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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에서의 연설에서 '빈번(頻煩 힌판)'을 '번잡(煩雜 한자쓰)'라고 잘 못 읽었다.
▲ 아소총리의 모교 가쿠슈인(學習院) 대 모교에서의 연설에서 '빈번(頻煩 힌판)'을 '번잡(煩雜 한자쓰)'라고 잘 못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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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한자 공부 '열풍'으로 일본열도가 뜨겁다.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최근 사단법인 일본한자능력검정협회가 검정료 등으로 약 15억엔의 이익을 냈다고 전했다.

지난해 시험 응시자는 약 272만 명. 7년 전에는 약 158만 명이었던 것과 비교했을 때 단기간에 급성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일본문부과학성에서 "공익 사업인데 지나치게 벌고 있다"고 지적하며 감사까지 나올 정도 였다.

출판계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자쓰기나 퀴즈를 담은 한자책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보통 인기가 많은 책들은 얇고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은 1000~1500엔 정도다. 한자를 활용한 게임은 물론이고 TV 퀴즈 프로그램에서 한자를 잘못 읽었던 연예인이 인기를 얻어 노래를 발표하고 인기를 얻었다.

이렇게 일본이 한자로 호황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의 공이 컸다.

잇단 실언·식언·한자 오독 "한자 좀 외우세요!"

아소 총리가 공식석상에서 한자를 잘 못 읽어 빈축을 샀던 것이 계기가 된 것이다. 지난해 11월 7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일본 정부가 과거 아시아 각국에 대한 침략행위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답습(踏襲·도슈)'한다"고 읽어야 할 것을 '후슈'라고 발음했다.

12일 모교 가쿠슈인(學習院) 대의 중·일 교류행사에서 "1년 사이 이만큼 '빈번(頻煩 힌판)'하게 정상이 왕래한 것은 과거에 예가 없다"고 말하려던 것을 '번잡(煩雜 한자쓰)'이라고 잘못 읽었다.

또 중국 쓰촨(四川)성 대지진에 대해서는 '미조우'라 읽어야 할 '未曾有'를 '미조유'로 읽었다. 또한 중국 쓰촨(四川)성 지진에 대해서는 "미증유의 자연재해를 극복하고"라는 대목에서 '미증유(未曾有 미조우)'를 '미조유'로 읽었다.

계속되는 실수를 기자들이 지적하자 "그렇습니까? 단순한 읽기 실수, 혹은 착각이다"며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 머쓱한 아소총리 계속되는 실수를 기자들이 지적하자 "그렇습니까? 단순한 읽기 실수, 혹은 착각이다"며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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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이 "오독(誤讀)이 너무 잦다는 인상이다"라고 이 문제를 지적하자 아소 다로 총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그렇습니까? 단순한 읽기 실수, 혹은 착각이다(そうですか。単なる読み間違え もしくは読み勘違い。)"라고 답하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거듭되는 실수에 아소 총리는 한자어를 또 오독할까봐 국어책을 읽듯이 또박또박 연설문을 읽었지만 또 잘못 읽어서 사람들이 수군대는 것이 그대로 뉴스에 방영되기도 했다. 또한 민주당 의원이 아소 총리의 연설을 들으면서 꾸벅 꾸벅 졸다가 총리가 또 한자를 잘못 읽자 잠에서 깨어 비웃기도 했다.

단어에 따라 한자읽기의 음이 다양하게 변해서 사실 일본인들도 어려워하는 것이 한자이다. 젊은이들은 한자보다는 외래어를 표기할 때 쓰는 '가타가나'를 더 선호해서 한자교육의 부재가 문제시 되기도 했다. 그래서 TV 오락 프로그램에서 한자는 자주 쓰이는 소재이기도 하다.

아소 총리가 잘 못 읽었던 한자음을 외국인에게 테스트 해보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 외국인은 알까? 아소 총리가 잘 못 읽었던 한자음을 외국인에게 테스트 해보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 tokyo mx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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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사이트에는 아소 총리가 한자음독을 잘 못 한 것을 꼬집는 동영상이 많다. '입사시험에 나오는 한자문제'라는 제목의 동영상.
▲ "아소도 모르니깐 괜찮아" 유명 사이트에는 아소 총리가 한자음독을 잘 못 한 것을 꼬집는 동영상이 많다. '입사시험에 나오는 한자문제'라는 제목의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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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단어가 그렇게 얼마나 어렵나?

올 여름에 있는 일본어능력시험 1급을 준비중이라는 대학생 이수진(22)씨는 "일본어 공부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것이 한자이다. 하지만 이 정도 한자는 일본어능력시험 1급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나라의 총리가 이 정도도 못 읽었다니 일본인들이 창피해 할 만하다.

'tokyo mx'라는 케이블 방송국의 <5시에 집중(5時に夢中)>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수상의 한자능력(首相の漢字力)'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방송했다. 아소 다로가 틀린 한자어를 외국인은 읽을 수 있는지 테스트를 해보면서 진행자들이 한참 웃었다. 아이디 'biglee2070'는 '입사시험 한자문제(入社試験:漢字問題)'라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만들어 올려 "아소도 모르니깐 괜찮다"며 아소 총리를 조롱했다.

일본 누리꾼들의 반응도 아소를 질책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최근 유튜브에 방송 영상이나 동영상 등을 보고 글을 올린 아이디 '5383totodata'는 "한자를 읽을 수 없을지도 봐야 하냐"며 "정책 좀 어떻게든 해봐라"라고 말했다. 아이디 'gotanda77'은 "만화밖에 읽지 않아서 어휘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며 비웃었다. 아이디 'Gotanda9800yen'는 "아소가 치사하게 읽을 수밖에 없는 원인별 분류"라고 해서 상황별로 달라지는 일본의 한자 읽기 방법을 올려놓아 다른 누리꾼들로부터 추천을 받기도 했다.

정책 혼선과 잦은 말 실수로 지지율까지 급락하고 있는 아소 총리. 모교인 가쿠슈인 대학에서는 '가쿠슈인의 수치'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에 '국어 못하는 무식한 총리'라는 타이틀까지 갖게 된 아소 총리의 속 타는 마음과는 달리 한 쪽에서는 그 덕분에 호황을 누리고 있다.


태그:#일본 , #일본 총리, #아소 다로, #아소 총리, #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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