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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문효 기아차 디자인2팀 선임연구원은 기아차의 '디자인 경영'에 대해 "스타일 디자인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기아차 전체를 디자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문효 기아차 디자인2팀 선임연구원은 기아차의 '디자인 경영'에 대해 "스타일 디자인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기아차 전체를 디자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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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모닝, 모하비, 로체 이노베이션, 포르테, 쏘울….

지난해 기아자동차가 내놓은 신차들이다. 기아차는 이 독특한 디자인의 신차들로 8년 만에 점유율 30%를 돌파하는 대박 행진을 벌이며 '형님'인 현대차를 위협했다. 2년 연속 적자를 벗어나 흑자 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디자인으로 대통령상도 받았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선언한 '디자인 경영'의 결실이다.

정 사장의 '디자인 경영'은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피터 슈라이어의 영입으로 포문을 열었다. 슈라이어 디자인 총괄담당 부사장은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미국·일본 등 기아차 해외 디자인센터를 관장하면서 기아차에 자신의 색을 입히기 시작했다.

"기아차 전체를 디자인하라"

모하비·쏘울 등의 디자인에 참여한 윤문효 기아차 디자인2팀 선임연구원은 기아차의 '디자인 경영'에 대해 "스타일 디자인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기아차 전체를 디자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흔히 '슈라이어 라인'으로 불리는 기아차의 패밀리룩에 대해 "기자들이 그렇게 지칭을 한 것 같은데 우리 내부에선 그런 표현을 쓴 적이 없다"며 "누구 한 사람을 빗대서 하기보다는 기아의 아이덴티티(정체성)라고 말하는 게 더 좋겠다"고 했다. 기아차의 패밀리룩은 슈라이어 부사장 혼자 만들어가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기아차 중 쏘울이 단연 '디자인 경영'의 총체로 불리는 이유는 최초로 CUV(Crossover Utility Vehicle)라는 신개념을 도입했기 때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스타일에 미니밴의 다목적성과 세단의 승차감을 접목시킨 것이다. 실제 쏘울은 경차처럼 작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소형차보단 넓고 높으며 대형 SUV보단 작고 낮다.

소비자들이 CUV를 선호하는 배경은 뭘까? 윤문효 연구원은 "자꾸 새롭고 편안한 것을 찾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CUV 트렌드는 계속 갈 것"이라며 "퓨전 음식도 막 섞이지 않나. 세단과 SUV가 섞이고, SUV와 쿠페가 섞이고, 이런 식으로 막 섞이다 보면 조만간 뭔가 또 하나 (섞인 디자인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연구원은 '좋은 디자인'에 대해 "(배우) 김태희가 솔직히 (눈·코·입을) 하나씩 하나씩 뜯어보면 안 예쁠 수도 있다. 그런데 왜 예쁘냐면 (전체적인 얼굴) 조화가 엄청나게 잘 돼 있기 때문"이라며 "차가 사람 눈에 잘 보이려면 균형이 잘 잡혀서 조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문효 연구원과의 인터뷰는 지난 23일 오전 경기도 화성에 소재한 기아차 남양연구소 인근 커피숍에서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윤 연구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슈라이어 라인'은 없다... 기아의 정체성일 뿐"

윤문효 연구원은 흔히 '슈라이어 라인'으로 불리는 기아차의 패밀리룩에 대해 "누구 한 사람을 빗대서 하기보다는 기아의 아이덴티티(정체성)라고 말하는 게 더 좋겠다"고 했다.
 윤문효 연구원은 흔히 '슈라이어 라인'으로 불리는 기아차의 패밀리룩에 대해 "누구 한 사람을 빗대서 하기보다는 기아의 아이덴티티(정체성)라고 말하는 게 더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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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차는 지난 수십 년간 그야말로 '무난한 차'를 만들어왔다. 2008년 자동차 부분에서 가장 이슈 브랜드가 됐는데, 기아의 디자인 경영에 대해 소개해 달라.
"스타일 디자인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램프 설계자도 디자인을 하는 것이고, 영업하는 분도 디자인을 하는 것이다. 기아 전체가 디자인하는 것이지, 디자이너만의 일은 아니다. 다만 디자인센터가 선두에 서서 차의 디자인을 완벽하게 해내는 것이다. 거기에 맞춰서 차별화를 하는 것이다. 현대와의 차별화도 같은 이치다.

