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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자(31일) 조선일보 1면에 특이한 사진이 실렸다. 최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군포연쇄살인마’의 사진이 큼직하게 실린 것이다. 확인된 것만 해도 이미 부녀자를 7명이나 잔혹하게 살해하여 인간으로 분류되기 어려운 살인마의 얼굴은 예상외로 단정하고 준수했다. 사진을 게재한 조선일보의 기사를 인용해보자.

 

"그는 매력적이라 할 만큼 준수한 외모와 선량한 미소로 여자들을 차례차례 차로 유인해 짐승의 욕구를 채웠다. 그리고는 모조리 목을 졸라 죽였다. 시체는 자기 집 근처 벌판과 야산 이곳저곳에 파묻었다. 살인극이 끝나면 그는 다시 싹싹한 30대 동네 청년으로 돌아가 태연하게 트럭을 몰고, 가축을 기르고, 스포츠마사지사 일을 했다. 그는 인간의 몸을 빌린 사악한 악마였다."

 

대단히 선정적이지만 기사는 범인의 용모가 범행의 주요 도구로 사용되었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 문제는 왜 조선일보가 그것을 게재했느냐는 점이다. 조선일보는 그동안 범인에게 모자와 마스크를 씌운 경찰 행태를 비난하며 자신들은 ‘범인 인권보다는 국민의 알 권리’를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는 논조를 폈다. 부분적으로 수긍가는 점이 없지는 않지만 조선일보 논조를 그대로 믿기에는 이제까지 보였던 그들의 행태가 대단히 미심쩍다.

 

먼저 지적하고 싶은 점은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이 범인의 사진과 기사에 의해 멀찍이 밀렸다는 점이다. 조선일보는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의 책임에 대해 ‘전철연’ 등과 철거를 당한 피해 당사자들을 꾸준히 거론해왔다. 특히 ‘전철연’을 반드시 제거해야 할 무정부주의자들의 불법조직으로 매도해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범인 사진을 게재한 의도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가 노리는 것은 너무나 빤하지 않은가, 그들도 사진을 게재했다고 해서 피해자 가족들의 슬픔이 덜어지거나 사건이 빨리 해결되는 등 긍정 효과가 있을 것으로 믿지는 않을 것이다. 잔혹한 연쇄살인마에 의해 저질러진 이번 사건이 기사로서 가치는 충분하겠지만 그것으로 인해 다른 이슈가 덧칠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조선일보에게 묻고 싶다. 범인 사진을 게재하는 것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언론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라고 확신한다면 왜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는가, 조선이 게재한 사진은 부상당한 경관이 거의 전부였는데, 그것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모습이 아니었는가 말이다. 중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를 보도하는 것이지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범인의 사진과 선정적인 기사를 게재하는 것이 아니다.   


태그:#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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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권 출판을 목표로 하는 재야사학자 겸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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