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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 직원에게 물포를 쏘게 한 건 경찰의 잘못인데… 처벌하기는 어렵다."

 

경찰에게 '일부' 잘못은 있지만 처벌은 불가하다는 것이다. 서울 용산참사 수사결과 발표 현장에서 기자들이 시종일관 경찰의 책임을 따졌다면, 검찰은 초지일관 "경찰의 잘못은 있지만 처벌은 어렵다"는 말을 반복했다.

 

9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열린 검찰의 용산참사 수사 결과에 대한 질의 응답 시간은 매우 신중하게 진행됐다. 검찰은 철거민들이 설치한 것과 똑같은 모양의 망루를 제작해 왔다. 그리고 경찰 채증 동영상 등을 제시하며 자신들의 수사 결과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다.

 

질의 응답 과정은 철저하게 모든 방송사 카메라 촬영을 중단한 채 진행됐다. 검찰은 사전에 '생중계 금지', '녹화 및 녹음 금지'를 요구했다. 또 중앙지검으로 통하는 모든 출입문을 철저히 통제했고, 현관 출입구에도 어느 때보다 많은 병력을 배치했다.

 

질의 응답 시간은 1시간을 넘겼다. 중간에 쉬는 시간도 있었다. 검찰은 이미 망루 화재와 사망 사건의 책임이 철거민들에게 있다고 발표한 뒤였다. 기자들은 철거 용역 직원들과 '합동 작전'을 벌인 경찰의 책임을 추궁했다.

 

하지만 정병두 1차장검사는 "경찰의 진압에 사전준비와 작전 진행상의 아쉬운 점은 있으나, 그 모든 걸 갖추었어도 사망 사고는 막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경찰의 일부 잘못은 있으나 처벌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유는 "경찰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직무를 유기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찰의 과잉 진압 지적에 대해서 정 차장검사는 "그 부분을 판단하는 데 가장 고민이 많았다"며 "화염병이 투척되는 등의 상항에서 경찰의 판단을 믿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도 경찰의 형사 처벌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다음은 기자들과 경찰의 일문일답이다.

 

"위험성에도 작전 강행? 그 판단에 제일 고민 많았다"

 

- 경찰의 진압에서 사전준비나 작전 진행상 아쉬운 점이 있다고 했는데, 무슨 의미인가? "경찰이 처음 진압 준비할 때 크레인 300톤짜리 2대를 빌릴 예정이었으나 하룻만에 준비가 안 돼 100톤짜리 한 대만 있었다. 소방차도 6대 오기로 했으나 진압 시작할 때는 2대만 있었다. 화학소방차도 진압 계획서 상에는 있었으나, 실무과정에서 굳이 출동할 필요가 없어서 출동 안 했다. 그런 게 있었으면 전체적인 모양이 갖춰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게 있었더라도 사망 사고는 막기 어려웠다."

 

- 철거민들이 1월 18일 남일당 건물 진입하는 걸 막지 못했다.

"그건 수사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철거민들은 19일 새벽 3시에 남일당 건물에 진입했다. 망루 자재는 크레인으로 올렸다. 경찰은 철거민 진입이 심야에 이뤄졌기 때문에 사전 포착이 어려웠다고 한다. 사전에 막지 못한 게 범죄가 되는 건 아니다."

 

- 어쨌든 처음 작전 계획 문건과 비교해봐도 경찰의 준비 부족 아닌가. 

"작전계획에는 보면 고가사다리, 바구니처럼 사람을 담아 올리는 '바구니차' 두 대도 있어야 했다. 그게 현장에 없었던 이유는 화재 진압 장비가 아니기 때문에 소방서에서 출동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작전 변경은 현장에서 이뤄졌는데,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에게는 보고하지 않았다. 김석기 청장은 작전 변경을 몰랐다."

 

- 사람들이 과잉 진압이 아니냐고 지적하는 건, 장비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위험성이 있는데도 작전을 강행했다는 의미다. 

"그걸 판단하는 데 제일 고민이 많았다. 아까 말한 소프트웨어적인 문제를 정책 판단이라고 봤다. 아까 자료화면을 통해 화염병 투척을 봤지만 디테일한 부분은 경찰의 판단에 의지해야 하지 않겠나. 지금까지 드러난 여러 가지를 종합하더라도 형사적 처벌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 경찰의 판단 실수로 볼 수 있나.

"우린 작전 전문가가 아니라 판단 실수를 판단하기 어렵다. 준비 부족 등 세부 사항을 종합해도 업무상 그리고 과실 치사 혐의를 판단하기 어렵다."

 

- 남일당 건물에 올라간 철거민과 협상을 시도했다고 했는데, 어느 시점이었나.

"1월 19일이었다. 경찰이 전국빈민연합을 통해서 전국철거민연합의 대외협력국장과 이야기를 했다. 그 전철연 간부가 남일당에 있는 철거민들에게 경찰의 협상 제의를 전달했다. 그런데 '구속을 각오하고 있다, 경찰이 철수하지 않으면 협상은 불가능하다'고 철거민들이 이야기했다. 그래서 경찰은 19일 밤 10시까지 퇴거하지 않으면 강제 진압 한다고 전달했다."

 

"용역 물포 쏘게 한 건 잘못... 경찰 처벌 조항은 마땅치 않다"

 

- 19일 철거민들에 대한 살수 판단은 누가 했나.

"용산경찰서장이 했다."

 

- 용역직원에게 대신 물포를 쏘게 한 사람은 파악했나?

"구체적으로 특정이 되지는 않았다."

 

- 그럼 용역직원이 알아서 물포를 쐈다는 말인가?

"그렇다."

 

- 용역직원들이 20일 진압작전에 동원되지 않았다는 증거는 있나.