그다음 패밀리룩이다. 밖에서 흔히 '슈라이어 라인'이라고 하는데, 그게 아니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패밀리룩으로 가기 위한 시도이지만, 헤드램프 등에서도 그런 느낌이 구현된다.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이 항상 얘기하는 직선의 단순화라는 개념에 맞춰 저희가 디자인 경영의 선두에 서서 작업하고 있다. 패밀리룩은 아직 완성 단계는 아니다. 100년도 안 되는 자동차 회사에서 지금 당장 패밀리룩화 시킨다는 것은 너무 비약이다. 계속 발전이 되어야 좋은 패밀리룩이 생기는 것이다. 다른 외국 회사도 그런 과정을 다 거쳤다."

- '슈라이어 라인'은 없다는 것인가?
"'슈라이어 라인'이라는 표현은 밖에서 쓴 것 같다. 기자들이 그렇게 지칭을 한 것 같은데, 우리 내부에서 그런 표현을 쓴 적이 없다. 굳이 그것을 '슈라이어 라인'이라고 할 필요가 있나. 그냥 기아의 아이덴티티라고 말하는 게 훨씬 더 좋은 의미로 받아들여질 텐데, 누구 한 사람을 빗대서…. 그 사람이 혼자 하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국내와 미국·유럽 디자인센터가 함께 작업을 하는 것이고 그분이 총괄을 한다."

- 기아=피터 슈라이어라는 공식이 성립될 정도로 그의 이름값이 빛을 냈다. 피터 슈라이어는 기아에서 정확히 어떤 일을 한 건가? 사실 그가 한국에 머무르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얼굴마담'이라는 말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아주 세심한 일까지 관여한다. 우리와 계속 얘기한다. 와서 '얼굴마담'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오히려 그랬으면 좋겠다. 아주 (힘들어) 죽겠다. 하하. 우리에게 도움이 많이 된다. 특히 외국 디자이너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그들의 생각도 알게 됐다."

- 한국에서는 최고경영자가 최종 디자인 선택에 강력하게 개입하는 것이 일종의 관례처럼 돼 있다. 정의선 사장은 어떤가?
"옛날에는 그랬다. 지금은 정 사장이 슈라이어 부사장을 불러와서 경영을 시키기 때문에 그 정도는 아니다. 지금은 품평회할 때 일반 디자이너 의견, 전문 디자이너 의견, 비전문가 의견, 영업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모두 보고된다. 사장이 주관적으로 보면 안 되지 않나. 그분이 디자이너도 아니고. 지금은 협의해서 함께 한다. (정의선 사장이) 아주 젊으셔서 생각이 많이 깨어 있는 것 같다. 전문가 집단, 특히 디자이너들에게 (소신대로 할 수 있도록) 힘을 많이 실어준다."

- 벤츠나 BMW, 폭스바겐 등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 기아차에 가장 필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디자인도 상당히 중요하고 품질도 중요하다. 기술력은 상당히 많이 올라와 있다. 디자인과 품질을 조금 더 올려주면 가격 경쟁력이 되기 때문에 충분히 해외에서 겨룰 수 있다. 디자인은 유럽이나 미국과 교류가 많아서 상당히 글로벌화 돼 있다."

- 기아차의 디자인 경쟁력은 세계 수준과 비교해 어느 정도인가?
"안 떨어진다. 어떻게 보면 더 앞서 나간다고 볼 수 있다. 외국회사는 패밀리룩에서 앞서 있지만, 우리는 개성적이고 독창적인 면에서 앞서 있다. 외국회사 디자인팀에는 인정받는 한국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 기아차의 디자인 철학은?
"소비자를 감동시키는 디자인이어야 되지 않을까.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간파해서 매력을 느끼는 디자인을 만든다. 무조건 새로운 것이 아니라 스포티하고 다이나믹하고 개성적인 것을 머릿속에 담고 디자인을 스케치한다."

