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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도 모르게 주변이 파헤쳐진 묘지(충남 금산군 제원면 수당리)
 주인도 모르게 주변이 파헤쳐진 묘지(충남 금산군 제원면 수당리)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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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어느 날, 충남 금산에 사는 정아무개씨는 조상의 묘를 찾아갔다 당황했다.

조상 묘지(금산군 제원면 수당리) 둘레가 누군가에 의해 모두 파헤쳐져 있었던 것. 묘지만 덩그러니 남아 허물어지기 직전이었다. 누군가 묘지를 파헤칠 작정을 하고 벌인 일이 분명해 보였다.   

주변사람들에게 확인을 해보니 창고신축 공사를 하고 있는 최아무개씨가 벌인 일이었다. 정씨는 금산군청으로 달려가 남의 묘지 주변을 파헤치도록 인·허가한 연유를 따져 물었다.

군청측은 지난 해 3월, 현지 확인과 묘지이장 동의서 등을 살펴본 후 산지관련법상 별 문제가 없다며 최씨에게 건축허가를 내준 상태였다. 

군청 관계자들은 민원이 제기된 직후 현장을 방문해 공사주인 최씨를 만나 경위를 물었다. 하지만 '해당 묘지는 허가구역 밖에 있는 것으로 동의대상이 아니며 곧 묘지주인이 이장예정'이라는 답변을 듣고 되돌아왔다.

정씨는 거듭 '동의한 사실이 없다'며 군청에 이의를 제기했고 군청관계자들은 지난 해 12월 초 2차 현장조사를 통해서야 해당 묘지가 정씨의 조상의 묘임을 확인했다. 최씨가 엉뚱한 사람으로부터 묘지이장동의서를 받아다 군청에 제출했고, 군청 측은 이를 아무런 의심없이 받아들여 인허가했던 것.

묘지 주인 "군청에서 허위서류 믿고 인허가... 어이 없다"

묘지주인도 모르게 파헤쳐진 묘지
 묘지주인도 모르게 파헤쳐진 묘지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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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는 "인근 주민이 해당 묘지를 자신의 조상묘라고 주장해 이를 믿고 묘지이장동의서를 받아 군청에 제출한 것"이라며 "묘지 주인이 따로 있는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산군청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최씨가 허위로 묘지동의서를 작성해 인허가를 얻은 후 목적을 달성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씨가 엉뚱한 사람으로부터 묘지이장동의서를 받은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1차 현장방문 때 허가지역내 묘지를 허가대상이 아니라고 허위진술한 이유도 납득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군청 관계자는 "허가지내 산림법 위반 사실 여부를 조사한 후 사법처리하고 공사허가를 모두 취소할 계획"이라며 "하지만 최씨가 묘지 주인인 정씨와 원만히 합의할 경우 선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묘지 주인인 정씨의 입장은 다소 다르다.

정씨는 "남의 묘를 파헤친 사람도 이해할 수 없지만 허위 묘지동의서를 확인없이 받아들인 군청 공무원들의 처사에 어이가 없다"며 "그런데도 군청 공무원들이 모든 책임을 허위신고한 건축주에게만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태그:#묘지이장, #허위동의서, #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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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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