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살은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부드러움의 결정판이다. 묵은지나 새송이버섯과 음식궁합이 잘 맞는 꽃살은 핏기만 가시게 해서 먹어야 육즙과 부드러운 풍미가 살아난다. 바싹 익히면 고기가 질기고 맛이 없다. 같은 쇠고기라도 한우암소가 그 맛이 가장 탁월하다.
쇠고기의 부위 중에 가장 맛있는 걸 달라고했더니 추천한 메뉴가 꽃살이다. 일반적으로 살치살이라고도 부른다는 꽃살, 꽃등심은 알아도 꽃살은 처음 듣는 좀 낯선 이름이다. 그런데 낯선 녀석의 가격이 만만치가 않았다. 비싸서 언뜻 주문하기가 망설여졌다.
이왕지사 제일 만난 것으로 먹기로 했으니 맛이나 보자. 꽃살을 참숯에 구워 먹어보니 정말 맛있다. 역시 특별한 부위답다. 쇠고기의 부위 중 특히 부드러움이 도드라진다.
쇠고기는 부위별 구분이 쉽지 않다. 하기야 미국소와 한우 구별도 쉽지 않은데 어찌 그걸 다 알까. 식당업주의 양심을 믿고 먹을 수밖에. 소비자들도 육안으로 부위를 가려낼 수 있는 안목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우고기를 썰면 처음에는 암적색이지만 공기 중에 30여분 노출되면 선홍색이 되고 차츰 갈색으로 변한다. 고기 맛을 좌우하는 마블링은 섬세하게 고깃결에 박혀 있으며 흰색 지방층의 분포는 가늘고 고르다.
갈비에서 나왔다는 꽃살을 구워 붉은 기운이 감돌 때 소금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입에서 살살 녹는다. 무던하게도 은근한 쇠고기 본래의 맛이 꽃살에 오롯이 다 담겨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