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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사나이 원세훈 국정원장 후보자의 말이 우습다.

"(접경지역이 많은) 강원도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안보에 관심을 가졌다."

 

정보와는 거리가 먼 원세훈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의 궁색한 답변이다. 이에 대해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마저도 "강원도에서 근무한 사람은 안보의식이 있고 전라도, 경상도에서 근무한 사람은 (안보의식이) 없다면 말이 안 되겠죠"라고 했다.

 

페일린, "나는 우리 집에서 러시아를 볼 수 있어요!"

 

원세훈 국정원장 후보자의 궁색한 답변에 지난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였던 페일린이 떠올랐다.

 

미 대선을 한달여 앞둔 시점, CBS의 케이트 쿠릭이 '러시아와 가장 가까운 주에 살고 있는 것이 어떻게 그녀의 외교정책에 경험이 됐느냐' 고 물었다. 페일린은 이렇게 답했다.

 

"푸틴이 고개를 미합중국의 영공에 들이미는 마당에 러시아와의 국가안보 문제를 생각해보면 그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그들은 도대체 어디로 오는가? 바로 알래스카다. 국경만 넘으면 곧바로 온다.  러시아가 바로 곁에 있기 때문에 이 강대국을 감시하는 눈이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해주려고 알래스카에서 사람들을 파견한다. 그들은 알래스카 바로 턱밑에 있다."

 

지난 미 대선에서 최고의 코미디 소재로 러시아와 가까운 지역의 주지사라서 외교를 잘 안다는 페일린의 지난 인터뷰다. 이에 대해 파리드 자카리아 뉴스위크 국제판 편집장은 그의 칼럼에서 이렇게 비꼬았었다.

 

"난 2주 전 북극 상공을 거쳐 도쿄에 갔다. 그렇다면 나도 산타클로스 전문가가 되는 건가?"

 

러시아 대사 적임자로 꼽혔던 '알래스카' 페일린

 

집인 알래스카에서 러시아가 보였기 때문일까? 지난 10월 외교전문잡지 포린폴리시에서 선정한 <전문가들이 뽑은 차기 정권의 드림팀 내각 명단> 중 러시아 대사에 페일린이 적임자로 꼽혔다. 한데 그 이유가 재미있다(2008.10.21 헤럴드경제 “러시아 대사 페일린 적임”).

 

“알래스카 주지사 출신인 페일린의 사냥 취미, 솔직한 말투, 여우털 부츠 등이 (같은 취향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 특별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 같다.”

 

'알래스카' 페일린과 '강원도' 원세훈은 닮은 꼴?

 

보수적 성향인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페일린의 부통령 지명은 “창피하다”고 혹평했으며 당초 페일린을 지지했던 보수적 성향의 격주간지 내셔널 리뷰 온라인의 칼럼니스트 캐슬린 파커조차 지난 26일 “존 메케인 후보와 공화당, 또 그가 사랑하는 국가를 위해 페일린은 사임해야 한다. 그는 외교와 경제 분야에 무지하며, 신속히 공부하지 않으면 국민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물론 비판만 있었던 건 아니다. 러닝메이트 후보로도 거론됐던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MSNBC와의 인터뷰에서 페일린의 언론 노출이 자제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페일린은 이제껏 3번의 인터뷰를 했으며 이 가운데 아주 작은 실수를 저질렀다고 생각한다. 페일린을 페일린 그 자체로 놔두는게 현명하다. 언론에 또 국민들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권고했다(2008. 9. 30. 뉴시스 "페일린, 부통령 후보 자격 놓고 갈수록 의견 분분" 기사)

 

오늘(11일) 한국의 신문들은 원세훈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군대는 안 갔어도 '강원도' 출신이므로 안보 걱정 없다?

 

원세훈 후보자가 국가정보기관 수장으로서 최초의 군 미필자라는 민주당 원혜영 의원의 지적에 대해 원 후보자는 "미국 (오바마 정부에서) CIA 국장에 지명된 페네타도 군 복무 경험이 없다. 그런 경험이 없어도 (직무수행에) 문제없을 거라고 본다"고 했다.

 

하지만 원혜영 의원은 국정원은 최근까지도 직원 채용을 병역의무를 마친 자로 한정했다고 지적했다. 국정원의 그간의 채용정보는 어떠했을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국정원 홈페이지를 찾았다. 하지만 국정원 채용정보 게시판은 '한의사 채용정보'를 공지한 2009년 1월 30일 이후의 두 개의 글만 남아있다. 하지만 무슨 문제가 있으랴? '강원도' 사나이, 원세훈 후보 아닌가?

 

참고로 자카리아 편집장은 위에서 인용한 뉴스위크 칼럼의 끝에서 페일린을 선택한 공화당과 매케인 후보에 대해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분명 심각한 도전이다. 이런 시기에 존 매케인이 페일린을 러닝메이트로 고르다니 근본적으로 무책임하다고 하겠다.  매케인은 항상 나라가 먼저라고 말한다.  이 중대 사안의 경우를 보면 그 말은 사실이 아니다."

 

# 최재천 변호사의 싸이월드 글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글입니다.


태그:#원세훈, #페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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