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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띠들은 재주가 많고 영리하다더라!"

"돼지띠라 제 먹을 복은 타고 난 것 같아."

"말띠들은 대부분 활동적이더라고!"

"하여간 쥐띠들은 남이 찾지 못하는 것까지 기가 막히게 잘 찾아낸다니까!"

"양띠들치고 악한 사람들이 없더라고!"

 

이처럼 "무슨 띠는 어떻다더라!" "쟤는 무슨 띠라 어떻다!"와 같은 말들을 우리는 쉽게 한다. 혹은 “병오생 말띠들은 팔자가 세다(이는 일본이 퍼뜨린 것이라고 한다)”처럼 어떤 해, 어떤 띠에 대해 근거 없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종종 본다.

 

객관적으로 볼 때, 한사람의 성격이나 특성이 그 사람이 타고난 띠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근거 없어 보이지만, 은연중 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그 사람의 띠에 따라 그 사람을 대략적으로 이해하거나 평가하기 일쑤인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첨단과학문명의 대홍수속에 사는 우리들에게 ‘십이지’만큼 큰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고 친숙한 전통 민속도 드물지 싶다.

 

필자가 이 글을 쓰고 있는 1월 30일 오늘은 '을해일'로 십이지 중 12번째 동물인 '돼지'에 해당하는 날이다. 초고를 쓰고 있는 지금이 새벽 1시 16분이니 축시라. ‘소’에 해당하는 시각으로 젊은 사람들에게는 낯설지만 60~70대 어른들에게는 썩 낯익은 시간 단위이다.

 

지금 이즈음 태어나는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는 소띠. '소가 곤한 잠을 자는 시간에 태어났으니 팔자가 편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혹시 있으리라.

 

“이 책을 옮긴 저는 말띠해(丙午生) 말달(午月) 말시(午時)에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어른들에게 ‘쉬지 못하고 말처럼 늘 바쁘게 뛰어다녀야겠구나!’하는 걱정 어린 이야기를 종종 듣곤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생활이 늘 바쁘고 고됐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바쁘지 않고 고되지 않은 삶이 어디 있겠습니까?”-옮긴이

 

옮긴이처럼 “점심 휴식을 끝내고 막 달리기 시작하는 시간에 태어났으니 평생 일복이 많을 것"이라는 말을 오후 2시에 태어난 필자도 워낙 자주 들었으니 말이다.

 

아이의 생일은 음력 정월 초닷새. 호적에 2009년 1월 30일로 올리더라도 음력 생일, 태어난 시각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름을 짓거나 사주나 토정비결, 궁합 등을 볼 때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에.

 

우리들이 흔히 십이지라고 하면 ‘자신의 띠’로만 연결 지어 생각하기 일쑤나 십이지는 이처럼 한사람의 미래를 점치는 것으로 중요하게 쓰이거나 우리들의 하루하루 모든 순간들에 적용되고 있다. 그러니 이 십이지에 얽힌 이야기들이 좀 많으랴!

 

우리들의 '띠'에 관한 다양하고 방대한 이야기들을 조목조목!

 

<십이지 이야기>는 이처럼 우리에게 자연스럽고 친숙한 열두 동물, 열두 띠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세계에서 가장 정확하고 방대한 사전으로 꼽히는 <대한화사전>의 저자인 ‘모로하시 데쓰지’(저자는 이 사전 저술로 아사히상과 문화훈장을 받았다)

 

저자가 <대한화사전>을 집필하기 시작한 것은 1929년. 1960년에 13권이 완간됐는데 한자 관련 사전 필요성으로 눈을 혹사, 한쪽 눈을 잃어버리기까지 했다고 한다. <십이지 이야기>는 이 <대한화사전>의 축소판이라는 평이다.

 

이 때문에 이 책 한권으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이야기들은 많고 다양하다. 책을 통해 만나는 기축년의 주인공 ‘소’는 해당 한자가  무려 311자나 될 만큼 고래로부터 인간들의 삶과 깊이 연관됐다. ‘모든 물건’을 뜻하는 만물(萬物)의 물(物)자는 우(牛)자를 변수로 한다.

 

가축을 넣어놓는 우리를 뜻하는 뇌(牢), 목장을 의미하는 목(牧), 짐승의 수컷을 지칭하는 모(牡), 암컷을 지칭하는 빈(牝) 등은 소가 오래전부터 모든 동물이나 짐승을 대표하는 동물이었음을 말해주는 한자들이다.

