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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시리도록 아프네요. 특히 고 윤순달님 어찌 하나요. 아직 어리기만한 두 아들을 남겨두고. 그리고 아무리 정신이 없더라도 창녕군수님, 부상자들 치료비 걱정하지 말라고 해야 도리 아닌가요? … 이럴 때일수록 잘 보듬고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아요. 창녕군 공무원과 군민 여러분 힘내세요."

창녕군과 창녕경찰서, 창녕소방서 등은 10일에 이어 11일에서 화왕산 정상 주변에 대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창녕군과 창녕경찰서, 창녕소방서 등은 10일에 이어 11일에서 화왕산 정상 주변에 대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 경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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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발생한 창녕 화왕산 억새태우기 참사에 대해 한 누리꾼이 창녕군청 홈페이지에 "우째 이런 일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따끔하게 지적했다. 창녕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과 '창녕군에 바란다'란에는 누리꾼들이 이번 참사를 안타까워하면서도 '안전 불감증' 등을 비난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이번 참사로 인한 사상자는 총 68명으로 집계되었다. 창녕군 재난안전대책본부와 창녕경찰서 등에 따르면, 4명이 사망하고, 64명이 부상했다. 부상자 중에는 화상 등으로 인한 중태가 6명이며, 나머지는 중경상이다.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0일 오전까지 실종 신고자는 모두 13명이었는데, 4명은 사망자였고, 9명은 귀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10일 오후 장애1급 노아무개(32․창녕)씨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들어와 경찰서․소방서․군청 공무원 등 400여 명이 투입되어 화왕산 일대에서 수색을 벌이고 있다.

이번 참사로 인한 사망자는 백계현(55, 창원), 윤순달(35, 여, 창녕), 김길자(67, 여, 김해), 박노임(42, 여, 광양)씨다. 창녕군청 환경과 7급 공무원인 윤순달씨는 참사 당시 화왕산 정상 배바위 주변에서 안전요원으로 투입됐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자들은 창녕서울병원, 부산하나병원, 서울한강성심병원, 대구푸른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 공무원 수사 등 착수

창녕경찰서는 이번 참사와 관련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행사는 창녕군이 주최하고 배바우산악회가 주관했는데, 경찰은 10일부터 창녕군청 관계자들을 소환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수사 과정에서 김충식 창녕군수가 소환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아직 김 군수 소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행사 전 산림청의 허가과정을 비롯해 관련 법규 준수 여부를 살피고 있다.

경찰이 이번 참사에 대해 어떤 법규를 적용할지 여부가 관심거리인데, 업무상과실치사상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당시 화왕산 정상에서 방화선을 어느 정도로 설치했느냐도 관건이다. 방화선은 불이 나는 지점과 관광객 사이의 완충지역을 말한다. 창녕군청 측에서는 방화선 폭이 30~50m였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등산객들 사이에서는 20m 안쪽인 구간도 있었고 일부 구간은 3~5m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창녕군 "돌풍 때문에..."

창녕군은 사고 수습에 나섰다. 김충식 창녕군수는 11일 오전 사고수습 방안에 대한 브리핑을 통해 '갑작스런 돌풍으로 인한 사고'라고 밝혔다.

창녕군은 "경찰, 군인 등과 합동으로 사고발생 지역에 대해 실종자 수색을 계속하고 있으며, 실종자 2명의 신원이 모두 확인됨에 따라 보상문제와 합동분향소 협의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창녕군은 김충식 군수를 본부장으로 하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했다. 총괄상황반, 사후처리반, 인명구조반, 의료구호반을 본격 가동하고 있으며, 군청 앞 자원봉사센터에 사고수습대책본부를 설치했다.

김충식 군수는 10일, 앞으로 억새태우기 행사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창녕군청 공무원들은 고인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근조 리본를 착용하기로 했고, 군청사에 애도 현수막을 걸었다.

9일 창녕 화왕산 억새태우기 참사와 관련해 김충식 창녕군수는 11일 창녕군청에서 브리핑을 통해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9일 창녕 화왕산 억새태우기 참사와 관련해 김충식 창녕군수는 11일 창녕군청에서 브리핑을 통해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 창녕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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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정치권 논평 "끔직한 일"

이번 참사에 대해 지역 정치권도 논평을 발표했다. 한나라당 경남도당은 11일 논평을 통해 "정월대보름 가족들의 안녕과 건강을 소망하는 간절한 마음들이 화마에 희생을 당하는 끔직한 일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도당은 "좀 더 준비하고 대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고,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안전의식을 높이고,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부상 당한 사고자들도 빨리 쾌유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민주당 경남도당도 이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국가의 존재 이유는 바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있다"며 "용산 참사의 희생자에 대한 장례식도 치르지 못한 상황에서 화왕산 참사를 바라보며 국민들은 허탈해 하고 있고, 전혀 다른 성격의 참사이지만 인명을 경시하는 공권력의 안전 불감증에서 빚어진 참사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도당은 "바싹 마른 18만㎡의 억새밭을 태우는 위험한 행사를 개최한 창녕군이 준비한 안전대책은 턱없이 부족했고, 기상 돌변 등 가변적 상황에 대한 대비책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면서 "야간에 3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해발 756m의 산 정상에 모이는 행사임에도 대피통로 확보 등 안전대책의 부실함은 이미 지적되어 오던 일이어서 더욱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도당은 "이번 참사는 그동안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하여 보여 왔던 전형적인 전시행정의 결과다"며 "이번 화왕산 참사를 계기로 각 지방자치단체는 선거를 의식한 이벤트성 행사에 대해 전면적 재검토를 시작해야 할 것이며, 지방 경제를 살리고 지역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지는 못하고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예산을 낭비하는 날림 행사는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도당은 "경남도와 관계 당국은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여 인재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이번 참사에 대한 철저한 원인 규명과 함께 책임자를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라며 "용산참사는 정부의 과잉진압이 낳은 인재이며, 화왕산 참사 또한 지자체의 안전불감증이 낳은 재난이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일벌백계함으로써 희생자와 유족들을 위로하고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할 것"을 촉구했다.


태그:#화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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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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