"차량 원가로 디자인에 한계... 법규제 피해 나가는 게 디자인의 매력"

"(자동차를) 너무 기계공학적으로만 보지 말고 예술적으로 봐야 한다. 이제는 한국도 예술이 가미된 차가 통한다. 그러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돼서 이태리의 유수한 차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매력적으로 느끼게 하는 디자인이 좋다. 사람도 매력이 있어야만 땡기는 것 아닌가."
 "(자동차를) 너무 기계공학적으로만 보지 말고 예술적으로 봐야 한다. 이제는 한국도 예술이 가미된 차가 통한다. 그러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돼서 이태리의 유수한 차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매력적으로 느끼게 하는 디자인이 좋다. 사람도 매력이 있어야만 땡기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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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에서 만든 모델 중 가장 성공적이었던 모델과 상대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모델은 뭔가?
"(저의 첫 작품인) 뉴스포티지도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하하. 그때 투산보다 많이 팔려서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포르테도 (디자인이) 괜찮게 나왔다. 조금 아쉬운 것이라면 예전에 나왔던 초기 로체가 디자인이 좀 맹했다. 스타일링에 대한 임팩트가 없었다. 지금 후속을 하고 있지만, 그때는 지금의 아이덴티티에 대한 정립이 없다 보니까 그런 디자인이 나온 것 같아서 아쉽다."

- 차량 원가가 디자인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나?
"한계가 있다. 솔직히 (BMW) 미니처럼 막 투자를 하면 3000만원까지 가격이 뛴다. 그것을 시장에 내놓으면 안 팔린다. 미니는 BMW 브랜드가 있기 때문에 팔렸다. 그런데 기아는 전세계에 다 팔아야 하기 때문에 너무 마니아층으로 가면 수익적인 면에서 힘들다. 가격의 한계가 있다. 그 원가에 맞춰서 디자인해야 한다. 하지만 A필러나 18인치 휠 같이 돈이 좀 들어가도 정말 필요하다 싶으면 왜 필요한지 끝까지 설득해서 관철시킨다."

- 안전성 때문에 규정해 놓은 법 규정도 디자인에 한계를 줄 것 같은데?
"많지만, 오히려 그게 재미있다. 규제를 피해서 비집고 나가는 것이 자동차 디자인의 매력이다. 일반 제품 디자인은 기본 룰이 있고 면도 단순하다. 그런데 자동차 면은 보는 방향에 따라서 다르다. 각 시장마다 가이드라인이 있는데 그게 미국 다르고 유럽 다르고 일본 다르다. 그러나 한국차는 전 지역을 다 맞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역별로 차를 만들어야 한다. 제일 (비중이) 큰 바디(몸체)는 전체 지역에 다 맞추고 그중에서 가격이 싼 범퍼는 국내용·유럽형·북미형 범퍼가 따로 있다. 국내와 북미가 같이 쓰는 램프가 있고, 유럽형 램프가 따로 있다. 교묘하게 피하면서 법규를 만족시키는 재미가 있다. 일종의 편법이다."

- 콘셉트카와 달리 양산차는 자동차 원가나 법규 등을 지켜가면서 만들어낼 수밖에 없는데, 기존의 국내 양산차 디자인을 평가한다면?
"세단은 쏘울처럼 개성적으로 만들면 안 팔린다. 쿠페는 좀 더 개성적으로 나가도 된다. 차 디자인할 때마다 힘든 게 그것이다. 저같이 SUV만 하던 사람이 세단에 뛰어들면 재미없어서 힘들다. 특히 대형차는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이 타기 때문에 장난을 칠 수가 없다. 그런데 SUV는 가능하다. 국내에 나오는 차를 보면 예전에 비해서 디자인이 엄청나게 발전됐다. 외국에서 하고 있는 패밀리룩도 국내에서 계속 추진하고 있다.

