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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기 어려운 아침에 사람을 깨우는 '뚜~뚜~뚜~뚜~' 기상나팔 역할하던 모닝콜도 많이 변했습니다. '따르르 릉~' 요란하고 시끄러운 소리 대신 좋아하는 음악으로 대체되었지요.

사실, 쌔근쌔근 곤히 잠자는 사람 깨우기처럼 미안하고 안스러운 게 없지요. 이런 마음을 잘 표현한 게 있습니다.

"기상 30분 전이 되면 나는 옆에서 곤히 잠든 친구를 깨워줍니다. 부드러운 손찌검으로 조용히 깨워줍니다. 그는 새벽마다 기상나팔을 불러 나가는 교도소의 나팔수입니다.…

… 그러나 기상 30분 전 곤히 잠든 친구를 깨울 적마다 나는 망설여지는 마음을 어쩌지 못합니다. 포근히 몸담고 있는 꿈의 보금자리를 헐어버리고 참담한 징역의 현실로 끌어내는 나의 손길은 두 번 세 번 망설여집니다."

신영복 님이 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겨울 새벽의 기상나팔>에 나오는 구절입니다.(P 231~233) 이는 깨우는 사람도 일어나는 사람도 현실 세계로 돌아와야 하는 냉정함(?)을 그리고 있지요.

신영복 님, 기상나팔 그림.
 신영복 님, 기상나팔 그림.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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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명종의 변천, 감미로운 음악소리 들으며 깨고 싶다고?

아이들 방학 때는 늦잠자도 좋았죠. 하지만 지금은 신학기라 바짝 긴장해야 합니다. 이럴 땐 기상나팔이 요긴합니다. 탁상시계와 핸드폰이 울려대는 종소리, 음악소리 등 고전적인 방법은 이제 식상하죠. 아니 식상하기보다 익숙해진 탓일 겁니다.

아내는 여고시절, 시끄러운 소리보다 감미로운 음악소릴 듣고 일어나면 좋을 것 같아 비틀즈 '예스터 데이(Yesterday)'를 알람으로 이용했다 합니다. 그러나 결국 이 노래를 싫어하게 되었다는군요. 여고시절, 자도자도 잠이 부족한 때 깨워 일으켰던 탓입니다.

이 탓에 딸애에게 자명종 시계를 사줄 때도 직접 고르도록 했다 합니다. 엄마가 골라 자명종을 사줄 경우, 깨기 싫은 감정을 엄마에게까지 넘길까봐 그랬다나요. 지금 저희 집은 시계 알람 대신 특이한 모닝콜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엄ㆍ마ㆍ일ㆍ어ㆍ나!
 엄ㆍ마ㆍ일ㆍ어ㆍ나!
 엄마~~!"

아침 7시면 어김없이 흘러나옵니다. 초등 5학년 딸이 핸드폰에 입력한 것인데,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입력했습니다. 하지만 높은 음으로 평상시와 다른 엽기적인 목소리입니다. 엽기적인 기상나팔은 효과 만점입니다. 정신이 번쩍 드니까요.

딸애의 자명종 시계. 이제는 효과가 거의 사라졌지요.
 딸애의 자명종 시계. 이제는 효과가 거의 사라졌지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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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콜은 변해도 엄마 마음은 변하지 않아

문제는 따로 있지요. 춘삼월인데도 아직 아침 저녁으론 쌀쌀해 난방비 아끼려 온 가족이 한 방에서 잡니다. 아이들에게 있어야 할 기상나팔 효과가 저희 부부에게만 있는 게지요.

소름 끼칠 정돕니다. '어떻게 저렇게 입력했지, 당장 바꿔야지' 싶습니다. 그런데 이를 잊고 다음 날 또 대합니다. 그러다 마음 단단히 먹었습니다.

"이 알람 바꾸자?"
"아빠 좀 그렇지요? 바꿔요. 제가 지울까요?"
"아냐, 여보 그냥 둬요. 소름끼치지만 일어나는 데 즉방이거든. 기상 소리론 최고죠."

아내는 잠결에도 얘들 목소리가 나오니, 아이들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뜩 난다는 겁니다. 한 가지 반찬이라도 해서 학교 보내야 한다는 마음이란 거죠.

이로 보면, 모닝콜은 변해도 자녀를 대하는 엄마의 마음은 변하지 않고 한결 같습니다. 그렇죠?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거 뉴스와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기상나팔, #자명종, #모닝콜, #엄마의 마음, #신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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