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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9일 낮 1시 48분]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e-메일 지침'에 대한 정치권의 대립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을 "사법부 흔들기"로 규정하고 신 대법관을 옹호하고 나선 반면, 야당인 민주당은 "정권 비위 맞추기"라며 신 대법관의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케케묵은 '색깔론'과 '대선불복론'도 제기돼 '이념전쟁'으로 비화될 조짐도 보인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9일 오전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원장이란 상식적으로 사법행정 임무를 가지고 있다"면서 "신 대법관은 법원장으로서 마땅히 해야 될 임무를 (e-메일에) 그대로 나타낸 것"이라고 적극 옹호했다. 이어 그는 "의혹을 가지고 탄핵하겠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 얘기"라고 말해 야당의 '사퇴론'을 일축했다.

 

주성영 '대선불복론' 주장... "뿌리는 정권교체 반발"

 

주 의원은 '촛불재판 배당' 의혹을 제기한 판사들의 정치적 성향도 문제 삼았다. 주 의원은 촛불재판 배당 의혹 이후 사퇴한 박재영 판사를 거론하며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0년 동안 정권하고 생각이 맞아서 근무했느냐"며 "(이번 사건은) 정치지향적이고 권력지향적인 법관들의 사법부 흔들기"라고 비난했다.

 

심지어 주 의원은 '촛불재판 e-메일 지침'을 대선 불복 세력의 반발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이번 문제가 수개월이 지난 다음에 일부 언론을 통해서, 또 일부 정치인을 통해서 조직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정권교체에 대한 반발에 뿌리가 있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주 의원의 이런 주장은 일부 보수언론의 '색깔론'과도 맥이 통한다. <조선일보>는 지난 7일 사설을 통해 이번 사건을 "자기 성향에 맞지 않는다고 법원 내부 일을 외부에 조직적으로 폭로하거나 일부 언론과 편을 짜 법원 내부 인사에 대해 인민재판식으로 집단 몰매를 가하는 것"이라고 규정한 뒤 "건전한 사법부 비판을 벗어난, 사법부를 향한 파괴공작과 다를 바가 없다"고 비난한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 우윤근 의원은 '사법부 흔들기' 주장에 대해 "전혀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촛불재판 배당 의혹'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 이미 작년부터 사법부 내에서 논란이 돼 왔던 사안이라는 얘기다. 우 의원은 "(이번 사건은) 언론이나 야당이 먼저 제기한 것이 아니라 법원 내부에서 나온 것"이라며 "그래서 법조인 판사들도 상당수가 직접적으로 언급을 하고 있는 문제 아니냐"고 지적했다.

 

우윤근 "대법원 조사 우려... 작년에도 쉬쉬하지 않았냐" 

 

우 의원은 또 정권교체 뒤 일부 법관들의 '코드맞추기' 행태가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대법관을 하려고 하는 분들, 고위법관들이 스스로 대법관이 되기 위해서 시국사건에 정권에 비위를 맞추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대법원 진상조사에 대해서도 우 의원은 불신을 나타냈다. 우 의원은 "일단은 법원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법원 자체의 내부조사가 얼마만큼 객관적이고 국민들에게 신뢰할 수 있을 만한 결과를 낳을 것인지에 대해선 상당한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작년에도 (대법원이) 쉬쉬하지 않았느냐"고 덧붙이며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처럼 여야간 극명한 시각차가 드러나면서 정치권의 공방도 계속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법관의 재판권을 침해할 세력이 어디 있겠느냐"면서 "(지금은 오히려) 법관의 독선이 더 문제가 되는 시대"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의 책임을 단독 판사들의 '독선'으로 돌리며, 신 대법관의 e-메일은 정당한 사법행정지휘권 행사라는 얘기다.

 

반면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오전 최고위원회에서도 신 대법관의 사퇴를 거듭 요구했다. 정 대표는 "신 대법관 스스로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적절히 처신하는 게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라며 "사법부는 신 대법관에 의해 실추된 대법원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영철 사퇴론' 민주당-자유선진당 '시각차'

 

하지만 야권 내에서도 이번 사건의 해법에는 조금씩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원내 제3당인 자유선진당은 신 대법관 사퇴론에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조순형 상임고문은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법원장으로서 법원행정 의사를 전달하려면 이메일 같은 형식이 아니라 법관회의를 소집을 해서 공식적으로 논의를 해야 한다"며 "(그래야) 나중에 오해의 소지도 없고 이런 파문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조 상임고문은 신 대법관의 사퇴 여부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사법부의 독립, 재판과 법관의 독립과 관련된 문제이니 대법원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판단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금 시점에서 자진 사퇴라든가 이런 주장은 좀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태그:#촛불재판 E-메일 지침, #신영철, #주성영, #우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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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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