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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부대 부모 초청 행사에서 배식을 받고 있는 부모들
군부대 부모 초청 행사에서 배식을 받고 있는 부모들 ⓒ 김혜원

"군인들에게 미국산 쇠고기를 먹일 수도 있다던데 알고 계세요?"
"설마…. 지난해 국방부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군납은 없을 거라고 했는데 불과 몇 달 만에 말을 바꾼단 말이야?"

북한의 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 때문에 안 그래도 군에 간 아들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번엔 광우병에 걸렸을지도 모를 미국산 쇠고기를 군인들에게 먹일 수도 있다니. 아들을 군에 보낸 엄마는 정말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

미국산 쇠고기 군납?... 군인 아들 둔 부모는 마음 졸인다

 1식 3찬이 기본이라는 군대 급식
1식 3찬이 기본이라는 군대 급식 ⓒ 김혜원

불안한 심정에 뉴스를 검색해보니 지난 17일 '미국산 쇠고기 군납반대 시민모임'(전국여성연대, 전국여성농민회, 평화어머니회, 평화여성회, 평화재향군인회 등 10여개 시민단체들로 구성)이 한겨레신문사 3층 강당에서 기자회견과 토론회를 열고 미 쇠고기의 장병 급식 반대, 국방부의 미 쇠고기 군납금지 선언 ,국방부의 쇠고기 산지둔갑 차단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함께, 전의경제도 폐지 등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고 한다.

배포된 자료를 살펴보니 국방부는 WTO 규정을 들어 '미국산 쇠고기의 군납 제외를 공식화 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이전까지 써왔던 호주산이나 뉴질랜드산 쇠고기가 어느 순간 미국산 쇠고기로 바뀌어 우리 아들들의 식단에 오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촛불로 전국이 떠들썩하던 지난 5월 국방부는 축산농가를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수입산 쇠고기를 꼬리곰탕이나 오리고기 등으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민의 눈치를 본 것이든 국방부 스스로 독자적인 판단을 한 것이든 당시엔 두 아들이 모두 군 복무 중인 엄마 입장에서는 국방부에 상장이라도 주면서 칭찬을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런 발표가 있은 지 몇 달 되지도 않았는데, 다시 미국산 쇠고기의 군대 급식 가능성 이야기가 사회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니. 70만 대군을 거느린 높으신 장교나 관리자급들께서 왜 그리 쉽게 말을 바꾸고 마음을 바꾼 것일까.

'어둠의 자식' 만든 부모, 마음이 짠하다

소위 능력있는 부모를 둔 '신의 아들'이나 받는다는 병역면제도 받지 못해 현역으로 복무를 하게 된 두 아들은 가끔 우스개 삼아 자신들을 신이 버린 '어둠의 자식들'이라 부른다. 녀석들의 개그에 웃어주긴 하지만 부모된 입장에서 마음 한쪽이 '짠'한 것은 어쩔 수 없다.

능력이 없어 군 면제도 받게 해주지 못한 부모는 아들들이 군대라는 닫힌 공간에서 그 푸른 청춘을 보내면서 몸 고생 마음 고생 하는 것에 늘 가슴 아프다. 어쩌다 편지에 천리행군이니, 동절기 훈련이니, 유격이니 하는 말이 써 있으면 엄마는 더욱 마음이 짠하다. 그리하여 음식보따리를 들고 힘들었을 아들을 찾아가 손수 만든 음식을 먹이는 것으로 위로를 대신하곤 한다.

엄마가 싸가지고 간 음식들을 거칠게 튼 손으로 게눈 감추 듯 집어 먹는 아들들의 모습을 보면서 눈시울을 적시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을까. 안그래도 가슴이 아파 죽겠는데 그런 아들에게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그래서 정부 부처 식당에서도 중·고등학교 급식에서도, 심지어는 일반 식당에서까지 퇴출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인다고 생각하니 분해서 잠이 오지 않는다.
 과거 육개장에 들어간 소고기는 뉴질랜드나 호주산 수입육이었다
과거 육개장에 들어간 소고기는 뉴질랜드나 호주산 수입육이었다 ⓒ 김혜원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 들라고 할 수도 없고...

촛불소녀들은 학교의 만류에도 스스로 촛불을 들고 일어나 중·고등학교 급식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몰아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상명하복에 항명이 불가능한 군인의 특성상 미국산 쇠고기 급식을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해도 촛불을 들고 단체행동에 나설 수도 없고. 답답한 노릇이다. 

군인들의 특성이 이렇기에 군인 엄마는 더욱 잠이 오지 않는다. 아들의 입대 후 부대로부터 부모에게 보내져 온 편지에 이런 글귀가 써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부모가 군에 보낸 아들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소중한 자녀인 줄 잘 알고 있으며 해당 부대의 부대장은 물론 모든 군 책임자들이 그 귀한 아들들을 자신의 자녀처럼 소중하게 알고 아끼고 사랑하겠으니 부모님은 아무 걱정하지 말고 아들의 군 생활을 격려, 지지해 달라고. 

그런 편지를 받고 감격해서 감사의 답장을 쓸 뻔 했었다. 정말 내 아들들을 그렇게 사랑하고 위해준다면 2년여의 군복무기간이 고되고 어렵다한들 무엇이 걱정이겠나 싶었다. 하지만 이제보니 그들의 부하사랑은 다 거짓인 듯하다. 어떻게 자신들이 자식처럼 사랑한다는 부하장병들에게 국민들이 꺼려하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이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국방부가 장병들의 건강을 생각지 않고 급식에 나서겠다고 하면 엄마들은 그런 국방부와 싸워서라도 막을 수밖에 없다. 엄마는 자식들의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언제든 투쟁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알아보니 이미 많은 군인 엄마들이 미 쇠고기 군납반대 모임을 만들어 온·오프라인 상으로 활동에 들어갔으며 그들을 사랑하는 '곰신(군대간 애인을 기다리는 여자친구 하는 뜻의 고무신을 줄인 말)'들 역시 지난해 촛불 정국 때처럼 애인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행동에 들어갈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의 군이 70만이라면 70만 군인 뒤에 그들을 낳아 키운 70만 엄마가 있음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또 그들을 기다리는 적어도 40만은 될 그들의 곰신들 역시 무시하지 말아주길 바란다. 아니 이런 부모와 애인 그리고 우려하는 가족들보다는 군 통수권자 스스로 자식보다 더 사랑한다는 부하 장병들의 건강과 안전을 정치적 이유로 포기하는 일 없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라는 마음이다.


#미국산소고기군납반대#군대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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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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