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완벽한 형태의 공룡 화석이 전시된 쯔궁공룡박물관의 1층 전시관. 전시된 공룡 화석 중 가장 큰 것은 높이 20m가 넘는 마멘치사우루스(왼쪽)와 오메이사우루스(오른쪽)이다.
 완벽한 형태의 공룡 화석이 전시된 쯔궁공룡박물관의 1층 전시관. 전시된 공룡 화석 중 가장 큰 것은 높이 20m가 넘는 마멘치사우루스(왼쪽)와 오메이사우루스(오른쪽)이다.
ⓒ 모종혁

관련사진보기


'중국 공룡의 고향, 천년 소금의 도시, 남국 등(燈)의 본고장.'

중국 쓰촨성 동남부에 있는 쯔궁은 공룡·소금·등축제가 '3절(三絶)'이라 하여 도시 랜드마크로 유명하다.

쯔궁은 쓰촨성 수도인 청두에서 2시간 반 거리에 있는 수천년 역사의 고도. 면적 4372.6㎢, 인구 320만 명으로 중국 내에서는 크지 않은 중급 도시다. 쯔궁은 염화공업·신소재건축자재업·식품가공업 등이 기간산업으로 발달했는데, 염화메틸산업은 중국내 최대 규모다.

바다와 수천㎞ 떨어진 도시에 소금이 난다?

쯔궁에서 소금을 이용한 염화산업이 발달한 것은 지하 염정 덕분이다.

소금은 본래 바다 염전이나 소금 호수에서 난다. 바닷물이나 호숫물을 가두고 햇볕에 내맡겨 수분을 증발시키면 앙금처럼 소금만 남는다. 쯔궁은 바다로부터 수천㎞ 떨어져 있고 주변에 소금 호수가 없다.

하지만 쯔궁에서는 기원전 전국시대부터 수백길 땅 속에 스며있는 염수를 끌어올려 소금을 만들어냈다. 육중한 쇠막대로 땅을 파서 만들어진 염정은 오늘날도 쯔궁을 소금산업의 메카로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쯔궁이 중국 등축제의 중심지로 성장한 것은 20세기 후반이다. 중국에서 연등축제는 기원전 2세기부터 시작됐다. 8세기 당나라에 이르러서는 춘제마다 치르는 대표적인 민속축제로 발돋움했다.

춘제를 앞두고 온 마을을 등의 물결로 수놓았던 등축제는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선 뒤 귀족 취향의 전통놀이로 몰려 명맥이 끊겼다. 이를 1962년 쯔궁이 대규모 행사로 복원하면서 중국 등축제의 대표 도시로 탈바꿈했다. 중국 중앙정부가 지정한 대규모 행사로 성장한 쯔궁 국제등축제는 올해로 15회를 맞았다.

 문을 연지 20년이 넘은 쯔궁공룡박물관은 세계 3대 공룡박물관 중 하나다.
 문을 연지 20년이 넘은 쯔궁공룡박물관은 세계 3대 공룡박물관 중 하나다.
ⓒ 모종혁

관련사진보기



 쯔궁공룡박물관 내에 있는 공룡 화석의 발굴 현장. 쯔궁공룡박물관은 발굴 작업 중 발견한 공룡군굴(恐龍群窟) 위에 박물관을 지었다.
 쯔궁공룡박물관 내에 있는 공룡 화석의 발굴 현장. 쯔궁공룡박물관은 발굴 작업 중 발견한 공룡군굴(恐龍群窟) 위에 박물관을 지었다.
ⓒ 모종혁

관련사진보기


쯔궁이 공룡의 고향으로 불리게 된 것은 공룡박물관 때문이다. 1972년 쯔궁 중심가에서 동북쪽으로 11㎞ 떨어진 다산푸 진에서 일단의 공룡 화석이 발굴되기 시작했다. 금세기까지 진행된 발굴에서 1000여 점의 공룡 화석이 출토됐다.

