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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한 현인택 통일부 장관 내정자.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한 현인택 통일부 장관 내정자. ⓒ 연합뉴스 조보희

"외교부장관에 가야 할 사람을 통일부장관에 내정했으니…."

한 국방전문가는 현인택 통일부장관의 내정을 두고 이렇게 촌평했다. 현 내정자가 남북문제를 다루는 통일부의 수장으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속내가 들어 있는 평가다.

특히 현 내정자가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원 시절 '통일부 폐지'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를 둘러싼 '자격시비'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부 기독교계에서조차 내정을 철회하라는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현인택 내정자, 외교부에 가까운 주제들에 천착해와

앞서 언급한 통일국방전문가는 "현 내정자의 전공은 국제정치학이지 남북관계가 아니다"라며 "남북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 내정자가 통일부장관으로 적합하지 않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많다"고 전했다.

지난해 대통령직 인수위 통일외교안보분과에서 활동한 한 관계자도 "현 내정자는 북한문제를 국제문제의 하위변수로 본다"며 "그를 대북문제 전문가라고 볼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신국가안보전략의 모색>, <21세기 평화학>(공저), <정치적 현실주의의 역사와 이론>(공저), <동아시아 환경안보>(공저), <한국의 방위비> 등 현 내정자의 저서들을 보더라도 남북문제를 직접 다룬 학문활동은 거의 없었다.   

남북한 군사력이나 한반도 평화체제를 다룬 적도 있지만, 현 내정자의 주된 관심분야는 '국제정치'와 '외교안보'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한반도 군비통제>나 <국제관계연구>, <전략연구>, <신아세아>, <정책연구> 등에 발표한 논문도 주로 ▲ 한국의 외교안보전략 ▲ 한반도 군비통제 ▲ 북핵문제 ▲ 북한의 대외정책 ▲ 동북아문제 ▲ 미국의 대한안보정책 ▲ 일본의 대아시아정책 ▲ 북한과 일본의 관계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통일부보다는 외교부에 더 가까운 주제들이다.

<중앙일보>가 2008년 1월에 펴낸 <이명박 핵심인맥 핵심브레인>에서도 "현인택 교수는 이명박 당선인에게 외교분야를 조언해온 핵심브레인"이라며 "외교안보 관련 행사가 있기 전에 식사 시간 등을 이용해 틈틈이 이 당선인의 '과외 선생님' 역할을 해왔다"고 기술돼 있다.

그래서인지 현 내정자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유력한 외교부 장관 후보로 꼽혔다. 또 지난해 촛불정국 이후 쇠고기 협상과 관련 '무기력한 MB 외교라인'이라는 비판이 일자, 그를 외교부장관으로 발탁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권력 내부에서도 현 내정자를 외교부장관 적임자로 꼽고 있었다는 얘기다.

"통일부, 외교부 식민지화" 분석도

그런데도 현 내정자를 외교부장관이 아닌 통일부장관에 발탁한 것을 '외교부의 통일부 식민지화'로 분석하는 전문가도 있다.

외교안보전문지 <디앤디포커스>의 김종대 편집장은 "통일부를 없애지 못해 남겨둔 것이지 외교부 식민지가 된 지 오래"라며 "대체로 외교부는 친미파, 통일부는 친북파인데 이명박 정부에 와서는 (두 부서가 모두 친미파로) 통합돼 버렸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대북정책도 강경기조로 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 개각을 발표한 지난 1월 19일 <산케이>의 보도도 그런 예측을 가능케 한다.

"(현 내정자는) 이명박 대통령 대외정책 브레인의 한 사람으로 대미·대북 정책을 담당해 왔다. 학자다운 풍모의 조용한 타입으로 보수파로 알려져 있다. 주중 대사를 오래하고 외교관 출신으로 구 정권에서도 일한 김하중 전 통일부장관에 비해 더 원칙적이고 '확고한 대북정책'이 기대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새로운 정권이 발족하고 북한이 군사적 긴장감 조장정책을 강화하는 등 한국에 강경한 자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일관성 있는 강력한 대북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동문의 '고대 인맥' 안에서 호흡이 맞는 현 교수를 기용했다고 본다."

최근 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두고 '친절한 무시정책'이라고 부르는 게 유행이라고 한다. 부시 전 대통령이 북한을 '거칠게(tough) 무시했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을 무시하긴 하지만 미국과 달리 '친절하게(kindly) 무시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기독교계 "현인택 내정, 대결적 강경노선 강화할 것"

 지난 2008년 12월부터 운행이 중단된 경의선 열차.
지난 2008년 12월부터 운행이 중단된 경의선 열차. ⓒ 권우성

현 내정자가 대통령직 인수위원 시절 '통일부 폐지'를 주도한 점도 이러한 '외교부 성향'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국제정세에 기반한 외교를 중시한 나머지 남북문제의 특수성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었던 것이다.

지난 1월 29일 이러한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한국기독교장로회 평화통일위원회(위원장 권영종)는 현 내정자의 장관 내정을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평화통일위원회는 "통일부 장관 내정자로 알려진 현인택 고려대 교수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기에 통일부 폐지론을 강력히 주장한 인물이라는 언론 보도에 우리는 경악을 금할 수가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평화통일위원회는 "더욱이 현 내정자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에 나서는 결단을 한다면 10년 내 북한 1인당 국민소득을 3000달러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비핵개방 3000'의 주창자로 알려져 있다"며 "이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개혁개방에 나서지 않는다면 남북관계의 정상화도 어렵고 대규모 경협을 통한 지원도 불가하다는 강경 자세"라고 지적했다.

이어 평화통일위원회는 "이러한 대결적 기조가 남북관계를 더욱 냉각시키고 북한이 12·1 남북교류 중단조치를 내리는 중요 이유가 되었다"며 "그럼에도 이명박 대통령이 이러한 인물을 통일부 수장으로 내정했다는 것은 정부의 통일에 대한 가치 평가가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평화통일위원회는 "나아가 북한과 관계 개선을 서둘러야 할 시기에 화해협력보다는 대결적 강경 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인물에게 통일부를 맡기는 것은 불필요하게 북한 당국을 자극하는 것"이라며 "향후 남북 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하며 심히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평화통일위원회의 우려는 성명서 발표 직후 현실로 다가왔다.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1월 30일 '군사와 화해·불가침·협력교류에 관한 남북 합의사항'의 무효화를 선언하고 나선 것. 여기에도 '현인택 변수'가 작동하고 있었다.

북한 조평통은 "리명박 역도가 내외의 한결같은 비난배격에도 불구하고 어리석기 그지없는 '비핵개방3000'을 철회하기는커녕 그 대결각본을 고안해낸 악질분자를 통일부의 수장자리에까지 올려 앉힌 것은 우리와 끝까지 엇서나가겠다는 것을 세계면전에 선언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북 강경론자'인 현 내정자를 통일부 수장에 내정한 것이 이러한 강경조치를 취한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현인택#통일부장관#한국기독교장로회 평화통일위원회#북한 조평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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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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