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에 한껏 물이 오른 버들강아지가 한들한들 봄에게 어서 오라  손짓을 한다. 들녘에는 아지랑이가 너울거리고 이제는 완연한 봄 날씨가 추위에 웅크리고 집안에서만 지내던 여인들을 유혹하며 춘심을 자극한다.

 

봄을 알리는 전령사 야생화 복수초가 사람들의 왕래가 드문 산자락에 살포시 고개를 들어 겨우내 꽁꽁 얼었던 대지 위를 뚫고 수줍게 드러낸다. 작고 귀여운 꽃을 보니 오묘한 자연의 신비로움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미 아랫녘에서는 양지 바른 곳에 매화꽃이 피어 봄을 타는 여인네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파릇파릇하게 돋아나는 새싹들은 서로 자랑이라도 하듯 며칠 전 내린 단비에 쑥쑥 올라와 정답게 인사를 한다.

 

봄바람이 유혹하는 나른한 봄날 2주전쯤 미국에서 살던 손위시누이가 고국으로 돌아왔다. 3년여 만에 돌아온 시누이와 함께 전북 정읍에 사시는 부모님을 뵙기 위해 고향을 향해 출발한다. 시골에 도착하자 부모님과 뜨거운 포옹을 하고 그간의 정담이 오간 뒤 시간이 흐르자 창 너머 텃밭을 바라보며 시누이가 옛 추억을 상상한다.

 

"봄이 오면 떠오르는 추억이 있잖아! 달래 냉이 씀바귀 등 나물을 캤었던 거 말이야! 미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거지. 고향에 오니 불현듯 옛 추억이 떠오르네. 겨우내 부족했던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해 이른 봄 먼저 나오는 새순들을 따서 나물로 만들어 먹었던 기억도 나고, 여러 가지 나물들을 캐다가 무침도 만들고 된장국도 끓여 먹었었지."

 

이야기가 도란도란 오가자 지금쯤 냉이가 나오지 않았을까? 라는 말과 함께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머니와 시누이 나, 셋이서 집 앞 텃밭으로 나간다. 이웃집 할머니께서 어느새 커다란 자루에 봄나물을 가득 캐서 들고 가신다.

 

텃밭으로 들어가자 냉이가 지천이다. 예전에는 먹을 수 있는 나물의 모양을 잘 몰라서 찾지 못했던 생각도 난다. 부지런한 손놀림으로 어머니와 시누이가 냉이를 캔다. 어느새 바구니에 한 가득 냉이가 쌓인다. 고국에 돌아와 그리웠던 부모님도 만나고 마음이 한결 편안한 시누이가 냉이를 캐며 흥에 겨워 노래를 한다.

 

봄맞이 가자(작사 : 김태오, 작곡 : 박태현)

 

동무들아 오너라 봄맞이 가자

너도 나도 바구니 옆에 끼고서

달래 냉이 씀바귀 나물 캐오자

종다리도 높이 떠 노래 부르네

 

동무들아 오너라 봄맞이 가자

시냇가에 앉아서 다리도 쉬고

버들피리 만들어 불면서 가자

꾀꼬리도 산에서 노래 부르네

 

언젠가 씀바귀를 냉이로 착각해 냉이인줄 알고 캐다가 된장국을 끓였다가 된장국이 너무 써서 먹지 못하고 낭패를 봤던 적이 있었던 나는 "그게 정말 냉이 맞아요?" 몇 번을 되풀이하고 냉이인지 향을 맡아보고서야 안심을 하고 냉이를 캐기 시작했다. 사실 냉이와 씀바귀는 생긴 모습이 비슷하다. 지금도 구분을 잘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즐거운 대화를 나누면서 냉이를 다듬은 뒤 절반은 데쳐서 나물을 만들고 절반은 된장국을 끓였다. 냉이무침은 고추장과 각종 양념을 넣어 조물조물 버무려 무쳤고, 냉이 된장국은 멸치 다시국물을 내어 된장을 풀고 냉이 국을 끓였다. 냉이의 상큼한 향과 된장의 고소함이 집안에 진동한다. 아버지께서 한마디 하신다. 역시 봄나물 하면 냉이가 최고야! 아침 밥상이 봄으로 가득 찼다.


태그:#냉이무침, #냉이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세상을 오늘도 나는 꿈꾼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