중국정부는 공룡 화석이 집중 발굴된 한 장소 위에 박물관을 지었다. 1984년 시공해 1987년 문을 연 쯔궁공룡박물관이 그것. 쯔궁공룡박물관은 일본 후쿠이 공룡박물관, 캐나다 로열티렐 고생물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공룡박물관 중 하나다.

골격 그대로 수습된 공룡 화석

공룡은 지금으로부터 2억3000만년부터 6500만년 전 중생대에 번성한 파충류 동물이다. 당시 지구는 땅과 바다가 수시로 바뀌고 화산이 터지며 기후 변화가 극심했다. 공룡은 극심한 자연조건 속에서도 잘 적응하며 2억년 가까이 지구를 지배했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는 화석은 공룡이 전 대륙에 걸쳐 살았음을 잘 보여준다.

적응의 챔피언이었던 공룡은 6500만 년 전에 갑자기 사라졌다. 살아남은 다른 동물과 달리, 그토록 오랫동안 끈질기게 생존했던 공룡의 갑작스런 소멸은 불가사의한 미스터리다.

오늘날 인류는 화석을 통해 공룡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 발자취를 더듬는다. 중국은 넓은 땅만큼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공룡 화석이 발견되고 있다. 1902년 헤이룽장성 아무르강 기슭에서 만추로사우루스가 발견된 이래 수만점의 공룡 화석이 중국 각지에서 발굴되고 있다.

 다양한 공룡 관련 자료와 함께 전시 중인 가소사우러스(오른쪽), 아길리사우루스(왼쪽).
 다양한 공룡 관련 자료와 함께 전시 중인 가소사우러스(오른쪽), 아길리사우루스(왼쪽).
ⓒ 모종혁

관련사진보기


20세기 말 쯔궁 다산푸에서 쏟아져 나온 공룡 화석은 당시 중국에서 최대 규모였다. 1974부터 83년까지 펼쳐진 1차 발굴조사 결과 수백점의 공룡 화석이 출토됐다. 중국 전문가들은 출토된 화석을 12속 12종으로 나누었는데, 그 중 9속 12종은 최초로 확인된 새로운 공룡이었다.

세계 각지에서 공룡 화석이 발굴되지만, 화석이 되는 것은 쉽지 않다. 쉽게 부서지지 않는 지층에 신속히 매몰되어야 하고 열과 압력도 피해야 한다. 중국에서 수습률이 높은 공룡 화석이 발굴되는 이유는 발견 지역의 암질 덕분이다.

중생대 중국은 호숫가가 많아 진흙지대가 발달됐다. 고운 진흙은 오랜 시간을 거쳐 이암을 형성한다. 공룡 시체는 이암 사이에 화석이 되어 오늘날 세상에 빛을 보게 되는 것이다. 부드러운 이암 속 화석은 약간의 물을 공급하면 손으로 팔 수 있을 정도로 무르다.

다산푸에서는 2억1000만 년에서 1억4000만년에 끝난 쥐라기의 공룡 화석이 발견됐다. 쥐라기에 쯔궁은 열대 기후에 수풀이 우거지고 물이 풍부한 분지였다.

주빈 쯔궁공룡박물관 부관장은 "중생대에 다산푸는 공룡이 번식하기 유리한 호숫가 삼각주였다"며 "많은 공룡이 다산푸에서 죽었거나 다른 곳에서 홍수로 떠밀려 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 부관장은 "공룡 시체는 진흙이 많은 조건 속에 겹쳐 쌓이면서 오랜 세월 동안 이암 속의 화석으로 변했을 것"이라며 "대부분 화석이 60~85% 이상 수습률을 자랑하는 것은 다산푸만의 독특한 자연환경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지구에 처음 등장한 검룡으로 확인된 화양고사우루스(아래)와 육식공룡인 스체추아노사우루스(위).
 지구에 처음 등장한 검룡으로 확인된 화양고사우루스(아래)와 육식공룡인 스체추아노사우루스(위).
ⓒ 모종혁

