아무도 없다고, 우리는 집에 들어가겠다고 하고 부랴부랴 들어갔다. 2시간여 작업. 진안읍에서 다른 기사가 셋톱박스3개를 추가로 들고 와서 작업. 실패. 장비문제로 잠정결론을 내리고 돌아갔다. 겨우 VOD서비스를 개통해 놓고. 지난주 방송을 보면서도 매우 만족해했다. 토요일 무한도전과 일요일 개그콘서트를 보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월요일. 오전에 기사님 왔다가 다시 돌아감. 장비쪽이상인데 어느 지점인지 파악이 안 되는 듯 했다. 점심식사 후 재 출동. 오후 2시간동안 작업하고 돌아감. 결국 라이브는 못 살림. 화요일, 전산 팀에서 출동한다고 함. 될까? 모르겠다. 되겠지. 하지만 벌써 짜증이 쌓였고, 서비스에 대한 불안은 계속 남아 있을것이다.

고치지도 못하고 힘없이 돌아서는 기사님 뒤로 내 딴에는 응원의 한마디를 보냈다.
"아따,티브이 한번 보기 힘드네요, 잉"
기사는 힘없이 웃고 돌아섰다.

3일 동안 기사님과 만나서(?) 관련 이야기를 들어보니 라이브가 문제가 많다고 한다. 기사들은 이것 때문에 엄청 고생하는 듯 했다. 이거. 왜 무리해서 하는데? 잘 안될 것 같으면 시행을 늦추던가. 그냥 사은품이다 할인이다 해서 가입시켜 놓고 이런 식이면 과연 사업이 성공할까? 이것이 성공하는 기업의 사업방식인가.

덧붙이는 글 | '불황이 OOO에 미치는 영향'응모글



#IP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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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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