패밀리룩이라는 게 라디에이터 그릴 같은 거 하나 통일시킨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 자동차가 갖고 있는 이미지를 통일시켜야 한다. 그릴만 닮은 게 아니라 프로파일, 라인, 면, 램프의 그래픽 형상 등이 닮은 것이다. 처음 국내에는 그런 게 전혀 없었다. '뉴○○○'라고 하면서 처음에는 각이 졌다가 나중에는 둥글둥들 했다가…, 외국인들이 보면 어느 회사 차인지 모른다. 지금은 현대와 기아가 같은 회사지만, 차별화에 들어가면서 현대는 스타일리시화 돼 있고 기아는 심플하면서 모던한 개념이다."

- 디자인을 차별화한다고 하지만 어차피 현대와 기아는 같은 회사 아닌가. 차를 만들어서 이번엔 현대가 출시하면 다음엔 기아에게 넘겨주는 식으로 한다는 우스갯말도 있는데?
"그런 것은 없다. 아예 상품 기획부터 분리돼 있다. 어차피 수장들이 완전히 갈라져 있고, 그분들 성격이나 생각하는 게 완전히 다르다. 서로 (디자인센터) 문도 다 걸어 잠그고, 저쪽에서 어떤 차가 나오는지도 모른다. 요즘엔 눈에 보이는 게 다 디자인이다. 내부에서 설계하는 분들이 부속품을 공유하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디자인은 다르다. 처음에 옵티마·오피러스 등을 기아로 판매한 경우는 있었는데, 차별화를 시작하고서부터는 절대 그런 것은 없다.

디자인 스튜디오는 우리만 있는 곳이다. 보안 때문에 창문이 없어서 밖에 눈이 오는지, 비가 오는지 모른다. 시계가 없으면 몇 시인지도 잘 모른다. 너무 보안을 강조하다 보니까, 그런 게 안 좋다. 공기도 안 좋고…, 하하."

- 소비자들이 이런 CUV를 선호하는 배경은 뭘까?
"자꾸 새롭고 편안한 것을 찾기 때문이 아니겠나. 편안하려면 세단이지만, 요즘은 또 개성시대다. 튀고 싶으면 쏘울 같은 것도 필요하고 오프로드도 달려야 하고, 이런 것이 한꺼번에 접목되는 것을 찾는다."

- CUV 트렌드가 언제까지 갈 것 같은가?
"이제는 계속 갈 것이다. 퓨전이다. 음식도 막 섞이지 않나. 이제는 세단, SUV, 쿠페까지 나왔으니까, CUV가 계속 나오지 않겠나. 앞으로 희한한 게 하나 나올 텐데, 그걸 찾아내는 게 관건이다. 세단과 SUV가 섞이고 SUV와 쿠페가 섞이고 이런 식으로 막 섞이니까, 조만간 뭔가 또 하나 나올 것이다. 쏘울은 MPV(미니밴)와 세단, SUV의 개념을 섞은 것이다."

- 좋은 자동차 디자인은 무엇인가?
"사람의 눈이라는 게 비슷하다. 디자이너도 그렇고 일반인도 그렇다. 저는 미녀를 예로 많이 든다. 김태희가 예쁜데, 솔직히 (눈·코·입을) 하나씩 하나씩 뜯어보면 안 예쁠 수도 있다. 그런데 왜 예쁘냐? 조화가 엄청나게 잘 돼 있기 때문에 진짜 예쁘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눈도 예쁘고, 코도 예쁘고, 입도 예쁜데, 조화가 안돼서 별로 안 예쁜 경우가 있다. 차가 사람 눈에 잘 보이려면 균형이 잘 잡혀서 조화가 잘 이뤄져야 한다.

또 너무 기계공학적으로만 보지 말고 예술적으로 봐야 한다. 이제는 한국도 예술이 가미된 차가 통한다. 그러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돼서 이태리의 유수한 차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매력적으로 느끼게 하는 디자인이 좋다. 사람도 매력이 있어야만 땡기는 것 아닌가."

ⓒ 이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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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쏘울, #기아자동차, #자동차 디자인, #CUV,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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