 

소고기는 남에게 대접하는 최상의 음식이나 물건, 최고의 정성을 상징했다. 조상이나 신에게 바치는 재물도 마찬가지라, 우리나라에 유독 소고기 음식이 다양하게 발달한 것은 왕릉 제사에 반드시 쓰인 소고기와 깊은 연관이 있다.

 

옛날 제후들이 동맹을 맺을 때 소의 귀를 잘라 그 피를 마셨단다. 지금처럼 종이가 발달하지 못한 시대에는 소의 대퇴골에 글자를 새겼단다. 우각문자도 전하며 소뿔로 만든 악기도 전한다. 소는 점을 치는 수단으로도 쓰였는데 부여국은 소발굽으로 점을 치기도 했다고.

 

맹자의 푸른 소 이야기나 계구우후(鷄口牛後) 속담, 칠석에 나타나는 소이야기도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이처럼 소띠와 연관된 이야기를 다양하게 풀어 들려준다. 기축년 새해, 책을 통해 소와 관계된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는 것은 꽤 흥미로우리라.

 

우리는 언제부터 '띠'를 가지게 되었을까? '띠'는 누가?

 

경주 흥덕왕릉 십이지신상을 비롯하여 능의 호석들이나 사찰의 석등, 미술품 등 조상들이 남긴 문화유산들 중에 이 십이지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혼례나 이사, 상량을 올리거나 장을 담글 때조차도 십이지가 바탕이 되는 길일을 잡는다. 십이지는 이처럼 우리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십이지는 언제 어디에서 유래했으며, 어떻게 우리의 생활풍속과 문화에 스며들었으며 동아시인들의 역사와 문화 속에 뿌리 내리게 되었을까? 언제부터 우리는 띠를 가지게 되었을까? 또 동아시아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띠가 있을까? 그들에게 십이지는 어떤 존재일까?

 

어떤 이유, 어떤 기준으로 쥐.소.호랑이.토끼.용.뱀.말.양.원숭이.닭.개.돼지 같은 열두 동물을 십이지로 정했을까? 쥐는 곡식을 축내는 존재라 멀리해야 할 것이며 인간과 가깝기로 하면 고양이도 무시할 수 없는지라 충분히 끼일법한데? 장수의 상징인 거북이도 있지 않은가! 또한 지금과 같은 십이지의 순서는 누가? 왜? 언제? 정한 것일까?

 

쥐를 뜻하는 한자 鼠(서), 소에 해당하는 한자 牛(우), 호랑이를 뜻하는 虎(호) 등, 이렇게 그 동물을 뜻하는 한자가 엄연하게 있음에도 굳이 자子.축丑.인寅.묘卯.진辰.사巳.오午.미未.신申.유酉.술戌.해亥로 정한 이유는?

 

십이지는 예로부터 동아시아인들의 삶과 밀접한 관련을 맺어왔다. 때문에 고문헌에도 십이지는 자주 등장한다. 십이지의 동물들이 <논어>나 <맹자> 등, 고전 속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을까?  이 사상들의 대표들인 공자나 맹자 등은 이들 동물들을 통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할까?

 

일반 독자들은 책 한권을 통해 십이지에 관한 유래나 격언, 속담, 풍속, 기물 등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 서론 '십간과 십이지'는 십이지의 원리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전문적인 글이라 옛 문화나 풍속 등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이 책은 십이지의 기원과 의미를 더듬어 밝히는 것은 물론 각 동물들에 관한 예로부터 전해져오는 역사적 사실이나 전설 같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한권의 책으로 묶은 것입니다. 저자는 수많은 고전을 자유자재로 인용하면서 십이지에 관한 이야기들을 자문자답 형식으로 들려줍니다. 물론 그 속에는 오늘날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한자 어휘나 고사성어의 유래도 있고, 마음에 새길만한 교훈적인 이야기도 적지 않습니다. 이 책은 학문적으로 쓰여 진 책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담고 있는 정보는 매우 폭넓을 뿐만 아니라 학문적으로도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역자의 말 중에서

덧붙이는 글 | <십이지 이야기>(모로하시 데쓰지 씀/바오 출판사/2008.12/\16,000)


십이지 이야기

모로하시 데쓰지 지음, 최수빈 옮김, 바오(2008)


태그:#십이지(12지), #내띠는, #열두 동물, #기축년, #소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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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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