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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객 권정욱씨가 지난 해 11월 10일 창녕군청 홈페이지 민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참사 위험성을 경고했다.
 등산객 권정욱씨가 지난 해 11월 10일 창녕군청 홈페이지 민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참사 위험성을 경고했다.
ⓒ 창녕군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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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왕산 억새태우기 때 참사가 벌어진 가운데, 석 달 전 한 등산객이 창녕군청 홈페이지를 통해 대형참사를 이미 경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창녕군청 홈페이지 온라인민원상담실에 보면, 권정욱씨가 지난해 11월 10일 올린 글이 게재되어 있다. 권씨는 하루 전날 화왕산을 다녀왔다고 한 뒤,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보통 산을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조용하고 아늑한 산을 즐기길 바랄 것"이라며 "하지만 입구에서부터 들려오는 커다란 노래소리, 등산객을 상대로 입구에서 노점하시는 분들 이해할 수 있지만, 조용히 산을 즐길 수 있도록 입구에서만 장사를 하시게 하면 안될까?"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노점상이 산 정상까지 이어진 건 분명 문제가 있고, 산 정상에 넓게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며 "그런데 거기서 물을 끓여서 컵라면을 판매하던데, 억새밭에 불이라도 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권씨는 "대피소도 없고 소화전이나 불을 끌 수 있는 시설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대략 보기에도 정상에 몇 백명의 등산객이 억새밭에서 시간을 보내고 계셨고, 화기 사용으로 인해 불이 난다면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으니 강력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3등산로를 이용하여 정상에 올라갔고, 정상 부근의 길은 좁고 양옆으로 낭떠러지인데 안전보호시설이 없었으며, 추락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우려된다"며 "화왕산은 너무나 멋지고 아름다운 산이었고, 이러한 화왕산을 더욱 안전하고 멋지게 즐길 수 있도록 빠른 조치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에 창녕군은 어떻게 답변했을까? 창녕군청 도시산림과 담당자는 다음 날 민원에 답변했다. 창녕군은 "화왕산을 찾아주시고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걱정해 주신 귀하께 감사드리며 산행에 있어 불쾌감을 드려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인사했다.

이어 창녕군은 "화왕산 정상에서 이루어지는 영업행위에 대하여 우리 군에서는 매년 지속적인 행정처분과 고발조치를 병행하고 있으나, 노점 행위 자체가 생계유지 수단인지라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어 애로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창녕군은 "향후 화기사용과 상행위에 대한 지속적인 계도와 단속으로 화왕산을 찾는 이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고, 제3등산로 위험구간에 대해서는 현재 설계 중에 있으며 금년 중 로프, 목재계단 등 안전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창녕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과 '창녕군에 바란다' 등의 게시판에는 누리꾼들이 갖가지 주장을 담은 글을 올리고 있다. 누리꾼들은 "이번 참사는 자연 재해가 인재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12일 인터넷을 통해 권정욱씨의 글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은 미리 대처했더라면 참사는 면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다.

경찰 '사법 처리 방침'... 14일 고 윤순달씨 장례

지난 9일 발생한 화왕산 참사로 인해 인명 피해는 사망 4명, 부상 68명으로 집계되었다. 부상자 중에는 중태 6명, 중경상 58명이다.

경찰이 화왕산 참사와 관련해 수사에 나서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중확 경남지방경찰청장은 12일 "수사 과정에서 행사 당시 각종 안전대책이 소홀했거나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주최측인 창녕군 관계자에 대해 사법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화왕산 억새태우기 때 방화선 설치 부분이 미흡했고, 물 뿌리기 등의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주 중 수사를 마무리해 구체적인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창녕경찰서는 창원지방검찰청 밀양지청의 지휘를 받으며 수사를 하고 있다. 지난 10일 밀양지청 담당 검사가 화왕산 정상 일대를 살펴보기도 했다.

창녕군은 사망자 유가족과 보상 협상을 벌이고 있다. 유가족들은 보상 협상이 끝나는 대로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화왕산 안전요원으로 배치됐다가 희생된 창녕군청 공무원 고 윤순달(35)씨의 장례식은 13일 치러진다. 고 윤순달씨의 유족들은 공무원노동조합장(葬)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창녕군-군의회 '보상 조례' 마련

창녕군과 군의회는 '화왕산 억새태우기 사고 피해자 보상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희생자들에 대한 보상의 길이 열렸다. 군의회는 12일 제160회 임시회를 열고 집행부에서 긴급히 제출한 조례를 처리하고, 이번 사고 관련 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날 임시회는 억새태우기 행사과정에서 엄청난 인명사고가 발생하여 사고수습차원과 향후 안전대책에 철저를 기해나간다는 측면에서 이뤄졌다. 군의회는 앞서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에 대한 명복을 빈다"는 측면에서 애도문을 채택하고, 사상자와 피해 가족의 신속한 보상과 피해대책마련에 최선을 다해나갈 것을 결의했다.

창녕군은 이번 행사와 관련해 삼성화재와 사망 시 보험 보상한도 최대 3억원(1인당 한도 1억 원), 치료비 최대 1000만 원(1인당 한도 200만 원) 등의 계약을 했다. 따라서 지금까지 밝혀진 4명의 사망자와 60여 명의 부상자에게 보상금으로 지급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조례의 주요 내용은 인적 피해를 본 피해자에게 법적 보상금과 함께 특별위로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보상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군수가 결정해 보상처리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보상심의위는 위원장 1명(부군수)을 포함해 피해자 추천인사 4명, 군 추천인사 4명, 군의원 1명, 보험심사평가사 1명, 손해사정인 1명, 의료관련자 1명 등 13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보상금의 지급대상과 범위, 보상금액, 수령권자의 적격성 등을 심의·의결하게 된다. 창녕군과 군의회는 이번 억새태우기 피해자들에 대한 신속한 보상을 통해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위로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태그:#화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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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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