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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마냥 강변따라 걸을 수 있는 작고 아담한 도시 꾸엔까

 

아침에 냇가 규모의 강을 건너 혼자 산책을 하였다.

 

"에콰돌이 페루보다 못 산다는 거 잘 이해가 안가네예."

 

동행자는 어제 오후부터 나와 같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그리 말한다.

과야낄 인상도 그랬지만 여기 꾸엔까에 도착할 즈음 접도지역은 우리나라의 전원주택과 같은 고급 건축물들이 곳곳에서 새주인을 찾는 안내판들로 넘쳐났다.

내륙은 물론 산간지대는 사막과 같은 삭막함이 없는 데다 그 시골마을에도 차량들이 제법 많이 주차돼 사실 나도 고개를 갸우뚱했던 사항인데 그예 그가 먼저 꺼낸 생각의 편린이다.

   오염되지 않는 깨끗한 물이 시내를 관통하는 꾸엔까 작은 강
오염되지 않는 깨끗한 물이 시내를 관통하는 꾸엔까 작은 강 ⓒ 박우물

 양쪽을 이어주는 다리와 강가를 따라 들어선 주택들이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양쪽을 이어주는 다리와 강가를 따라 들어선 주택들이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 박우물

 

경제비교는 육안과 느낌이 아니라 데이터, 즉 숫자가 먼저겠지만 에콰돌 남쪽 도시들은 외형상만 따지자면 굳이 체감경기 운운 안해도 페루보다 나아보였다.

알다시피 우리 나라와 이름이 비슷한 대통령 '꼬레아'가 연말께 브라질에 대해 채무불이행 선언을 해서 분류된 수치가 맞았구나 싶었지만 그 선언 이후 올해 에콰돌 국경을 넘었을 때도 그런 경제의 그늘은 찾기 힘들었다.

국가간의 문제이지 경제 저변은 그런 것과 마치 상관이 없다는 듯 말이다.

 

남미의 빈국 파라과이를 돌았을 때나 중미의 니카라과, 온두라스쪽을 돌 때도 아마 난 착시현상을 일으킨 것 같다.

녹색이 풍부한 곳은 외견상 빈곤의 찌들은 더께가 잘 드러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더운 지역의 특유의 낙천성때문인지 라틴의 추레함만을 배낭에 선입견처럼 담고 다니다 영락없이 그 기대(?)들이 깨졌기 때문이다.

물론 삶터의 심연에 들어가 그 질곡을 다 볼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아침산책길에 왜 이렇게 이야기가 샜냐고?

그건 이 도시가 산에 에둘러 싸이고 시내를 관통하는 내와 거기에 더해 공원을 충분하게 보유한 조성으로 유럽식 건축 일색인 알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와는 달리 잉카의 정기까지 가미된 유서어린 아늑한 도시란 걸 강조한 서설이라 그렇다.

 

아침에 같이 시내를 돌아보자 제안했지만 다음 여정때 이곳을 거쳐 갈 계획인 동료는 그냥 숙소에서 내내 휴식을 취하겠댄다.

떠나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끼리 어느 시점에 한 축에서 만나 동행을 하여도 관심분야나 관점은 기실 다 다르다.

그래서 움직이는 큰 틀만 같다면 머무르는 도시에서 시간 보내는 방식만큼은 따로 또 같이 해도 아무 상관없을게다.

내가 꼭 보고 방문해야 할 0순위 장소가 어느 사람에게는 괜한 발걸음일 수 있어서다.

이후 누구와 동행을 한다 해도 난 이런 마음을 견지하고 싶다.

 

아침 산책 후도 그렇게 4시간을 두 다리에 의존해 걸어다녔다.

물론 이 도시도 벌써 3번 이상 지나간 곳이지만 항용 그렇듯 시내를 안들어오고 터미널에서만 동선이 이뤄졌기 때문에 이번이 내겐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부지런히 헤집고 다닌 것이다.

다행히 찌뿌둥한 하늘에 볕은 아침 9시부터 났지만 녹색은 필히 강우량과 관계 있음을 증명하듯 점심때 갑작스런 소나기와 조우했다.

 

볼리비아 Potosi도 스페인 식민지 건축양식의 교회가 많은데 그곳이야 유럽을 덮을 만큼의 풍족한 은광때문에 스페인사람들이 많이 정착해서 오늘날까지 이어졌다고 하지만 산간도시에 잉카 건축물대신 이렇게 식민지 교회건물이 많은 이유를 모르겠다.

그러나 무조건 어디를 가봤네 하고 점을 찍고 다니는 사람이 노독을 풀려고 다소 느슨해져도 될 만큼 조용하고 깔끔한 도시를 찾는다면 이곳이 적격이다.

