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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저곳 둘러봐도 활짝 웃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 온 나라가 '불황'이라는 강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것 같다. 정리해고다, 임금삭감이다, 직장에 다니는 이들도 근심이 많겠지만 한 가정의 경제와 건강 등을 도맡고 있는 주부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날씨도 이런 상황을 감지한 것일까. 며칠째 흐렸다 개었다를 반복하고 있다. 사람들의 대화 내용도 팍팍했던 과거로 돌아간 듯 "별 일 없죠?"라는 말로 시작된다.

그렇다면 가족들의 변화에 가장 민감한 주부들, 집안의 '해'인 아내들은 어떻게 스트레스를 해소할까? '스트레스가 한방에 날아가고 신나게 웃을 일이 없을까'를 궁리하던 차에 저렴한 가격으로 '유쾌' '상쾌' '통쾌'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아줌마들을 만나보기 위해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부천체육관 에어로빅장를 찾았다.

입구에 도착하자 쿵쾅거리는 음악이 들려온다. 몸치인 내 몸도 들썩거렸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강사의 구령과 율동에 맞춰 열심히 에어로빅을 따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열기가 훅~ 밀려왔다.

격정적인 동작으로 인해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된 회원들을 보니 덩달아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엄마를 따라온 아이도 엄마가 운동하고 있는 근처 매트리스 위에 누워서 기다리고 있다. 연세가 지긋해 보이는 분이 동작 하나하나 틀림없이 완벽하게 소화하며 율동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루라도 빠지면 이상해요~"... 에어로빅에 중독된 주부들

신나는 음악과 함께 율동을 하고 있는 회원들
 신나는 음악과 함께 율동을 하고 있는 회원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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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음악에 맞춰 리듬을 타고 있는 우측 에어로빅 강사 김연정씨와 회원
 조용한 음악에 맞춰 리듬을 타고 있는 우측 에어로빅 강사 김연정씨와 회원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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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30년째 에어로빅을 하고 있다는 윤옥희(63·부천 상동)씨. 딸 둘을 뒀는데, 큰 아이는 결혼을 했고 지금은 남편과 함께 살고 있다고. 그에게 에어로빅을 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윤씨는 "아이들을 제왕절개로 낳게 되었는데 워낙 몸이 약한지라 자주 아팠다"며 "그래서 의사의 권유와 가족들의 도움으로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처음 접하게 된 것이 에어로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처음에는 쑥스러웠지만 자꾸 따라 하다 보니 적성에도 잘 맞아서 지금까지 꾸준히 해오고 있다"며 "덕분에 건강도 많이 좋아졌고 하루라도 에어로빅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가 되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윤옥희씨와 에어로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런 관계인 듯했다. 그는 에어로빅을 하면서 50대 여성들은 반드시 겪는 갱년기도 자연스럽게 지나갔다고 한다. 또 최근 들어 자주 등장하는 주부우울증도 느낄 수 없었다고. 앞으로 그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에어로빅에 몸을 맡길 것이라고 한다.

운동 마니아이자 7년째 에어로빅을 하고 있는 이연화(40)씨는 "다양한 운동을 해봤지만 에어로빅은 음악과 함께하니 신도 나고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아간다"며 "사고방식이 매사 긍정적으로 바뀌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에어로빅은 빠지지 않고 한다"며 "하루라도 빠지게 되면 꼭 해야 할 일을 빠트린 것 같아 마음이 찜찜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은 주부들이 마음 놓고 소리 지르며 뛰고 운동할 수 있는 공간으로는 최고이고 은근히 중독성도 있다"고 귀띔했다.

에어로빅으로 날려버린 남편과의 권태기

신나는 음악과 함께 스트레스를 날리고 있는 회원들, 보는 사람도 흥이 난다.
 신나는 음악과 함께 스트레스를 날리고 있는 회원들, 보는 사람도 흥이 난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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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주부들은 오전에 신나게 에어로빅을 하고 스트레스를 푼 뒤, 조금이라도 가정에 보탬이 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기도 한다고 한다. 부천 중동에 살고 있는 이맹자(48)씨는 체중을 줄이기 위해 에어로빅을 시작했다. 에어로빅 하나만으로 20kg 감량에 성공했지만, 최근 좀 게을리 했더니 다시 살이 찌는 것 같다고.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 중이란다.

16년 동안 에어로빅을 했다는 이평자(55)씨의 피부는 유난히 탄력 있어 보였다. 피부 탄력만큼이나 에어로빅 동작도 완벽하게 소화하는 이씨. 사실 실제 나이가 55세라는 이야기를 듣고 적잖이 놀랐다. 나이에 비해 엄청 동안이라고 이야기 하자 이씨는 활짝 웃으며 "이래봐도 손자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된 할머니"라며 "비결이라면 에어로빅"이라고 말했다.

그에게도 오래 함께한 부부들이라면 누구나 겪는 권태기가 3번 정도 찾아왔으나, 그럴 때마다 에어로빅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다고 한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풀고 나면 남편에 대해 생긴 미운 감정들도 사라지고 옛날 좋았던 감정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맹자씨에 이어 평자씨와 인터뷰를 하자, 모여있던 회원들끼리 이름을 반복해서 부르며 키득키득 웃었다.

"왜 옛날에 지은 이름들이 다 그렇지 뭐! 그래 평택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아버지께서 평자라고 지었다 어쩔래? 하하하하~"

에어로빅, 6개월만 배우면 자연스럽게 OK

열심히 따라하고 있는 회원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열심히 따라하고 있는 회원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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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로부터 윤옥희, 이연화, 에어로빅 강사 김연정, 문미연, 이평자씨. 에어로빅을 마친 뒤 담소를 나누고 있다.
 좌로부터 윤옥희, 이연화, 에어로빅 강사 김연정, 문미연, 이평자씨. 에어로빅을 마친 뒤 담소를 나누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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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로빅으로 이리저리 몸을 흔들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린 주부들과 왁자지껄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에어로빅 강사 김연정(28)씨가 땀을 닦으며 합류했다.

오전에만 50~60여 명의 회원들에게 신나는 에어로빅을 가르쳐주고 있는 김연정씨. '에어로빅에선 음악이 중요할 것 같다'고 묻자, "음악은 안무에 따라 신곡이나 어머니들이 좋아하실 만한 곡을 선택한다"고 답한다. 안무는 에어로빅협회에 가서 배워오기도 하고 직접 연구하기도 한다고.

옆에서 보고 있으니, 에어로빅이 쉬울 것만 같진 않았다. 동작을 자신 있게 따라하려면 얼마나 걸려야 할까. 김씨는 "대부분 어머니들이 처음에는 쑥스러워 하기 때문에 3개월 정도는 분위기에 익숙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한다"며 "6개월 정도 되면 어느 정도는 자신감 있게 하고 그 이후로는 에어로빅과 음악을 스스로 즐기면서 한다"고 말했다.

에어로빅으로 불황 스트레스를 날리는 주부들. 이젠 개인 스트레스 해소를 넘어 회원 간 친목도 다지며 서로 애경사를 챙겨주는 사이가 됐다고. 못 말리는 아줌마들의 입담과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니, 불황에 힘겨워 하는 가장들에게도 힘을 실어줄 것 같아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태그:#부천체육관, #에어로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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