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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과 30여년의 인연을 맺어온 이명박 대통령이 장례미사가 열리는 20일 추도사를 통해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한승수 국무총리가 대독한 추도사에서 "우리는 지금 추기경님의 선종을 슬퍼할 수만은 없다"며 "님을 세상에 보내어 종으로 삼으신 것이 하느님의 뜻이셨다면 님을 세상에서 데려가는 것도 뜻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하느님은 우리에게 소중한 분을 데려가면서 우리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변화할 기회를 주었다"며 "추기경님이 남기신 메시지는 감사, 사랑 그리고 나눔"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빈손으로 오셨다가 사랑을 남기고 간 추기경님은 이제 서로를 용서하고 사랑하며 현재에 감사하고 어려운 이웃에게 손을 내밀 것을 바란다"며 "우리 모두 추기경님이 남기고 간 뜻을 받들어 서로 사랑하자"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추기경님은 우리 곁을 떠나지만 우리 마음 속에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며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는 말로 추도사를 끝맺었다.

 

다음은 이명박 대통령의 추도사 전문이다. 

 

오늘 우리는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큰 기둥이셨고, 우리의 나아갈 길을 가르쳐 주신 큰 어른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배웅하려고 합니다. 추기경님의 선종을 온 국민과 함께 깊이 애도합니다.

 

작년 성탄절 날 저희 부부가 찾아뵙고 여러 말씀 나눌 수 있었는데 그것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습니다. 힘들어 찾아뵐 때마다 기도해주시고 용기와 격려를 불어넣어주신 추기경님의 숨결을 지금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제는 하늘나라에서 편안히 쉬시기 바랍니다.

 

추기경님께서는 가톨릭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지도자로서 항상 병든 자, 가난한 자, 약한 자와 함께 하셨습니다. 산업화 시대에는 소외된 노동자들 편에서, 때로는 불의와 부정에 맞서 정의를 말씀하시고, 행동하셨습니다. 민주화 시대에는 민주화를 열망하는 국민의 편에서 권위주의에 맞서 정권의 압박을 맨 앞에서 온 몸으로 막아내셨습니다.

 

네편 아니면 내편이라는 이분법이 팽배한 요즘에는 타인을 존중하고 마음을 열고 대화할 것을 가르치셨고, 그러면서도 원칙을 잃지 않으셨습니다. 권력이 오만해지거나 부패할 때에는 준엄히 꾸짖으셨고, 시류에 휩쓸려 흔들릴 때에는 가야할 바른 길을 일러주셨습니다.

 

힘없는 자에게는 한없이 인자하셨고, 가진 자와 오만 앞에서는 추상과 같으셨습니다. 추기경님 스스로도 ‘다시 살아보라고 해도 더 잘 할 자신이 없다’고 하실 만큼, 진실로 전력을 다해 살아오셨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지금 추기경님의 선종을 슬퍼할 수만 없습니다. 님을 세상에 보내시어 종으로 삼으신 것이 하느님의 뜻이셨다면, 님을 세상에서 데려가시는 것도 뜻이 있기 때문이라 믿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소중한 분을 데려가시면서, 우리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변화할 기회를 주셨습니다. 추기경님이 말씀과 행동으로 이 세상에 남기신 메시지는 감사, 사랑 그리고 나눔입니다.  빈손으로 오셨다가 사랑을 남기고 가신 추기경님은 이제 서로를 용서하고 사랑하며, 현재에 감사하고, 어려운 이웃에게 손을 내밀 것을 바라십니다.

 

우리 모두 추기경님이 남기고 간 뜻을 받들어 서로 사랑합시다. 추기경님은 우리 곁을 떠나지만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함께 할 것입니다.

 

김수환 추기경님,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이명박#김수환 추기경#추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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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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