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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마트 생선코너에서 생선을 고르고 있었다. 내 옆에서 새댁인 듯한 한 외국여성이 포장된 대구와 생태를 만지작거리더니 대구를 집었다. 그리고 어눌한 한국어로 묻는다.

 

“이거, 맛있어요?”

 

고개를 끄덕여주고 값을 보니 한 마리 포장한 값이 6,000원이 넘는다. 생태는 3,000원이 조금 넘는 가격으로 붙어 있다. 나는 대구나 생태가 모두 맛이 있지만 대구가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앳된 새댁은 한 눈에 봐도 결혼 이민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와 사는 여성이 확실했다. 새댁은 바구니에 생태를 넣고 나를 보며 웃었다. 나도 따라 웃었다.

 

요즘은 동네뿐만 아니라 밖에 나가면 다문화가정의 부부나 아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난다. 햇살이 따뜻한 날이면 유모차를 끌고 공원에서 삼삼오오 모여 그들의 언어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가끔 본다. 이렇게 같은 언어로 나눌 수 있는 이웃이 있다는 건 그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다문화가정이란 국제결혼이나 입양 등에 의해 가족 구성원 간의 여러 문화가 존재하는 가족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문화가정은 새터민,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자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다문화가정의 현주소는 어떤 모습일까?

 

한남대 사회복지학과의 구은경, 이동영 학생과 신미애 지도교수 등 3명은 지난 12월 22일부터 2009년 새해 1월 9일까지 약 20여일 동안 대덕구 법동지역 다문화가정실태를 알아보았다. 1월 13일(화) 오후 1시에는 민들레의료생협 활동실에서 학생들의 실습보고가 있었다.

 

대덕구에는 2,000여명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582세대의 결혼이민자 가정에 173명의 아동이 살고 있다(2008년 5월 기준).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의 실습 목적은 다문화가정이 지역 내의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다문화가정의 인구현황파악과 정보제공을 위해 워크숍과 계획서를 작성하고 마을지도를 그리면서 정보수집과 현황조사 등에 들어갔다. 그러나 의료생협에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기관을 통해 홍보하는 것을 목표로 했던 실습에서는, 직접 인터뷰를 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고 했다.

 

대전 이주노동지원센터와 대덕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사회복지사와의 간접인터뷰에서는 한국에 온 지는 얼마나 되었고 실제생활과 문화차이로 오는 불편함, 편의시설이나 병원이용의 문제점, 정부의 혜택 등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센터의 이용자는 대부분 5년 미만이 가장 많았고, 한국에 온 지는 6-7년 되었다. 통일교를 통해서 온 결혼이민자는 10년 이상 된 사람들도 있다. 결혼이민자의 경우 대도시에 거주하며 고학력에 경제적 풍족함을 기대하고 왔지만, 거의 거짓된 정보였다.

 

이주노동자들은 그들 정부나 노동부에 고액의 돈을 주고 한국에 왔다. 그 돈을 갚는데는 3년의 기간이 걸리고 그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불법 체류자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비좁은 기숙사나 컨테이너 박스에 단체거주 생활을 하기 때문에 화재나 건강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주노동자들과 결혼이민자 여성들 대부분 가장 큰 어려움은 의사소통의 문제이다. 시어머니와 양육방법의 차이로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고학력의 결혼이민자 여성들은 방과 후 교사나 원어민강사, 통역, 번역 같은 직업을 갖게 되지만, 대부분은 식당이나 공장에서 단순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현실이다.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기관이나 시설, 병원 등을 이용할 때도 겪는다.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근무시간에 병원에 갈 수 없어서 무료검진센터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이용범위는 10% 이내라고 한다. 한국정부로부터 받는 혜택에서 이주여성만을 위한 복지는 전무한 상태이다. 게다가 다문화가정에 대한 실태파악조차 돼있지 않아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도 미흡하다. 

 

다문화가정을 위해 현재 진행 중인 프로그램으로는 대전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하는 배우자교육, 한국어교육, 한국요리, 이민자 취업교육 등이 있다. 대덕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가족역할교육이 있고, 보육돌보미와 자녀교육 지원사업 따위가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대도시라 하더라도 주로 3D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환경과 인건비도 열악한 편이다. 다문화는 이제 ‘상생’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편견을 배제하고 문화 차이를 최소화하는 한편, 다문화가정의 언어교육이 꾸준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언어교육으로 한국어에 대한 어려움을 극복하게 하고, 무엇보다 아플 때 의료서비를 제공받게 해야 한다.

다문화가정이 바라는 희망나무에는 정부지원, 언어 개발, 양육지원과 교육서비스, 한국문화체험, 의료서비스 등이 있었다. 자원활동을 하는 장철숙씨는 이들의 희망나무에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자원활동가들이 한글길라잡이를 해주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고 했다.

 

김성훈(조직기획실장)씨는 민들레의료생협 직원과 조합원들, 자원활동가들이 ‘실습보고’를 같이 듣는 과정에서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다문화가정을 위해 ‘같이 실천해 볼 수 있는 범위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문화가정과 상생하기 위해서는 이주민에 대한 제도적이고 체계 있는 시민교육이 필요하다. 열린 마음으로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결혼이민자들의 인권에 기반을 둔 다문화 없는 한국적 다문화사회 모색을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다문화, #민들레, #대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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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가면을 줘보게, 그럼 진실을 말하게 될 테니까. 오스카와일드<거짓의 쇠락>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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