관련사진보기


육·초식공룡에서 익룡·어룡·원시 악어까지... 없는 게 없다

다산푸에서 공룡 화석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은 30만㎡에 달한다. 대략 축구장 66개를 합해 놓은 크기의 거대한 매장 예상지 중 일부만 발굴이 끝난 상태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진행된 2차 발굴로 다산푸 공룡의 기본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산푸에서는 공룡뿐만 아니라 익룡, 어룡, 원시 악어와 거북이 등 전체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동물 화석 200여 점이 출토됐다. 공룡 화석은 룡반목과 조반목이 모두 발견됐다. 종류도 네 발로 걷는 초식공룡 '용각류', 두 발로 걷는 육식공룡 '수각류', 두 발로 걷는 초식공룡 '조각류', 등에 뿔이 난 초식공룡 '검룡류' 등이 다양하게 발굴됐다.

다산푸에서 가장 크기가 큰 공룡은 마멘치사우루스와 오메이사우루스이다. 높이가 20~25m에 달하는 마멘치사우루스는 화석이 발견된 홍치향 마먼시 마을 지명을 따서 이름지어졌다. 마멘치사우루스는 공룡 중 가장 긴 목을 자랑하는데, 길이만 무려 13m에 19개의 목뼈로 이뤄졌다. 마멘치사우루스는 긴 목을 가졌지만 갈비뼈가 서로 겹쳐진 구조를 지녀 지탱이 가능했다.

몸에 비해 머리가 작고 온순한 마멘치사우루스는 긴 꼬리를 휘둘러 육식공룡을 내쫓았다. 몸집이 거대한 만큼 날마다 엄청난 양의 침엽수 잎과 부드러운 잡목을 먹어치웠다. 목뼈가 17개인 오메이사우루스는 마멘치사우루스와 같은 과로, 쓰촨의 불교성지인 어메이산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백악기 최대의 포식자가 티라노사우루스라면 쥐라기 최고의 포식자는 양촨노사우루스다. 최대 높이가 10m인 양촨노사우루스도 화석이 발굴된 마을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양촨노사우루스는 큰 머리에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지녀 초식공룡을 포획하기 쉬웠다. 길고 튼튼한 다리와 균형을 맞추는 꼬리는 먹이를 추적하는 데 안성맞춤이었다.

양촨노사우루스는 앞발이 퇴화된 티라노사우루스보다 훨씬 길고 큰 다리를 가졌고, 미국과 캐나다의 알로사우루스보다 더 큰 주둥이와 많은 이빨을 지녔다. 높이가 6m인 스체추아노사우루스와 4m 높이인 가소사우러스도 초식공룡에게는 공포의 천적이었다.

옌두사우루스와 아길리사우루스도 두 발로 걷었지만, 식물을 즐겨먹는 초식공룡이었다. 높이가 3m인 옌두사우루스는 쯔궁의 또 다른 이름인 소금의 도시에서 유래됐다. 아길리사우루스는 높이가 1.2~1.8m에 달하는데, 아주 빠르게 달릴 수 있어 '날쌘 도마뱀'이라 명명됐다.

등에 뾰족한 가시와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검룡도 화양고사우루스·퉈장고사우루스·기간트스피노사우러스 등 다양하다. 몸길이가 4.3m에 달하는 화양고사우루스는 세계에서 가장 원시적인 검룡으로, 골판이 좁고 길쭉한 모양에 손바닥이 여러 개 달려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장 큰 퉈장고사우루스는 길이 7m에 달하는 대형 검룡이다.

