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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수 축소를 통한 탈세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CJ CGV.
 관객수 축소를 통한 탈세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CJ CGV.
ⓒ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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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영화업체 CJ CGV의 탈세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CGV측과 검찰에 사건을 진정한 극장 건물주 사이에서 진실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검찰은 CGV가 관람객 수를 축소 신고해 부가세와 영화발전기금 등을 빼돌렸는지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건물주 A씨는 28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문화관광부 산하 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공식적으로 관람객 수를 집계하는 '입장권통합전산망' 자료와 CJ CGV측에서 통보한 자료를 비교분석해 본 결과 두 자료가 크게 달랐다"며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김해CGV 한 곳에서만 9만8497명 누락

사건의 발단은 2005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상남도 김해시의 A씨 소유 휴엔락몰에 김해CGV가 입점하면서 양측은 관람객 수에 연동해 임대료를 정산하기로 했다. 하지만 A씨가 영화관이 문을 연 지 3년이 지난 2008년 3월 영진위로부터 '입장권통합전산망'에 집계된 자료를 받아본 결과 CGV측에서 통보해온 관람객 수가 축소됐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A씨가 영진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5년 3월 문을 연 김해CGV는 2007년 11월까지 모두 305만3224명의 관람객이 입장한 것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CGV측은 A씨에게 같은 기간 관람객 수가 295만4727명이라고 통보했다. 입장권통합전산망에 집계된 수치와 9만8497명이나 차이가 난 것이다. 평균 영화표 가격이 5882원임을 감안하면 김해CGV 한 곳에서만 누락된 금액이 5억여원이나 된다.  

특히 지난 2006년 한 해 동안 영진위가 집계한 관람객 수는 121만1551명이었지만 CGV측이 통보한 자료는 116만2968명으로 4만8583명이 적었다. 극장이 문을 연 후 가장 많은 차이였다. 이에 대해 A씨는 "임대 계약상 관람객이 120만명이 넘을 경우 기존 임대료의 2배를 받기로 했다"며 "120만명 이하로 만들기 위해 조작한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자료를 받는 과정에서 영진위는 A씨에게 무슨 이유에서인지 정식 공문을 통한 자료 전달을 거부하고 영진위 직원의 개인 이메일을 통해 자료를 보냈다.

조작 가능성을 의심한 A씨는 관람객 수 차이에 대해 CGV측에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CGV는 지난해 5월 13일 공문을 보내 "2007년 5월 이전까지 영진위에서 집계하는 자료는 당사의 집계에 대한 검증작업 없는 단순 통계자료로 그 정확성이 떨어진다"며 "영진위와 극장간 시스템 보완작업을 통하여 그 차이가 감소하고 있으며 2007년 7월 이후 데이터의 경우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진위도 5월 29일 A씨에게 공문을 보내 "유출돼서는 안 될 월별 관람객 자료가 비정상적으로 전달됐다"며 "전달된 자료는 무료관람객이 포함된 착오자료"라고 해명했다. 영진위는 또 한 달 후 A씨에게 김해CGV의 2005년 3월 발권정보 내역의 일부를 보내 재차 해명을 시도했다. 이전에 전달된 자료에 무료관람객이 포함됐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영화표 가격이 '0원'으로 표시된 발권 데이터가 포함된 자료를 보낸 것이다. 

그러자 CGV도 영진위의 해명에 입을 맞췄다. 처음에는 영진위 자료의 신뢰성을 문제 삼다가 "무료관람객이 포함돼 수치가 다른 것"이라고 밝혔다.  

납득할 수 없었던 A씨는 CGV측이 집계한 발권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고 이에 CGV측은 통합전산망에 정보를 전송하는 CJ시스템즈의 '유료발권 데이터'를 A씨에게 보냈다. 하지만 A씨가 분석한 결과 이 데이터에는 영진위 자료에 있었던 '0원 관람객'이 빠져 있었고 영화관에서 흔히 발생하는 카드·이동통신사 할인 관람객이나 단체관람객 등 3000원 이하 가격 관람객에 대한 자료는 없었다. 또 영진위 자료에는 같은 시간대에 3장의 티켓이 발권된 것으로 나와 있는데 CGV측 자료에는 1장의 티켓이 발권된 것으로 나타나 있기도 했다.

때문에 이 자료를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한 A씨는 결국 CGV와 영진위의 발권정보 조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 사건을 검찰에 진정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지난해 11월 5일 CGV본사, CJ시스템즈, 김해CGV, 영진위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면서 수사를 본격화 했다.

