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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하던 한국야구가 당했다. 그것도 콜드게임으로 당했다. 7일 오후 6시 30분 열린 한국과 일본 WBC 야구 예선전을 바라보던 한국 야구팬들은 그야말로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콜드게임으로 두 번째 경기를 마무리한 한국대표팀을 응원하러 용산 아이파크몰 이벤트파크에 모인 사람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초반 2회 때까지는 김태균 선수의 홈런으로 분위기가 달아올랐으나, 계속되는 실점으로 실망한 모습이었다.

 

초반에는 열기로 가득찼으나 허무하게 끝나버린 7일 경기. 용산역 아이파크몰 이벤트파크 전광판응원의 모습을 3시간동안 담아봤다.

 

[경기시작 1시간 전] 의자준비, 2006년영상으로 분위기 띄워

 

 

경기 시작 1시간 전, 용상아이파크몰의 모습은 한산했다. 3월이 왔지만, 이날 날씨는 춥고 바람이 많이 불었다. 날씨의 영향으로 그 때까지 실내에 있는 시민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행사장 내 전광판은 이미 흥분의 도가니였다. 전광판은 지난 2006년 야구대표팀의 활약상을 동영상으로 반복해서 재생했다. 이 동영상이 반복되서 재생되자, 당시 영광이 재현되는듯 지나가던 시민들도 발길을 멈췄다.

 

200여개의 의자가 놓여진 후, 인형 마스코트들의 댄스공연도 이어졌다. 돼지, 악어, 피노키오, 후크선장으로 이뤄진 인형 마스코트들은 경기시작 전 다양한 댄스로 어린아이들의 인기를 얻었다.

 

[경기시작 30분전] 간단한 이벤트로 2등을 하다 

 

 

시작 30분 전, 추위의 여파로 전광판응원객석은 많이 차지 않았다. 200여석이 마련됐지만 착석한 사람들은 30여명뿐. 하지만 진행자는 이를 무시하고 간단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악어를 이기면 무릎담요를 빨리 얻을 수 있는 게임이었다.

 

장시간 경기를 관람하고 취재하기 위해 무릎담요가 필요했다. 그래서 잠시 취재를 포기하고 담요경품 이벤트를 나섰다. 착석자들이 많이 없어 유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최종결승까지 올라갔다. 아쉽게도 2등은 했지만, 진행자의 권한으로 일찍 담요를 받을 수 있었다. 이번 담요는 선착순 100명에게 주어진 것. 추위로 인해 응원의 맥이 끊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주최측의 배려였다.

 

일본취재진들, 국내취재진보다 응원현장 관심높아

 

 

이날 경기는 예선전이지만, 한일 양국간 자존심이 걸린 경기였다. 그 어느 누구도 패배를 인정할 수 없는 큰 규모의 게임이다. 이런 분위기의 한국 응원모습을 담고자, 다수의 일본방송국이 용산을 찾았다. 아사히TV는 경기시작 1시간 전 용산에 도착했다. 국내 취재진보다 일찍 도착한 것. 현장의 생생함을 전달하기 위해 일찍 도착한 이들은, 무려 3시간동안 응원현장의 모습을 담았다.

 

이외에도 일본 TBS 방송국도 찾았다. 이들은 주로 응원현장을 찾은 시민들을 인터뷰하는데 주력했다. 이들 역시도 국내취재진보다 먼저 도착했다. 대규모의 대회만큼 한국의 응원현장을 담으려는 일본의 노력이 돋보였다.

 

1회 3대0으로 뒤지자 "괜찮다" 홈런이 나오자 '환호'  

 

 

경기가 시작되자, 응원석은 어느 정도 가득찼다. 이날 전광판 응원은 주최측에서 동영상사이트 엠군의 유료방송 서버를 연결해 방송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김광현 투수의 선발등판으로 시작된 1회초, 우리의 수비가 시작되자 마자 현장에선 당황스런 분위기가 연출됐다. 초반 이치로부터 시작한 연속안타의 영향 때문이다.

