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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의 봄이 날 설레게 한다. 봄기운이 완연한 섬진강 강가의 물오른 나뭇가지는 파란 빛으로 물들어간다. 강바람에 서걱대는 푸른 대숲에도, 강물에서 날아오르는 청둥오리 떼의 날갯짓에도, 봄이 아른대고 있다. 봄은 어느 결에 섬진강을 온통 에워싸고 있다. 이른 봄 섬진강을 거슬러 오르며 맞이하는 봄은 아주 특별하다. 뱃전에 스치는 바람과 부서지는 강물이 시원스럽다.

 

우리나라에서 4번째로 긴(218.6km) 섬진강은 전북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 데미샘이 발원지다. 수정같이 맑은 데미샘은 사시사철 물이 마르지 않는다. 진안군과 임실군 운암면에서 갈담저수지로 흘러들어 곡성읍 북쪽에서 남원을 지나 남동으로 흐르다 압록 근처에서 보성강과 합류한다. 이후 지리산 남쪽의 협곡을 지나 경남과 전남의 도계를 이루면서 광양만 망덕포구로 흘러든다.

 

섬진강을 따라가는 길은 설렘이다. 광양의 망덕포구에서 운영호를 타고 섬진강을 거슬러 올랐다. 따스한 봄 햇살에 반짝이며 일렁이는 물결이 여행객의 마음을 유혹한다. 살랑대며 스쳐가는 봄바람, 파릇한 색감으로 가득한 강변의 나뭇가지에는 금방이라도 새싹들이 돋아날듯하다.

 

 

굽이굽이 강물을 거슬러 올라 강어귀에 닻을 내리고 강굴을 따는 운영호 선상에서 내려 거북바위에 올랐다. 소나무 숲을 헤치며 한참을 걸어가니 진월면 돈탁 마을이다. 작은 산밭에는 매화나무가 가득하다. 꽃망울을 잔뜩 머금었다.

 

지난해 매화마을에서 매화향에 흠씬 취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넘실대는 강물과 쏟아지는 꽃비는 이곳이 선계가 아닐까 하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아름다웠다. 잔뜩 부풀어 오른 매화 꽃봉오리를 보며 “매화꽃이 피면 참 좋을 텐데” 아쉬움을 달래고 있는데 함께한 일행이 매화꽃 한송이가 피었다며 탄성을 지른다.

 

봄빛은 가득하지만 아직은 바람이 차가운데 봄의 여신이 예쁜 매화꽃 한송이를 피워냈다.  살포시 피어난 매화꽃 한송이에 기분이 좋아진다. 매화꽃이 마음을 행복하게 한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매화향기 가득해지면 흰나비 너울너울 춤을 출 것이다. 수줍게 피어난 꽃송이에 봄빛이 가득하다. 돈탁마을 앞 논둑길에는 봄까치꽃도 피었다.

 

섬진강을 떠올리면 김용택 시인이 생각난다. 김용택 시인의 시에서 섬진강의 이미지가 가장 잘 떠오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초봄 섬진강에서 언뜻 떠올랐던 섬진강 시 한편을 읊조려본다.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기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뜰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환하게

꽃등도 달아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특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펴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 김용택의 섬진강 1

 

덧붙이는 글 | - 지난 15일 다녀왔습니다.  

-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봄, #섬진강, #매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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