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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첫 번째,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뒹굴뒹굴 잠꾸러기 시절.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적응이 되질 않아 계속해서 이불 속으로 숨어들던 어느 겨울. 부모님은 저를 깨우기 위해 TV 뉴스를 크게 틀었습니다. 이불 밑에 깔린 뜨뜻한 전기장판의 온기에 기분 좋게 익어가며 비몽사몽 꿈과 현실을 헤매던 찰나.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습니다.

“아, 전자파 나와.”
“응? 아침부터 뭔 소리야.”
“전기장판 전자파~!”
“자다가 봉창 두드리니?”

그런데 이때. TV에서 앵커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현재 시판되는 전기장판들에서 인체에 유해한 전자파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기자가 보도합니다...

“어라?”

부모님이 정색하며 뉴스를 보는 사이에 저는 다시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장면들을 봅니다. 놀라서 중얼중얼 하다가 부모님에게 물었죠.

“방금 죽은 사람 누구야? 경찰차가 왜 저렇게 생겼어?”
“얘가 진짜… 빨리 학교 갈 생각이나 해.”

이불을 확 걷어버리는 부모님. 금방 봤던 사고 소식은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날 아침 그야말로 개꿈을 꿨다고 여기며 까맣게 잊고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야! 장국영 죽었데!”
“그건 좀 심했다.”
“정말이야!”

만우절 거짓말인 줄 알았던 그날. 고등학교 영화 연구반 친구들과 저는 장국영(장궈룽)이 죽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충격과 슬픔. <아비정전>의 그가 죽다니. 그가 유작으로 남긴 <이도공간>을 예매하러 극장에 갔다가 나이 많은 아저씨들이 그를 호모라며 더럽다고 욕하는 소릴 들었습니다. 울컥. 생명이 죽었는데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라고 따지지도 못하고 울적한 마음으로 PC방으로 갔습니다.

상영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장국영을 애도하는 글들과 그가 죽은 현장의 사진들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망치로 뒤통수를 맞고 심장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어렸을 적에 꿈속에서 봤던 사고 현장과 심하게 닮아있었기 때문이죠. 중국 경찰의 제복과 경찰차의 모양, 주차된 위치, 현장의 사람들, 난간, 호텔 근처의 모습 등등….

저는 정말로 그의 죽음을 미리 본 것일까요? 충격을 심하게 받았는지 이후 2년이 지나서야 간신히 <이도공간>을 봤습니다. DVD 방에서 혼자 처박혀 보는데 마침 장르가 공포영화라서 그런지 땀이 삐질삐질 흘렀습니다. 무서울 줄 알았는데 다 보고나니 슬프더군요.

장국영의 유작이 된 <이도공간> 한 장면
 장국영의 유작이 된 <이도공간> 한 장면
ⓒ 부천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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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놀라운 허기

<이도공간>을 보고 얼마 후 통지서가 왔습니다. 징집 대상자이니 언제까지 훈련소로 오라는 입영 통지서. 아, 가기 싫은 마음 억누르며 훈련소로 떠났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저는 놀라운 장면을 목격합니다. 훈련 중 지쳐서 연병장 계단에 동기들과 모여 앉아 쉬고 있을 당시. 조교는 앞에서 훈련병들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습니다. 조교의 뒤쪽은 푸른 하늘이었고요. 그런데 멀리서 전투기 같은 것이 날아오는 거예요. 크기는 모양이 식별 안 될 정도로 작았고요. 소리도 안 났지만 전투기 특유의 하얀 꼬리를 그리면서요.

"와, 전투기 멋있다."

누군가의 감탄에 조교와 훈련병들이 일제히 전투기를 바라봤습니다. 그런데. 날아오던 전투기가 갑자기 사라지는 겁니다. 그 자리에서 갑자기 증발한 거죠. 그리고 또다시.

모두들 “어?” 하는 그 0.1초의 순간. 전투기로 보이는 그 물체가 직각으로 꺾어진 바로 위쪽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겁니다. 그리고 다시 전진하는 그 물체! 태양 근처로 날아가며 지그재그 한 번 하고는 사라져 버렸습니다. 뭘까요?

다들 어안이 벙벙해서 아무 말 못하다가 누군가 UFO(미확인비행물체) 아니냐고 하니까 여기저기서 피식피식. 저랑 몇몇의 동기들은 정말로 그럴지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다들 웃더군요. 진지한 얼굴을 하기가 차마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곧바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화제를 돌리는 조교와 동기들. 마침 취사장에서 맛있는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녁을 먹는 순간이 다가오자 모두들 오늘의 메뉴가 무엇일까 내기를 하더군요.

아, 저는 지금도 궁금합니다. 과연 UFO보다도 더한 호기심이 저녁 메뉴의 정체일 수 있을까요? 역시 사람은 뭘 하던지 먹고 나서 해야겠다는 황금 같은 교훈을 얻은 훈련소 시절. 과연 그 물체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덧붙이는 글 | 이상 '내 인생의 미스터리' 응모글이었습니다.



태그:#미스터리, #미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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