본격화된 검찰 수사... CGV측 "전산상 오류일 뿐"

CJ CGV와 영화진흥위원회가 김해CGV가 입점해있는 건물주 A씨에게 보낸 공문들.
 CJ CGV와 영화진흥위원회가 김해CGV가 입점해있는 건물주 A씨에게 보낸 공문들.
ⓒ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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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CGV측은 자료조작은 있을 수 없다는 견해를 거듭 밝히고 있다. CGV 관계자는 "영진위 자료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한 것은 무료 관람객이나 티켓을 환불한 관람객, 그리고 전산 오류상 누락된 관람객이 있을 수 있다는 뜻으로, 말을 바꾼 것이 아니다"라며 "이 오류는 모든 데이터를 일일이 대조하지 않는 한 잡아낼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오류 가능성 때문에 영진위 자료는 배급사와 제작사 등과 수익배분 기준으로 쓰이지 않고 있다"며 "모든 자료를 검찰에 넘겼고 조만간 결론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CGV측은 법무팀 변호사를 통해 A씨에 대한 법적 대응 가능성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영진위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가 운영하는 통합전산망 시스템은 전송사업자가 보내는 데이터를 저장하고 통계를 내는 데 문제가 없다"고 밝혀 CGV측과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결국 문제는 영진위 입장권통합전산망의 신뢰성이다. 정부 산하기관이 운영하고 있는 통합전산망의 자료가 믿을 만하다면 CGV와 A씨의 분쟁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고 검찰이 수사에 나설 필요도 없었다.

지난 2004년 1월부터 시행된 통합전산망은 현재 전국 영화관의 98%가 등록돼 관람객 수, 스크린 점유율, 예매점유율 등을 집계해 박스오피스 순위 선정과 영화 산업동향 파악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통합전산망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영진위가 상영관들이 보내주는 발권 정보를 검증할 수 없어 그대로 받아 집계하는 역할만 하고 있는데다, CJ처럼 CGV라는 상영관과 CJ시스템즈라는 발권정보 전송사업자를 모두 소유하고 있는 경우 전송자료 조작을 외부에서 감시할 수 있는 길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2007년 7월 스크린쿼터문화연대는 현장 조사를 통해 통합전산망에 입력된 상영정보와 실제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가 일치하지 않는 사례를 밝혀내기도 했다.

특히 발권정보는 상영관에서 영화티켓이 팔리는 순간 실시간으로 통합전산망에 전송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영진위는 기술적 오류 가능성 때문에 전송사업자에게 정보를 고칠 수 있도록 하고 그 다음날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게다가 통합전산망 가입이 의무도 아닌데다 발권정보를 조작한 것이 사후에 드러나더라도 이에 대한 제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영업정보 유출을 이유로 통합전산망 가입을 꺼리다 '스크린쿼터 20일 축소', '상영신고의무 면제'라는 당근을 보고 가입한 극장들이 발권 정보를 조작할 여지는 충분하다.

신뢰성 없는 영진위 통합전산망, 국감에서도 도마에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는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10월 17일 영화진흥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영진위는 발권정보를 실시간으로 받는다고 하지만 전송사업자가 데이터를 검증하고 보정하는 데 하루 이상 걸려 주말 관람객 집계를 화요일이 되어서야 발표하고 있다"며 "특히 전송사업자를 겸하고 있는 멀티플렉스는 감독을 소홀히 한다면 얼마든지 조작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보다 한 해 전인 2006년 12월에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이광철 열린우리당 의원이 영화계와 함께 통합전산망의무가입조항을 영화진흥법 개정안에 포함시키려고 했지만, 국회 상임위에서 의무가입조항을 빼고 법안을 통과시키는 바람에 무산됐다. 이후 별다른 법제화 시도는 없었다.

윤형각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조사통계팀장은 "정확한 박스오피스 통계 및 탈세를 막기 위해서라도 극장에서 영화표가 발권되자마자 통합전산망에 정보가 전송되는 시스템과 이를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며 "정부가 이런 시스템을 극장에 강제하고 사후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영화계는 검찰 수사를 주목하고 있다. 수사 결과 CGV의 관람객 수 조작이 사실로 드러나거나 영진위 통합전산망의 신뢰성에 문제가 확인되면 이를 보완할 기술적, 법적 장치 마련이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신뢰성에 큰 구멍이 생긴 통합전산망 대신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영화 발권정보 집계 시스템 마련은 불가피해 보인다.


태그:#CGV, #영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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