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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물론, 들판에서 겨우내 추위를 견디어 내고 파릇파릇 솟아오르는 봄의 전령사 나물을 볼 때면 봄이 왔음을 느낀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얼음이 녹고 청량한 소리를 내며 흐르는 개울물을 바라보고 있을 때 봄을 느낀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버들피리를 만들어 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자면 개울가에 있는 버들강아지가 피고 물이 오를 때면 봄을 느낀다는 사람 등 사람마다 각기 봄을 느끼는 방법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난 봄이 왔음을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재래시장이다. 봄의 향기를 느끼기 위해 24일 계룡시에서 열린 재래시장인 화요장터를 찾았다.

 

 

 

재래시장에 가면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그야말로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 그리고, 아직도 우리 곁에 겨울이 머물러 있는데도 불구하고 재래시장에는 어느새 겨울은 가고 봄이 성큼 다가와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먼저, 재래시장에는 봄의 전령사, 봄의 맛을 대표하는 냉이와 달래, 벌금자리 등 각종 나물이 봄 냄새를 풍기며 마치 유혹하듯 시장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싱그러운 채소와 푸름을 자랑하고 있는 각종 화초들이 어느덧 봄의 한가운데 와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특히, 두텁고 칙칙했던 겨울옷은 그 흔적을 감춘 지 오래고, 이제는 화사하고 상큼한 봄옷이 시장 거리를 환하게 밝혀주고 있다. 이에 덧붙여 무질서하게 잔뜩 쌓여있는 옷들 중에서 신중하게 옷 한 벌을 고른 한 아주머니의 카랑카랑한 흥정소리는 마치 웅크려 있다가 기지개를 켜듯 답답했던 가슴마저 시원하게 뚫리는 듯하다.

 

봄의 기운을 만끽하며 시장을 걸어가다 보면 어디선가 코끝을 자극하는 맛있는 부침개 냄새가 시장통에 진동을 하며 유혹의 손길을 뻗는다.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시장에 같이 갔던 일행들이 냄새를 따라 한 곳으로 향한다. 이미 부침개 파는 가게 주변에는 이를 맛보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치고 있다.

 

우리 일행들도 장사진을 헤치고 들어가 마침내 부침개를 파는 주인과 눈이 마주치고, 손가락으로 이것저것을 가리키며 '빨리빨리'를 외친다. 재촉한다고 빨리 나오는 건 아닌데도 말이다.

 

"아, 다 익어야 나오는 거지 빨리 달랜다고 빨리 줘요? 덜 익은 걸 잡수려고요?"
"다른 사람들 먹는 거 보니께 입맛 땡기는구만"

 

 

이윽고 노릇노릇하게 익힌 녹두전과 팥이 든 감자전이 접시에 담겨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젓가락이 전을 향해 날아든다. 순식간에 녹두전은 바닥이 나고 그나마 감자전은 한사람 앞에 한 개씩 나온 터라 여유 있게 집어 들고는 후후 불어대며 맛을 음미했다.

 

"조금 모자라는 것 같은디"
"더 먹을랴?"
"아녀유. 됐시유"

 

아쉬움을 남기고 등을 돌리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부른다.

 

"자~유, 하나 더 잡슈"
"그냥요?"
"젊은 양반이 아쉬워하는 거 같아서 그냥 잡숴."
"고마워요."

 

 

이것이 진정 사람 사는 향기가 아닐까? 이 어려운 때에, 누구 하나 지갑에서 돈 꺼내기를 아까워하는 때에 정(情)으로, 인심으로 대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재래시장인 것이다.

 

사람 사는 향기를 느낀 오늘은 정말 '운수 좋은 날'인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재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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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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