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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들이 떠나고 난 우포늪, 물억새만이 드넓은 늪을 지키고 있다.
▲ 겨울 우포늪 철새들이 떠나고 난 우포늪, 물억새만이 드넓은 늪을 지키고 있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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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막바지에 가 본 우포늪은 호젓했다. 철새의 비상을 찾았던 탐방객도 뜸해진 때문일까. 세찬 바람에 일제히 몸을 치 떨던 갈대도 푹 고개를 숙인 채 다소곳하다. 겨우내 철새들로 살아났던 늪이 이처럼 오솔한 것은 늪 전체의 얼음이 다 풀린 까닭도 크다. 우포늪은 꽁꽁 얼어붙어야 철새를 붙잡아둘 수 있다.

장제마을을 거쳐 주메제방에 올라서니 '우포(소벌)' 전체가 노을에 감치며 일렁이는 물빛이 곱다. 늪을 내려다보며 맨눈으로 망망한 늪을 휘휘 훑어본다. 헌데 떼거리로 옴짝대던 철새는 간데없다. 한겨울이 지난 탓일까. 그러나 소목마을 어귀에 이르렀을 즈음 갈대숲 언저리에는 철새들이 머물고 있었다. 겨우내 바람막이 삼았던 늙은 갈대를 잊지 못해 떠나지 못한 쇠기러기 떼, 노을에 휘감겨있는 모습이 애잔하다. 왜 떠나지 못한 걸까. 슬쩍 헛기침을 해봐도 기척이 없다.

겨울을 이겨낸 버들이 새봄을 향해 파릇한 움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다.
▲ 버들군락 겨울을 이겨낸 버들이 새봄을 향해 파릇한 움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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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왕버들 군락지 모습
▲ 여름 소목 왕버들 군락지 여름 왕버들 군락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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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 사계 중 늪이 느긋하게 쉴 수 있는 때라곤 이즈음뿐이다. 누구하나 어느 것 하나 늪 자체를 꼬드기지도 않는다. 도드라졌던 갈대군락도 철새가 떠남으로 다 사그라져 물속에 잠겼다. 한껏 가물었던 늪지에 단비가 내려 더더욱 흥건하게 젖었다. 하지만 머잖아 늪은 새 생명들로 환한 빛을 띠게 된다. 바짝 마른 수초를 헤집어 보니 고만고만한 알씨들이 봄 마중 채비에 부산하다.

우포늪은 고만고만한 알씨들로 봄맞이에 한창

그뿐만이 아니다. 늪 전체가 두껍게 얼었던 탓에 겨우내 쪽배 한번 띄우지 못한 주민들도 첫 출어를 준비하며 살찐 붕어와 가물치 잡이에 기대가 부풀었다(원칙적으로 우포늪에서는 어로행위가 금지되어 있으나 목포에서 어업허가를 받은 다섯 가구는 일정 정도의 고기를 잡을 수 있다). 때를 기다리며 한가로이 매어 있는 쪽배가 예사롭지 않았다.

우포늪 지킴이에 따르면 "올해는 예년과 다르게 가뭄이 심해서 늪의 세가 좋지 않겠다"고 한다. 또한 그는, "겨울 내내 고인 물의 깊이가 한 자 정도는 더 되어야 늪이 자연스럽게 숨을 쉴 텐데, 그나마 담수되어 있는 늪의 물은 여러 가지 생물들의 조화로운 생태계로 크게 걱정할 것은 없어나 유입수가 적었던 탓에 자정능력이 떨어져 부영영화가 걱정이 된다"며 "늪의 여러 가지 환경정화능력이 일어나기 때문에 예년과 같은 우포의 봄을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겨울 소목나루 모습
▲ 겨울 소목나루 겨울 소목나루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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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의 봄 소목나루 모습
▲ 우포의 봄 우포의 봄 소목나루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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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은 사계절 어느 때 찾아도 좋다. 그만큼 우포는 광활한 자연습지를 품고 있다. 우포늪은 그 모습이 소를 닮아 붙여진 '우포'(牛浦)라 불리고 있으나, 지역 주민들에겐 '소벌'이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하게 불린다.

우포늪의 봄맞이를 위한 길라잡이

우포늪은 크게 네 개의 습지로 이루어져 있다. 즉, 소가 드러누운 형상으로 '소벌'이라 부르는 '우포', '모래늪벌'인 '사지포', 물이 깊어 여름철 홍수 때 떠내려 온 나무들이 밀려들기 때문에 '나무갯벌'이라 이름을 붙인 '목포', 그리고 '쪽지'처럼 생겼다 해서 '쪽지벌'이다.

그중 우포늪은 토평천이 흘러드는 곳으로 네 습지 가운데 면적이 가장 넓다. 토평천은 우포늪에서 갑자기 넓어지는 바람에 흐름이 느려져 상류에서 떠내려 온 것들이 두툼하게 쌓인다. 우포늪은 깊은 곳과 얕은 곳, 상류에서 내려온 흙이 쌓여 육지로 변해가는 곳이 뒤섞여 있다. 여기는 육지화를 일러주는 버들이 새롭게 무리를 이루고 있다. 늪에 버들이 군락을 이루면 늪 그 자체의 생명이 다한다.