"동원되지 않았다는 증명을 법으로 하는 건 불가능하다."

 

- 19일 오전 9시 30분께 경비과장이 무전으로 물포는 경찰이 쏴야 한다고 했다. 즉 물포 발사는 경찰 업무인 걸 인지했는데, 왜 경찰의 책임을 묻지 않나.

"물포를 쏜 직원에 대해서는 폭력행위를 물어 기소했다. 최초의 물이 나갈 때는 경찰이 지시한 바가 없다. 경찰관의 행위에 죄가 있다면 폭력행위 방조와 직무유기다. 그러나 방조죄가 가능한가? 처음부터 용역 직원이 물포 쏘는 걸 알았다면 경찰이 제지를 했어야 한다. 하지만 처음 지시할 때 경찰은 용역이 물포 쏘는 걸 몰랐다. 그래서 방조는 안 되는 걸로 파악했다.

 

직무유기는 재판에서 유죄를 증명하기 참 어렵다. 자신의 임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야 위업이 된다. 경비과장은 현장에서 이것저것 챙기느라 잠시 정신이 없었다고 한다. 무전 상황을 체크하면 그 상황이 이해가 된다. 지난번에 말한 공권력 위임을 민간인에게 할 수 있느냐를 살펴봤는데, 법령에 근거를 찾아보니 열쇠 수리공을 불러서 문을 따고 들어가는 거는 적용된다.

 

그러나 이 경우는 민간인이 물포를 쏠 수 없다는 것을 결론을 내렸다. 분명 경찰의 잘못은 있다. 하지만 처벌할 조항이 마땅치 않다."

 

- 물포 쏜 사람은 기소를 했는데, 그를 방패로 보호해 준 경찰은 처벌 못한다니 말이 되나.

"물포 쏘는 것은 분명 경찰의 업무다. 경비과장이 잘못 판단한 것은 틀림이 없으나 범죄가 되는 것과는 다르다. 범죄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범죄의 의도가 있어야 하는데 경비과장에게 그게 있다고 볼 수 없다."

 

- 민간인이 경찰의 허락없이 2시간 반 동안 물포를 쏠 수 있나?

"경비과장은 방패로 골프공 등을 막아주라고 했지만 물포를 쏘는 이가 용역직원인지는 몰랐다. 경비업법을 적용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는 적합하지 않다."

 

- 폭력행위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범죄 방조에 대한 미필적 고의 적용이 가능한가?

"가능하다."

 

- 그럼 경비과장이 용역 직원의 물포 발사를 인식했다면 미필적 고의로 볼 수 있지 않나?

"업무 수행과정에서 발생한 판단 미스라고 봤다. 물론 그 판단 미스가 적지 않다. 그러나 그것을 범죄로 보기는 어렵다."

 

- 법에 대한 무지는 용서받을 수 없다는 말도 있다.

"이 경우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 직무방기라고 볼 수도 있지 않나?

"역시 이 경우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 용역과 경찰이 합께 행동했다는 건 물포 외에 없나.

"전혀 없다."

 

- 경찰은 용역직원의 물포 발사를 폭력이 아니라고 본 것인가.

"현장에서는 물포 발사가 폭력행위라고 인식했음에도 그대로 뒀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비과장은 자기 잘못을 인정했다. 자신은 너무 바빴다고 본인 잘못을 인정했다."

 

- 당초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를 조사할 의지는 있었나?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는 있었다. 그러나 서면조사를 안 하고 무조건 소환조사를 하는 것은 안 된다고 봤다. 지위도 있으니까. 무전기를 꺼놓고 있었냐 아니냐는 형사 처벌과는 별개다."

 

- 현장에서 부실 보고 문제는 없었나.

"현장에서의 보고는 경찰이 판단할 문제다. 우리들이 관여할 문제는 아니다."

 

- 김 내정자는 무전기를 사무실에 켜 놓고 있었나.

"무전기를 수거해 조사해봤으나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았다. 무전 기록은 24시간만 기록돼 있는데 이미 18차례 덮어쓰기가 돼 있어 사실상 복구가 불가능하다."

 

"실체관계 밝히는데 눈치 안 보려해... 수사하면서 철거민 고통 이해"

 

- 왜 유족동의 없이 사체부검을 했는가.

"사체훼손이 너무 심해서 신원확인이 어려웠다. 또한 현행범 체포자가 많아 신속하게 처리했어야 했다."

 

- 유족들의 시체 확인이 늦은 이유는.

"신원 확인이 늦었다. 부검 끝나고 유족에게만 인계하라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유족에게 인도가 늦은 것은 유족 아닌 다른 사람이 시신을 보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라고 한다."

 

- 부검 관련해서 유족들이 불만이 많다.

"유족 측 변호사에게 부검 소견서 등의 일체 자료를 제공했다. 이의가 있을 경우 재부검이 가능하고 이 때 유족 측에서 요구하는 전문가도 참여가 가능하다고 경찰에서 공문을 발송했다. 현재까지 유족측의 재부검 요구는 없다.

 

더 이상 질문이 없다면, 우리 이야기를 몇 가지 하겠다. 사건 수사를 하면서 부실과 편파 논란이 일면서 비난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처음부터 실체 관계 하나만큼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었다. 중간에 빠진 부분도 있었지만 사실관계는 다 밝혀냈다고 보고 있다.

 

수사하면서 철거민들의 고통을 많이 알게 됐다. 구체적인 고소 사건이 접수되지는 않았으나, 이후 용역업체로부터 폭력을 당했다는 고소 사건이 들어오면 철저히 조사를 하겠다. 또한 철거 재개발 관련해서는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야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 같다."


태그:#용산참사,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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