특히 강이라고 하니까 강인가 보다 하는 작은 내를 따라 이어진 주택들도 예쁘고 꾸스꼬와는 또 다른 느낌의 안온함이 감싼다.

 <꾸엔까뿐만 아니라 에콰돌 나라로서도 자랑이라는 시내 광장의 대성당>
<꾸엔까뿐만 아니라 에콰돌 나라로서도 자랑이라는 시내 광장의 대성당> ⓒ 박우물

 <꾸엔까는 유난히 식민지 양식의 성당이 많이 눈에 띈다>
<꾸엔까는 유난히 식민지 양식의 성당이 많이 눈에 띈다> ⓒ 박우물

 <적벽돌 교회가 아니면 거개 교회건축물은 흰색이 많았다>
<적벽돌 교회가 아니면 거개 교회건축물은 흰색이 많았다> ⓒ 박우물

 

골목을 누비다 보면 예상치 않은 것들을 발견하는데 한국제품을 취급한다는  잡화점도 그 한 예다.

이미 이런 것에 많이 익숙해진 탓인지 척 둘러봐도 중국인이 운영하는 곳임을 알겠다.

콜롬비아 바닷가 도시나 페루 국경, 에콰돌 도처와 전 세계에 퍼져 음식문화를 퍼뜨리고 다니면서 아예 가게나 물건 이름자체를 Korea라고 도용하는 몇몇 상술은 안스러움까지 든다.

이름만 그렇게 걸었지 아마도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뻔히 중국산임을 알고 거래하겠지???

 <한국산 물건을 판다고 하지만 그런 가게 일 수록 한국산은 거의 취급을 하지 않는다>
<한국산 물건을 판다고 하지만 그런 가게 일 수록 한국산은 거의 취급을 하지 않는다> ⓒ 박우물

 

현대자동차 영업소가 돔지붕으로 되어 있는 곳에서는 버스 위에 실린 양이 시선을 잡는다.

화물트럭이 아닌 버스 위의 가축은 에콰돌에만 있는 지붕위 기차나 2층 관광버스 무개차라도 오른 것처럼 무심하게 카메라를 힐끗 쳐다본다.

멀미는 안하려나?

 <다행히 전속력을 내어 달리지는 않을 성 싶지만 지붕위의 바이올린이 아닌 버스지붕위의 양은 저렇게 실려 어디로 가는 것인지>
<다행히 전속력을 내어 달리지는 않을 성 싶지만 지붕위의 바이올린이 아닌 버스지붕위의 양은 저렇게 실려 어디로 가는 것인지> ⓒ 박우물

 

점심을 동료랑 같이 드는데 음식 자체도 기름기가 많은데다 갈증이 심해 많은 양의 레몬쥬스를 벌컥벌컥 들이켰더니 즉각 위에 무리가 왔다.

바로 숙소로 복귀하려다 화장실을 찾으니 그나마 안정이 된 거 같아 그를 먼저 보내고 두곳 박물관을 들렀다.

 <해산물볶음밥으로 여겨도 무방하다. 에콰돌 답게 바나나가 항상 어느 음식에든 곁들여져 나왔다. 또 다른 접시는 옥수수 조리음식이다>
<해산물볶음밥으로 여겨도 무방하다. 에콰돌 답게 바나나가 항상 어느 음식에든 곁들여져 나왔다. 또 다른 접시는 옥수수 조리음식이다> ⓒ 박우물

 

라스껀셉스는 일종의 수도원 박물관 같아서 이미 익숙히 보았던 수도사들의 수행모습을 큰 인형을 통해 선보이거나 종교화 위주로 재현한다.

이런 류라면 아마 페루 아레끼빠 산따 까딸리나 수도원이 제일 적격일 것이다.

 

그러나 중앙은행박물관은 두꺼운 콘크리트 벽의 외형과는 달리 자본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듯 박물관 이름에 걸맞게 풍부한 자료와 알찬 기획으로 관람료가 아깝지 않았다.

오늘 방문한 두 곳은 모두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다.

 

잉카유적지중 주택가에 위치한 것은 너무 규모가 작아 별 언급할 가치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은행박물관 견학프로그램에 포함된 유적지가 있었는데 난 강가를 내리걷다가 그때서야 발견하였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그 찬란했던 잉카의 흔적이 이곳 꾸엔까는 꾸스코와 달리 너무 없다.

대신 스페인들이 세운 교회건물들은 압도적으로 많아 보인다.

그것이 바로 같은 잉카의 도시라 해도 페루와 에콰돌 차이가 아닐는지.

 

나) CNN도 거짓보도를 한다고?

 

밤에는 어제 약속한 대로 그 장신의 네델란드인 에밀과 미국인 킴, 우리 한국인 총 넷이서 식당에 들어갔다.