 초식공룡인 퉈장고사우루스(중간)은 육식공룡인 스체추아노사우루스에게 좋은 먹잇감이었다. 공룡 시대는 철저한 양육강식의 시대였다.
 초식공룡인 퉈장고사우루스(중간)은 육식공룡인 스체추아노사우루스에게 좋은 먹잇감이었다. 공룡 시대는 철저한 양육강식의 시대였다.
ⓒ 모종혁

관련사진보기



 초식공룡인 옌두사우루스를 잡아먹는 양촨노사우루스. 양촨노사우루스는 쥐라기 최고의 포식자였다.
 초식공룡인 옌두사우루스를 잡아먹는 양촨노사우루스. 양촨노사우루스는 쥐라기 최고의 포식자였다.
ⓒ 모종혁

관련사진보기


쉴 새 없이 발견되는 대형 화석 매장지... 공룡의 역사 바꾼다

쯔궁공룡박물관이 중국 최고의 공룡박물관으로 명성을 떨쳤지만, 강력한 경쟁자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작년 4월에는 윈난성 루펑현에는 '세계공룡계곡'이라는 공룡 테마공원이 문을 열었다. 루펑은 1938년 쥐라기 공룡 화석이 발견된 이래 지금까지 130여 점의 공룡 화석이 출토됐다.

루펑의 공룡 화석은 활동 시기가 트라이아스기부터 백악기까지 전 시대에 걸쳐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곳이다. 전시된 공룡 화석 중 가장 큰 것은 높이가 27.5m에 달한다. 뤄밍이 윈난성 관광국장은 "루펑세계공룡계곡은 대형 테마공원이 없는 중국 서부지역에 공룡을 테마로 하여 신기원을 창출했다"고 밝혔다.

공룡 화석의 대형 매장지도 잇따라 발견되어 공룡의 역사가 바뀌고 있다. 2006년 8월 대대적인 발굴이 시작된 신쟝 위구르자치구 치타이현 공룡협곡에서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초식공룡 화석이 발견됐다. 마멘치사우루스 계열인 이 화석은 높이가 35m에 달하는데, 그 중 목 길이는 15m로 세계에서 가장 길다.

같은 달 닝샤 회족자치구 링우시 한 산 언덕에서는 초식공룡 디플로도쿠스와 유사한 공룡의 두개골 화석이 발굴됐다. 이 공룡 두개골에는 22개의 이빨도 U자형으로 남아 있었다. 공룡 두개골 화석은 북반구에서는 처음 발굴되고, 전 세계적으로 6개밖에 안될 만큼 희귀하다.

수천 개의 화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산둥성 주청시에서의 발견은 더욱 놀랍다. 2007년 3월 발굴이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7600여 점의 공룡 화석이 발견됐는데, 대부분은 공룡 멸종기인 백악기 후기의 것이다.

발굴을 주관한 중국과학원 척추고생물연구소는 과거 주청이 무성한 풀이 자라던 습지로 오리부리공룡이 살기 좋은 조건이었고 화산폭발이 일어난 뒤 홍수로 공룡 시체가 한 곳에 묻히게 됐으리라 추측했다.

자오시진 중국과학원 교수는 "높이 9m, 양 날개폭 16m이 되는 오리부리공룡 외에 갑옷공룡인 안킬로사우루스·티라노사우루스·코엘루루스 등도 다수 출토됐다"면서 "공룡 멸망의 수수께끼를 푸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희귀했던 공룡 발자국 화석도 작년 4월 신강 트루판 분지 사막에서 무더기로 발견됐다. 150여 개의 공룡 발자국 중 가장 큰 것은 33.6㎝, 가장 작은 것은 11.4㎝에 달한다. 발자국은 세 개의 발가락과 날카로운 발이 있고 방향도 불규칙하게 사방으로 향해 있어 최소한 두 종 이상의 공룡 발자국으로 추측되고 있다.

주빈 부관장은 "공룡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중국 각지에서 새로운 공룡 화석이 발견되고 공룡 관련 박물관이 들어서는 것은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라며 "쯔궁공룡박물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쥐라기 중기 공룡 화석을 발굴하고 보관한 박물관으로서의 장점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산푸에서는 비산노플리오사우노스(Bishanopliosaurus·璧山上龍)를 비롯한 다수의 어룡도 발굴됐다.
 다산푸에서는 비산노플리오사우노스(Bishanopliosaurus·璧山上龍)를 비롯한 다수의 어룡도 발굴됐다.
ⓒ 모종혁

관련사진보기



#공룡#쯔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