 

이를 본 사회자는, "아직 초반이니 두려워하지 말자"고 응원객들을 위로했다. 그 위로가 힘을 넣었을까? 1회말 김태균 선수의 2점 홈런이 터지자, 응원석은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김태균의 2점 홈런은 가라앉은 응원분위기에 활력을 불러일으켰다. 초반 김광현의 부진으로 행사장 내는 불안감이 컸다. 그러나 김태균의 홈런은 그 걱정을 말끔히 씻어내는 역할을 했다. 3 대 2, 한 점차로 따라붙자, 이길 수 있다는 행복에 전광판 응원의 분위기는 힘을 얻었다.

 

2회초 후, "왜 이러지?" 실망감으로 가득찬 용산

 

 

역전의 희망 속에 시작된 2회초, 분위기 반전을 노린 우리는 이때부터 힘없이 무너졌다. 도쿄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이렇게 무너졌다면, 용산 응원 분위기도 우울했다. 선발로 등판한 김광현이 계속되는 안타와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한 후의 점수는 5대 2. 홈런이 터지고 나서 8대 2로 크게 벌어지자 응원객들은 실망에 가득찼다.

 

분위기 반전을 노린 한국은 3회 이진영의 안타로 다시 살아나는 듯했다. 이진영의 안타가 역전의 불씨를 살리긴 했지만, 그 후 박경완의 병살타로 분위기는 다시 침울한 상태로 전환됐다. 결국 4회초 9 대 2, 5회 11 대 2, 6회 13 대 2까지 벌어지자, 응원의 함성으로 가득찼던 용산은 고요한 분위기로 바뀌어버렸다.

 

 

응원객들 매너도 '콜드게임'

 

 

이렇게 콜드게임으로 끝나버린 7일 경기, 6일 경기와 너무 대조되는 승부였다. 콜드게임으로 끝난 응원현장의 뒷모습은 어땠을까? 응원현장의 뒷모습도 '콜드게임'이었다. 대한민국 선수들의 부진이 지속되자, 자리를 뜨는 관객들이 속속 나타났다. 이런 모습을 담으려는 일본 취재진들은 자리를 떠나려는 관객들을 붙잡아 인터뷰를 시도하느라 분주했다. 그들이 인터뷰를 하는 동안 좌석의 모습은 처참했다. 여기저기 나뒹구는 쓰레기들이 우울한 분위기를 더 우울하게 만들었다. 

 

 

다른 취재진들도, 이 모습을 안타깝게 여겼다. 곳곳에서 응원도구 등의 쓰레기가 버려지자 카메라 기자들은 이 모습을 문제삼기 위해 취재했다. 일본취재진들이 내내 지켰던 상황속에서 나타난 쓰레기 문제라 안타까움도 컸다. 열심히 쓰레기를 치웠던 월드컵 응원현장과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인터뷰] "져도 괜찮아"

끝까지 응원에 함께한 2인

 

콜드게임으로 환호에 가득찬 도쿄돔 내 일본인들, 슬픔에 잠긴 용산의 한국 응원객들... 첫 경기와 상반되는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승리를 위해 열정적으로 응원한 사람들이 있었다.

 

문대화(37)씨는, 어느 응원단 못지 않게 열정적으로 응원해 주목받았다. 그는 경기 도중 수많은 국내취재진과 일본취재진의 인터뷰를 받을 정도였다. 그는 1회말 김태균의 2점 홈런이 터지자, 의자를 들어올릴 정도로 제일 기쁘게 환호했다.

 

콜드게임으로 경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 그를 만났다.

 

"오늘 졌다고 완전히 일본에게 패배했다고 생각되지 않아요. 아직 기회는 더 남아있잖아요. 내일 중국을 꼭 이겨서 일본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 수 있을거에요 우리가..한국이 우승하는 그날까지 저는 이곳 용산에서 열정적으로 응원하겠습니다"

 

또다른 주인공은 바로 4살배기 곡세우 어린이. 이 어린이는 1회말 홈런이 가장 인상깊었다고 전했다. 서툰말로 기쁨을 표현한 그는 어떤 바람을 가졌을까?

 

"오늘 경기 6 대 4로 이길 거 같아요!"

 

아쉽게도 이 어린이의 바람은 무산됐다. 그러나 이 어린이는 그만의 표현방법으로 어느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응원했다. 비록 경기는 콜드게임으로 끝났지만, 이들의 열정은 녹일 수 없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네이버 블로그, SBSU포터, 캠퍼스라이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WBC, #용산 전광판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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