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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시청률 30%가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장르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10~20대 여성을 주시청자 층으로 공략하는 트렌디 드라마의 경우 15%를 기준으로 실패냐 아니냐를 구분한다. 15%를 넘기면 평작이라 하고, 20%를 넘기면 성공한 드라마로 평가받는다. 30%를 넘기면 '대박' 드라마의 반열에 오른다.

 

20%를 넘기면 25%까지는 무난하게 올라갈 수 있으나 30%의 고지는 또 다르다. 예컨대 <궁>이나 <커피프린스 1호점>같이 굉장한 성공을 거둔 트렌드 드라마들도 시청률 30%의 고지를 넘는 데는 실패했다.

 

그런데 KBS 월화미니시리즈 <꽃보다 남자>는 방송 10회 만에 시청률 30%를 넘어섰다. 지난 3일 방영된 10회의 시청률은 30.5%(TNS미디어코리아)를 기록, 지난해 8월 첫 방영 이후 쭉 동시간대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에덴의 동쪽>(25.5%, 이하 동일기준)을 따돌리고 월화 드라마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그런데 요즘 잘나가는 드라마의 특징일까, <꽃보다 남자>는 최근 종영한 <너는 내 운명>, 주간 시청률 1위의 화제작 <아내의 유혹> 등에 이어 또 하나의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방송 첫 회부터 왜색 논란, 과도한 폭력성, 집단 왕따 현상, 미성년자에게 금지된 행동들을 고스란히 담아내 우려를 자아냈던 <꽃보다 남자>는 이후에도 각종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이번 주 방영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일 방영된 9회에선 극 중 고등학생의 신분인 소이정(김범 분)과 추가을(김소은 분)이 클럽에 출입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미 4회에서 주인공들의 클럽 출입이 한 차례 파장을 일으켰음에도 원작에 충실하기 위해 또다시 비슷한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9회 말미엔 주인공인 금잔디(구혜선 분)와 구준표(이민호 분)의 키스신이 문제가 됐다. 남녀 주인공 사이에 키스신이 이상할 건 없지만, 문제는 둘의 신분이 고등학생이란 점이었다. 학생 신분의 남녀 주인공들이 굳이 키스를 해야 했는지에 대해서도 비판과 옹호 여론이 팽팽하게 맞부딪쳤다.

 

욕설 논란도 있었다. 남자 주인공들이 티격태격하는 과정에서 이민호가 욕설을 하는 듯한 입모양을 했다고 일부 시청자들이 이것을 지적했다. 정확히 소리 내어 발음하진 않았지만 최근 몇몇 연예인들의 욕설 및 비속어 사용 논란 때문에 시청자들이 예민해져 있는 상태여서 논란의 불씨는 쉽게 점화될 수 있었다.

 

재밌게도 이런 각종 논란거리에 가장 적극적인 건 팬도 안티팬도 아닌 언론이다. 시청률 30%의 대박 드라마, 거기에 각종 소스거리를 연일 던져주니 기자들 입장에선 '참 좋은 드라마'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그 열기가 뜨겁다 못해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가령 이번 이민호 욕설 논란도 욕설을 했는지 안 했는지에 대한 사실 확인조차 되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에선 잇따라 기사를 내보냈다. 때문에 일부 시청자들은 오히려 언론이 논란을 키운다고까지 할 정도이다. 키스신 논란도 마찬가지다. 기사에 '일부 시청자의 의견'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지만 제목만 본다면 마치 드라마를 본 대다수의 시청자가 키스신을 거북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되어 있을 때가 많다.

 

그러나 무엇보다 <꽃보다 남자>를 다루는 언론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작 짚어야 할 것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은 방송 10회에 이르러 시청률 30%를 돌파한 <꽃보다 남자>가 안고 있는 내외적인 문제점, 개선되어야 할 그 무언가를 지적하지 않고, 논란거리에만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극적인 논란 대신 드라마의 문제점을 짚는 기사는 많지 않아

 

그렇다면 각종 논란을 제외한 <꽃보다 남자>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일단 드라마 내적으로 '연출'을 문제 삼을 수 있다. 현재 <꽃보다 남자> 시청자 게시판을 비롯하여 각종 관련 커뮤니티 등에 많이 올라오는 시청자들의 의견 중 하나가 바로 '감독의 연출력'이다.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엉뚱한 장면을 삽입하고, 짧게 가야 할 부분에선 길게, 길게 가야 할 부분에선 짧게 가는 등 시청자로 하여금 드라마에 몰입할 수 없게 만드는 연출이야말로 현재 <꽃보다 남자>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이라 할 수 있겠다.