 

"아마 영웅시 하는 너네 한국에서는 별로 믿고 싶지 않겠지만 히딩크는 세금문제로 지금 국내에서 잡음이 다소 있어."

우리가 나눈 대화에 홍일점인 킴이 무슨 말인가 싶어 궁금해 하자 그건 에밀이 부연설명을 맡았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하지만 그때의 뜨거움과 연관지어 아직도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한국인들의 우상을 깨지 않으려는 듯 네델란드인은 객관적으로 자국인 축구감독 거스 히딩크의 존재를 간략히 설명한다.

 

넘치거나 부족함 없이 사실과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에 우리는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특히 정치적인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서는 똑 같은 사실도 유달리 다른 평가와 관점이 극으로 치닫는 사회에서 살아온 내게 우리들 화두는 확장이 되어 급기야 귀를 의심할 방향으로까지 진전되었다.

 

"그거 알아. 뉴스는 공정해야지. 아니 있는 그대로만 보내는 되는 거야. 근데 CNN보도도 믿을 게 못돼. 왜냐면 그들은 미국인이거든."

영어강사 킴은 자신이 미국인이 아닌 듯 마치 3자처럼 말을 한다.

"전에 아랍에서 이스라엘 수도에 미사일 발사하고 그런 영상 기억나지? 내가 유태인이야. 아직도 고국에 나랑 연관된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뉴스보도 때문에 얼마나 걱정되겠어. 바로 전화를 친구에게 걸어 물었지. 너네 집은 피해가 없냐고?"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걸까 숨을 죽이며 주목하게끔 이야기 중심은 그니에게 넘어갔다.

"그랬더니 친구가 뭐라 한줄 알아. 킴. 그거 사실 아냐. 여기 폭탄 하나도 안떨어졌어. "

".........."

이때 난 영어건 에스빠뇰 모두 그저 알아듣는 수준의 짧은 실력탓에 혹여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 뉴욕에서 10년을 생활한 동료에게 재차 확인했다.

아니 우리가 보았던 그 생생한 화면은 도대체 뭘 말하는 것이었을 까 하는 의구심이 가시지 않은 상태로.

뜻밖에도 내가 이해한 내용이 맞다는 것이었다.

 

네델란드인은 그런 정치적인 대화내용까지 이어질 쯤 다른 선약이 있다면서 아마 자기가 먹은 만큼의 지폐를 놔두고 자리를 일찍 떠난 것도 같다.

그의 의견이 별반 떠오르지 않는 걸 보니.

 

세계적인 뉴스채널이라도 약간의 왜곡은 있을 수 있다지만 없는 사실까지 만들어 보도한다는 것은 사실 생각이 못 미친다.

물론 한 개인의 지엽적인 경험으로 시중에 떠도는 음모론 류로 치부할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너무도 기존 고정관념에 충실한 나는 다소 얼떨떨한 상태로 어 아닐텐데 하면서 콩글리쉬 아닌 에스빵글리쉬(잘못된 영어와 스페인어를 혼재해 쓰는)로 다른 질문을 했다.

"그러면 개인적으로 가장 공정하다는 언론을 킴은 어디를 꼽는데?"

"글쎄. 그래도 BBC가 그나마 객관적이고 공정한 거 같아."

 

이후에도 되새김질 하면서 동료가 나랑 페루에서 같이 있다 떠나기 전 또 한번 이 사안에 관해 물어봤지만 역시나 똑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그와 내가 그 유태계 미국여성의 발언을 믿고 안 믿고와 그 발언이 사실인지 왜곡인지는 차치하고 말이다.

 

킴은 수다스러웠지만 그만큼 활동적으로 관심분야도 다양하였다.

아마 남미에서 자급자족으로 뚜벅뚜벅 세상을 탐구하며 걷던 여정은 내 예감상 이후 분명히 동방 한국이란 나라에까지 확장될 듯 싶다.

이거 저거 한국에서 어떻게 하면 영어강사가 되느냐며 세밀하게 물어오는 것을 보면.

 

스쳐가는 사람은 그 순간으로 끝날 수 있지만 오다가다 만난 인연도 가급적 소중히 여겨보고 싶어 어김없이 그니와 이메일 주소를 교환했지만 내 메일은 지금껏 들어가지 않는다.

 

문화의 레일 관계의 레일 Rail Art 박우물 http://blog.daum.net/railart

덧붙이는 글 | 08년 가을에 찾은 에콰돌 꾸엔까 방문기를 시리즈로 나누어 쓰고 있으며 개인 카페와 블로그에 비슷한 내용을 같이 올리고 있다.


#꾸엔까 식민지 건물#꾸엔까 강변#네델란드 히딩크#CNN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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