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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정말 오래간만에 시간을 내 집을 나섰다. 정처없이 차를 몰고 나간 여행길은 전날 술을 마셔서 약간의 숙취의 몸이었지만 그래도 상쾌한 출발이었다.

찾아갈 집주인들한테 연락을 하지 않고 일정을 잡았다. 처음 천안 광덕은 미리 전화 연락을 했지만 충주쪽 집들은 연락없이 갔다가 사람이 있으면 보고, 없으면 정처없이 다른 곳으로 핸들을 돌릴 계산이었다.

사실 시집 보낸 딸 자식을 되돌아 보는 건 여러 가지가 교차하는 일이다. 잘 살고 있든 못 살고 있든 내가 낳은 자식을 되돌아 보는 건 요즘처럼 제 한몸 건사하기 힘든 세상에 또다시 걱정거리나 신경쓸 일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 손으로 지은 집이 내 곁을 떠나 잘 살고 있을까, 어떻게 변해 있을까, 하는 궁금증도 있긴 했다.

▲천안 입장에 지은 20평과 15평 짜리 팬션
 ▲천안 입장에 지은 20평과 15평 짜리 팬션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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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어느 사이트에서 집주인이 "장 목수님,  장 목수님이 지은 집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지도 않아요? 한번 놀러 오세요"라는 말을 듣고 이 여행 구상을 하게 된 것이다.

또 한 분은 전화까지 직접 해 "장 목수님 요즘 몸은 어떤지요?  수술하셨다는데 건강은 괜찮은지요? 한번 뵙고 싶네요"라고 말했다. 사실 3년 전 병이 나고 꿈쩍하지 않고 집에서 언론쪽 일만 해오다 보니 그동안 집짓는 일에 소홀했던 건 사실이다.

▲천안 광덕을 이렇게 골조를 해 마감까지 하게 되었다. 이 부분은 전체 공정의 30% 정도라고 할까?
 ▲천안 광덕을 이렇게 골조를 해 마감까지 하게 되었다. 이 부분은 전체 공정의 30% 정도라고 할까?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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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한 채를 짓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수백 가지 공정을 집주인과 상의하고 구상하고 계획을 해 집을 완성하기까지는 항상 이야기하듯 도를 닦는 일이다. 농담처럼 이야기하는 게 있는데 집을 한 채 지으면 무릎에서 사리가 한 가마씩 쌓여간다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 집을 짓는 일은 그만큼 힘든 과정이다.

첫 코스로 천안 광덕에 들렀다.

천안 광덕은 집에서 20여 분 거리라 제일 먼저 들를 코스였다. 사실 집 주인과 업자와는 거리가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서로 좋은 편이다. 집주인은 살다보면 집에 대한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을 거고 업자도 손 한번 봐주러 다니려면 거리가 멀면 아무래도 교통이며 시간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 천안 광덕 집주인인 김선생님이 거실에서 집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 천안 광덕 집주인인 김선생님이 거실에서 집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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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광덕은 가장 최근에 지은 집이다. 그러니까 작년 여름에 끝내고 새 집에서 산 지 얼마 안되는 집으로 이곳도 나무난로를 했는데 집주인은 "따셔요. 나무를 때면 방이 쩔쩔 끓고 따뜻한 편이에요"라며 대체적으로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더니 이것 저것 둘러보며 아쉬운 것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화장실에 전에 엑셀을 돌린 것 같은데 화장실이 냉골이여, 그리고 화장실 타일 메지가 떨어져 나가 실리콘을 쏴야 할 것 같아요. 여기 필름도 약간 뜨고…."

김선생님의 침실, 커텐과 침대가 새로 놓여 있다.
 김선생님의 침실, 커텐과 침대가 새로 놓여 있다.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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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 건 몇가지 이야기를 하는데 딱히 큰 문제들은 아니었다. 집주인인 김선생님과는 집을 지으면서 엄청나게 싸우기도 했다. 김 선생님은 왕년에 공수부대 출신으로 다혈질이었다. 그러나 먼저 성질부터 내고는 그 다음은 뒤끝이 없어 그냥 술 한잔 마시고 풀어버리는 성격이었다.

그 다음은 천안 입장이었다. 집을 지은 지 5년이 되었으니까 2004년 여름이었을 것이다. 생각나는 건 집 짓는 옆에 천혜의 조건인 계곡이 있어 100mm 파이프로 물을 받아 폭포를 만들어 사워를 했던 기억이 난다. 

▲ 동화 작가 선생님과 윤성희 선생님이 집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동화 작가 선생님과 윤성희 선생님이 집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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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에서 오랫동안 선생님을 하시고 얼마 전에 명퇴를 하고 집에 계시는 윤성희 선생님으로 천안 예총 회장까지 하시는 분이다. 아주 소박하고 소년 같은 마음씨라 술 한 잔 하고 어울리면 시간 가는 줄 모르시는 분이다.

"요즘도 집을 지어요? 전 세종뉴스 자주 들어가는데... 지난번 문자 메시지도 받았는데…."

윤 선생님과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눈 뒤 다음 행선지를 향해 차를 몰았다. 진천쪽으로 고개를 넘어가면 백곡저수지가 나온다는 윤 선생님의 말을 듣고 고개를 넘었다.

충북의 자연환경 명소 100선이라는 백곡지를 지났다.
 충북의 자연환경 명소 100선이라는 백곡지를 지났다.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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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세종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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