 

가령 10회에서 금잔디가 구준표에게 초콜릿을 건네주는 장면에선 생뚱맞게 커플 이벤트 게임 장면이 삽입됐다.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남자친구인 구준표에게 손수 초콜릿을 만들어 건네준 금잔디, 그리고 그것을 보며 감동에 젖는 구준표, 이 둘의 감정 교류에 대한 디테일한 연출이 필요한 장면이었음에도 곧바로 넘어가 공짜 휴대폰을 갖기 위해 커플 게임에 도전한다.

 

물론 그 장면이 있었기에 둘의 사이를 알아챈 준표 엄마, 강희수(이혜영 분)의 계략으로 둘의 관계에는 위기가 찾아오게 된다. 하지만 꼭 커플 이벤트 게임이었어야 했을까?

 

너무 심한 출연진들의 오버 연기도 시청자 입장에선 불편하다. 7회에서 첫 등장하는 구준희(김현주 분)는 '엄한 누나'라는 캐릭터의 소유자다. 천방지축 동생 구준표를 휘어잡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인물로 그려지는 구준희, 그런데 금잔디에게 못되게 구는 구준표를 때리기 위해 목검을 집어든 것까진 좋았다. 문제는 그다음, 난데없는 텀블링으로 도로 한가운데에서 공중 2회전을 돌더니 때리기 시작한다. 그냥 걸어도 몇 걸음 안 되는 거리를 텀블링 해야 했을까? 이렇듯 때때로 과하다 싶을 정도의 오버 연기는 드라마의 몰입을 막는 큰 요소이다.

 

과도한 OST의 삽입도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꽃보다 남자> OST는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문제는 지나칠 정도로 자주 삽입되는 OST 때문에 불편을 느낄 지경이라는 것이다.

 

10회에선 우울해하는 금잔디를 위로하기 위해 윤지후(김현중 분)가 피아노를 치는 장면이 나왔다. 그런데 윤지후가 금잔디를 등지고 피아노를 치는 장면부터 둘이 같이 앉아 피아노를 치며 웃고 떠드는 장면까지 어김없이 OST가 흘러나왔다. 덕분에 두 인물 간의 대사는 거의 없었고, 피아노 음색도 짤막하게 몇 마디 흘러나간 정도였다.

 

드라마 외적으로 시선을 돌리면 출연진들의 잦은 사고 소식을 들 수 있다. 요즘 <꽃보다 남자>는 '부상병동'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주연배우들의 잦은 부상에 신음하고 있다. 무엇보다 교통사고의 비율이 높은데, F4 멤버들 중 이민호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이 모두 가벼운 교통사고를 겪었다.

 

김현중은 지난달 21일 촬영 장소로 이동하던 중 충돌사고를 겪었고, 바로 다음날 김준 역시 택시와 가벼운 접촉사고가 있었다. 지난 1일에는 김범이 뒤따라오던 차와 추돌사고를 당했다. 이민호의 경우에는 직접 사고는 당하지 않았지만, 그를 내려주고 돌아가던 매니저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주연배우들 대부분이 교통사고를 겪은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이런 사건의 원인에는 바쁜 촬영 스케줄과 지나치게 넓은 촬영 동선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꽃보다 남자>의 촬영지는 전국 곳곳에 분포되어 있다. 극중 구준표의 집은 경기도 화성의 세트장과 전남 담양 컨트리클럽의 클럽하우스, 신화고등학교는 대구의 계명대학교, 윤지후의 한옥은 경주에 위치한 신라밀레니엄파크, 이 밖에도 경기도 양평의 영어마을과 서울 돈암동의 죽집, 안산 대부도의 승마장 등 전국에 걸친 고정 촬영지의 수가 상당하다.

 

이런 촬영지를 하루에 많게는 4군데를 돌아다닌다고 하니, 이동에 드는 시간만 해도 상당하다. 거기에 촬영은 촬영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드라마가 높은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야외 촬영시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려 촬영이 중단되기 일쑤라고 한다. 결국,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당일 방영분의 촬영을 당일 오전이 되어서야 끝마치는 이른바 '생방송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빡빡한 일정의 악순환은 계속되고, 이 때문에 연기자와 스태프 모두 지칠 수밖에 없다. 연기자의 차량 운전을 담당하는 매니저 역시 피로감은 극에 달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교통사고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꽃보다 남자>는 각종 논란거리 이외에도 내외적으로 적지 않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점들을 지적하는 기사는 그리 많지 않다. <꽃보다 남자>가 끝난 뒤, 이민호가 욕설을 했는지, 키스신의 수위가 높았는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시청자도 있을 것이다. 한편으론 생뚱맞은 장면에, OST 남발에, 오버스러운 연기에 실망해 이것을 지적하는 기사를 찾는 시청자도 존재한다.

 

자극적인 논란거리만 다루는 게 아니라 드라마를 시청하고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의 문제점을 짚어내는 기사가 많아지길 바란다.


태그:#꽃보다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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