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홈페이지의
4대강 정비사업 홍보 책자에 해당 지역민이 압도적으로 찬성한다는 여론 조사 결과를 실어놓았으나 설문 내용은 물론 신뢰도·표본오차 등 기본적인 사항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오마이뉴스>가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국토해양부와 '4대강 살리기 기획단' 쪽에 여론조사 관련 기본 자료의 공개를 요청했으나, "내부조사 자료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1월부터 자체 홈페이지에 '맑은 강물, 청정자연, 우리의 미래, 4대강 살리기'라는 제목의 홍보 책자를 올려놓았다. 이 홍보 책자는 50만부를 제작해 일반 시민들에게 나눠줬던 것을 전자책(E북)으로 만든 것이다.
홍보 책자의 3쪽에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TNS Korea가 지난 1월 7일 전화면접조사를 통해 4대강 유역 7개 지역거주 만 19세 이상 지역민 1천명(부산시·대구시·안동시·나주시·함평군·충주시·연기군)을 대상으로 조사한 '4대강 살리기' 사업 관련 지역민 여론조사 결과표가 들어 있다.
조사 결과를 보면 낙동강의 경우 지역민(부산시·대구시·안동시)의 61.2%가 4대강 정비 사업에 찬성했다. 반대하는 이는 응답자의 27%, 무응답자는 11.8%에 그쳤다. 영산강 유역(나주시 함평군)은 58.3%가 찬성했고, 반대 21.4%, 무응답 20.3%였다. 한강 유역 지역민(충주시)은 응답자의 57.3%가 찬성, 반대 23.3%, 무응답 19.4%였다. 금강 유역(연기군) 주민은 찬성 45.9%, 반대 38.1%, 무응답 16%였다.
그러나 이 여론조사에는 찬반 수치만 나열되어 있을 뿐 '신뢰수준', '표본오차', '응답률' 등은 없다. 각 지역별 여론조사 대상자의 숫자도 표시되어 있지 않다. 표본수가 1000명이라는데 각 지역별로 1000명인지 아니면 7개 지역민을 모두 합쳐서 1000명인지도 불분명하다.
"내부조사 자료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
<오마이뉴스>는 TNS Korea와 국토해양부에 '신뢰수준', '표본오차', '응답률' 등을 요청했지만 두 기관 모두 거부했다. 여론 조사의 공정성 여부를 파악하는데 핵심인 설문 문항도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난달 30일 TNS Korea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조사를 의뢰한) 고객이 누구인지는 물론 여론조사 관련 자료는 보안 사안이라서 밝힐 수 없다"며 "궁금하면 국토해양부 측에 문의하라"고 말했다.
같은 날 국토해양부 산하 하천계획과 관계자는 "현재 4대강 정비 사업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곳은 '4대강 살리기 기획단'"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그러나 '4대강 살리기 기획단'(이하 기획단) 역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오마이뉴스>가 10여 차례에 걸쳐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나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공개를 거부했다.
지난달 30일 기획단 측 홍보 관계자는 "아직 기획단이 출범하기 전이라 다시 파악해 봐야 한다"고 답했지만 이후에는 "단장에게 보고한 뒤 요청 사항을 검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오마이뉴스>가 여러 차례 자료를 요청했지만 이 관계자는 "아직 위에 보고하지 못했다" 또는 "직접 전화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기획단의 공식적인 답변은 지난 2일에나 들을 수 있었다. 2일 오후 김희국 기획단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대변인실과 협의한 결과 공개하기가 곤란하다는 결정을 내렸다"며 "일반적인 여론조사의 경우 표본오차 등을 공개하지만 이 여론조사는 내부 조사자료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오마이뉴스>는 국토해양부 쪽에 "이미 홈페이지에 여론조사를 공개했는데 내부 조사 자료라고 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항의했으나 김아무개 홍보 담당관은 "그렇게 결정됐다,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했다.
전문가 "국가예산으로 진행... 연구개요 당연히 밝혀야" 이에 대해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번 여론조사는 조사 대상이 된 지역민의 숫자를 정확히 알 수 없어 각 강 유역별 찬반 여론에 대한 표본 오차를 정확히 계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여론 조사의 설문 문항이 문제가 없다고 해도 조사대상 수가 너무 적은 경우 표본오차가 크게 발생하기 때문에 해당 조사결과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며 "금강의 경우 연기군 주민들만 조사했다, 만약 조사대상 수가 100명에서 200명 정도라면 표본 오차는 ±10%에 달해 금강 거주민들이 4대강 정비 사업에 찬성했다고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귀영 수석전문위원은 "각 4대강 지역 조사대상 지역 수의 차이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굳이 4대강 유역 지역민의 여론을 알아보고자 했다면 각 강 유역마다 따로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은 "4대강 정비사업은 그 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며 "7개 지역 지역민의 여론을 마치 국민 전체의 여론인 것처럼 호도돼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길리서치의 홍형식 소장은 "선거 여론조사를 제외한 다른 여론조사 자료 공개가 법으로 규정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동일한 절차를 밟아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지 누구나 검증할 수 있도록 표본오차, 응답률, 문항 등을 공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가예산을 통해 진행하고, 이미 대외적으로 알렸다면 마땅히 그 연구개요를 공개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낙동강 물길 살리기 여론조사도 조작 논란한편 지난해 12월 경남발전연구원 등 영남권 3개 시·도 발전연구원이 발표한 '낙동강 물길 살리기' 여론조사가 조사 문항, 조사 대상(전문가그룹)의 편향성으로 의도적인 여론 조작이라는 비판을 받았었다.
당시 영남권 3개 시·도 발전연구원은 지역민 1083명(전화조사), 대학교수 및 관련업체 전문가 109명(면접조사)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일반 시도민의 75.1% 이상, 대학교수 및 관련업체 전문가의 76.5%가 낙동강 물길 살리기 사업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설문 내용이 문제였다.
"매년 반복되는 낙동강의 홍수피해를 근원적으로 해소하고, 만성적인 수량부족, 그리고 수질오염으로 훼손된 생태계 복원 및 안정적 상수원 확보를 위하여 낙동강 물길 살리기를 추진할 경우, 이러한 목적의 낙동강 물길살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게 당시 설문 문항이었다. 이 때문에 낙동강 물길 살리기 사업의 당위성만 나열한 문항으로 여론 조작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