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品名:아래유키(あれゆき). 타입: 탁주. 주정: 15%이상~16%이하. 원재료명: 쌀, 누룩, 정제수. 제조사: 成龍酒造株式會社. 지역:시코쿠(四國), 카가와 현(香川)
 品名:아래유키(あれゆき). 타입: 탁주. 주정: 15%이상~16%이하. 원재료명: 쌀, 누룩, 정제수. 제조사: 成龍酒造株式會社. 지역:시코쿠(四國), 카가와 현(香川)
ⓒ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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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주 막걸리(濁酒)가  일본에도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바로 니고리자케(にこり酒)가 그것이다. 니고리자케는 일본풍 탁주로서 한국의 탁주보다 훨씬 무겁고 도수도 높다. 막걸리가 6~7도를 기준으로 한다면 니고리는 15~16도이다. 이처럼 도수가 높은 이유는 물에 희석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료 또한 쌀과 쌀누룩뿐, 어떤 가미도 하지 않는다(아 양조 알코올이나 또 다른 첨가물을 가미하는 곳도 있을 것이다. 쌀과 누룩만 들어간다는 얘기는 여기에 소개되는 니고리주에 한해서이다). 이 니고리자케를 여과하면 청주가 된다.

한국적 막걸리에 길들여진 미각은 니고리자케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산미, 감미도 풍부하지 않는 원초적인 맛에 물러설 수도 있다. 하지만 마시면 마실수록 진가를 확인하게 되는 게 니고리자케의 매력이다.

묵직함 속에서 피어나는 신선한 맛과 향은 막걸리와는 또 다른 차원이다. 무엇보다 니고리자케가 막걸리와 가장 큰 차이라면 숙취가 덜하다는 점. 주정이 막걸리보다 10% 이상 높은데 뭔 소리냐? 하실지도…. 중국술은 50%가 넘는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안동소주나 문배주도 주정이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숙취가 별로 없다. 이는 곧, 숙취의 원인은 주정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막걸리는 주정이 그리 높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약점은 바로 숙취이다. 숙취는 쌀의 눈이나 표면에 많이 함유된 단백질, 지방 등이 원인이다. 그렇기에 이 부분을 깎고 빚으면 숙취에서 어느 정도 해방될 수 있다. 사케를 마시면 숙취가 별로 없는 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니고리자케는 30%이상 정미한 쌀로 빚기에 도수는 높지만 숙취는 덜하다.

언젠가 겨울, 여러 사람과 한 사무실에서 생활한 적 있었다. 그때 막걸리를 따뜻하게 데워 마셨다. 막걸리는 시원해야 맛이라는 사람들이 들으면 술 가지고 장난하냐?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막걸리는 데워 마시는 게 과학이다. 데우면 숙취성분이 어느 정도 날아가기 때문이다. 정미기술이 떨어지던 과거에는 사케에도 숙취성분이 많았다. 때문에 데워 마시는 게 일반적이었다. 지금은 정미율이 높아졌기 때문에 굳이 데울 필요가 없게 되었다. 때문에 냉청주가 일반화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쌀과 누룩만으로 빚은 니고리자케
 쌀과 누룩만으로 빚은 니고리자케
ⓒ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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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을 비우고 나자 바닥에 남는 쌀가루가 인상적이었다. 투박했지만 오리지널티가 넘치는 니고리자케였다. 이 술과 가장 닮았던 건 금강산에서 맛본 대봉막걸리였다. 니고리자케만큼 묵직한데다 주정도 12%였다.

공장에서 나온 우리 막걸리는 너무 달고, 너무 시고, 탄산이 많다. 이게 한국인이 선호하는 입맛이라면 할 말 없다. 다만 그 옛날의 토속적인 막걸리가 그리운 건 왜일까. 적당히 걸쭉하고, 텁텁하면서 덜 달았던 우리 주조장의 막걸리. 그런 막걸리에 대한 향수를 북한과 일본의 탁주가 달래주었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내가 마신 니고리자케의 명칭은 아래유키(あれゆき)이다. 거친 눈이 내린다는 뜻일 터. 니고리자케 술잔에는 거친 눈이 가득 내리고 있었다.


태그:#사케, #청주, #니고리자케, #HTTP://BLOG.NAVER.COM/ORANBI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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