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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까요? 딸기는 제가 좋아하는 과일 중 하나입니다. 특히, 제가 딸기를 좋아하게 된 데에는 어릴 적 한참 성장기에 있을 때 딸기로 인해 받았던 치욕스런 사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치욕을 받으면 ‘내 다시는 안 본다’, ‘내가 그거 먹으면 사람이 아니다’는 식으로 잊어버리려고 하지만 전 더욱 집착하게 되었습니다.

 

딸기에 집착하게 된 이유, 친구의 배신(?)

 

딸기를 사먹는 게 어려웠던 어린 시절, 옆집에 살던 친구 집은 비닐하우스에 딸기농사를 지으며 그것을 내다 팔아 생활비며, 자식들 학비를 대주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 친구는 딸기 농사를 짓는 집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다른 아이들은 쉽게 먹을 수 없었던 딸기를 마음껏 먹게 되었고, 딸기를 한참 수확하는 수확철이 되면 그 친구는 다른 아이들의 부러움을 독차지하며 대장 노릇도 했습니다.

 

특히, 학교에도 도시락과 함께 후식으로 딸기를 싸 오기도 했는데, 딸기를 보고 달려 든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자기가 맘에 드는 친구에게만 딸기를 나누어 주며 약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저는 옆집에 살던 죽마고우였기에 당연히 내 몫이 돌아올 줄 알고 순서를 기다렸는데, 저의 이런 바람과는 달리 그 친구는 눈치 한 번 주지 않고 다른 친구들에게만 딸기를 나누어주는 게 아니겠습니까?

 

‘설마, 못 봐서 그러겠지’하며 일부러 그 친구가 잘 보이도록 앞에서 왔다갔다 하는데도 그 친구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심지어 어쩌다 눈까지 마주쳤는데도 못 본 체 하며 다른 친구들과만 나누어 먹는 게 아니겠습니까?

 

지금 생각해 보면 별 것도 아닌 일인데, 그 당시에는 왜 그리 서운했는지 모릅니다. 그 때부터 어머니와 장 보러 읍내에 나갈 때면 다른 건 거들떠보지도 않고 무작정 과일가게 앞에 가서, 그것도 딸기가 진열되어 있는 진열대 앞에 서서 사달라고 떼를 썼습니다. 아마도 이때부터 제가 딸기를 좋아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선물로 받은 화분 딸기, 정성껏 키우다

 

이번 달 초 한 행사에 참석했다가 선물로 화분 딸기를 받았습니다. 열매 하나 없이 무성한 잎과 꽃이 달린 화분도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먹고 싶은 마음에 6~7개의 작은 열매가 매달려 있는 화분을 선택해 사무실로 가져왔습니다.

 

“웬 딸기여? 열매도 열렸네?”
“예. 행사장 갔다가 선물로 줘서요. 거름은 충분히 있으니까 물만 잘 주면 된다네요.”

 

사무실에 화분 딸기를 갖다 놓으니까 싱그러운 잎사귀와 딸기 열매가 열려있어서인지 사무실 분위기가 조금은 산뜻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전 매일 출근하면 분무기로 화분 딸기에 물을 주면서 정성껏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딸기 열매가 다 열리고 다 따서 먹을 때까지 키워보자는 생각으로 말이죠.

 

“하나는 다 익어가는데. 열매가 달려 있던 걸 가지고 와서 그런지 금방 익겠네.”
“그러게요. 다른 것들도 끝이 조금씩 붉어지기 시작했어요.”

 

따서 먹을 딸기는 얼마 안 되지만 직접 길러서 따 먹으면 보람도 있을 것 같아 빨리 딸기가 익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라진 딸기, 누가 따 먹었을까?

 

지난 12일 화분 딸기를 선물로 받은 지 꼭 10일 지났을 무렵, 사무실 동료 한 분이 물어봅니다.

 

“누가 딸기 따 먹었네. 조금 덜 익었을 텐데...”
“예? 어디, 어디요? 조금만 더 놔두면 빨갛게 익었을 텐데, 누가 벌써 따 먹었지요?”
“우리는 아닌데? 다른 사람이 사무실 들락날락거리다가 먹은 거 아녀?”
“아이 참! 우리는 열심히 키워서 남 준 꼴 됐네요. 누가 먹었을까?”

 

고작 딸기 하나가 아까워서가 아닙니다. 매일 물을 주면서 조금씩 익어가는 모습을 보면 복잡해진 마음도 순화되고 자린고비가 굴비 메달아 놓고 쳐다보면서 침을 흘렸던 것처럼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는 딸기를 보면서 딸기 먹는 생각을 하면 잠시나마 행복했기 때문입니다.

 

“남은 딸기나 잘 키워서 하나씩이라도 나누어 먹죠 뭐.”
“그러자구. 다른 것들도 끝이 빨개지는 걸 보니께 금방 익겠는데.”
“별건 아닌데, 자꾸 아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무실 식구가 먹었으면 했는데.”
“먹은 셈치지 뭐. 그리고 아직 많이 열릴 거 같은데.”

 

그렇게 해서 작은 소동은 일단락되었습니다. 누가 따 먹었는지 그 범인(?)은 찾을 수 없었지만, 아니 찾으려고 하지도 않았지만 과연 누가 제 딸기를 따먹었을까요?

 

아무튼 지금은 다른 딸기들이 탐스럽게 조금씩 익어가고 있지만, 유일하게 빨갛게 익어가던 딸기를 도둑맞은 덕분에 제 화분 딸기에는 지금도 덜익은 딸기만 매달려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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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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