늪 전체가 얼음으로 뒤덮여 있는 겨울 우포늪
▲ 겨울 우포늪 늪 전체가 얼음으로 뒤덮여 있는 겨울 우포늪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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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밥과 자라풀이 초록 융단을 만들어 내고 있다.
▲ 여름 우포늪 개구리밥과 자라풀이 초록 융단을 만들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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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를 찾는 사람들이 주로 발길 닿는 곳은 우포늪이다. 우포늪의 수생식물이나 철새를 관찰하려면 유어면 세진리 쪽 우포늪을 찾는 것이 좋다. 이곳은 최근 람사르총회를 맞아 우포늪 생태관이 세워졌고 공중화장실, 안내소 겸 매점 등도 잘 갖춰져 있다. 세진리 탐방로 옆 야산에는 전망대가 있어서 우포늪에 내려앉은 고니, 기러기, 청둥오리 등의 철새를 관찰하기 좋다.

수생식물이나 철새를 관찰하려면 세진리 우포늪을 찾아야

이곳에는 갈대, 물억새, 부들과 같은 물가 식물과 말즘, 가래줄과 같이 물속 식물, 개구리밥, 마름, 자라풀과 같이 물위 식물을 두루 볼 수 있다. 이는 새들에게도 영향을 주어 깊은 데는 헤엄을 잘 치는 기러기나 오리, 고니 같은 것이 많다. 왜가리, 해오라기 같이 덩치가 큰 새는 얕은 물에서 주로 노닌다. 물풀 사이에 둥지를 트는 물닭이나 논병아리는 헤엄도 잘 치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목포는 느낌이 아늑하고 조용한 호수 같다. 다른 늪에 비해 물이 깊어 어류나 잠수를 할 수 있는 논병아리, 물닭, 오리, 기러기 같은 철새들이 많이 찾는다. 양옆으로 길게 늘어져 있고 물풀이 덜 자라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적한 겨울 목포의 모습
▲ 겨울 목포 한적한 겨울 목포의 모습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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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랑 따윈 필요없어' 촬영지, 여름 목포다.
▲ 목포 영화촬영지 영화 '사랑 따윈 필요없어' 촬영지, 여름 목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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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목나루는 우포늪에서 풍광이 가장 빼어난 곳이다. 특히 새벽안개가 짙게 깔리면 꿈결처럼 몽환적인 풍경이 연출된다. 소목나루를 찾아 가려면 장재마을 방면으로 진입해 '푸른우포늪사람들' 앞을 지나 우포 민박 옆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5분쯤 걸어야 한다.

소목나루에는 장대나무배와 함께 늪 곳곳에 띄워진 표식이 꽤 많이 눈에 띈다. 겨우 한두 명이 탈 수 있을 만큼 자그마한 나무배는 이곳 주민들의 어로활동에 사용된다. 목포는 우포늪 가운데 합법 어로 활동이 이뤄지는 유일한 곳이다. 행정당국에게 내수면어업 허가를 받은 다섯 집이 붕어 따위를 잡아 요리를 하거나, 논우렁이를 잡아 진액을 내어 생계를 꾸리고 있다.

소목나루는 우포늪에서 풍광이 가장 빼어난 곳

사지포는 토평천과 물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수위가 인위적으로 조절되는 늪이다. 한국농촌공사가 필요 여부에 따라 물높이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물이 들고 나는 변화가 적다보니 물풀이 가장 많이 자라는 특징을 띠고 있다. 마름, 생이가래, 자라풀, 물옥잠, 개구리밥 같은 물풀이 늪을 가득 메우고 있다. 그래서 이곳은 자연생태 늪체험을 하거나 논우렁이를 잡아볼 수 있다.

우포늪 전체를 개략적으로 훑어 볼 수 있는 안내도
▲ 우포늪 안내도 우포늪 전체를 개략적으로 훑어 볼 수 있는 안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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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벌은 '쪽지'처럼 조그만 곳이다. 우포늪을 빠져나온 토평천이 여기를 거쳐 낙동강으로 나간다. 쪽지벌은 깊은 곳도 있고 얕은 데도 있고 육지가 거의 다 된 곳도 있다. 물풀이 많은 지역도 있고 그렇지 않은 데도 있다. 쪽지벌은 사람들이 가장 적게 찾는다. 그래서 탐방객들에게 시달려 스트레스를 받은 철새들이 쉬러 즐겨 찾는 곳이다.

철새들이 떠난 우포늪. 우포늪 터줏대감들이 하나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겨울동안 말없이 철새들의 비상을 지켜보았던 늪 주변의 버들이 봄 맞을 채비에 한창이다. 물닭들도 다시 텃새를 부리기 시작한다. 늪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가뭇가뭇 개구리밥의 겨울눈도 물위로 향하고 있다. 우포늪을 초록 융단으로 가득 채울 일꾼들이다. 우포늪의 봄은 그렇게 다가오고 있다.


태그:#우포늪, #목포, #사지포, #쪽지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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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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