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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이 14일 공개한 '경인운하사업 수요예측 재조사, 타당성 재조사 및 적격성 조사 요약 보고서'가 편익은 부풀리고 비용은 축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경인운하 조감도.
 한국개발연구원이 14일 공개한 '경인운하사업 수요예측 재조사, 타당성 재조사 및 적격성 조사 요약 보고서'가 편익은 부풀리고 비용은 축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경인운하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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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14일 오후 6시 30분]

"(경인운하 경제성) 분석을 아주 잘해 놓았다. 어떻게든 경인운하를 하려고 참…."

14일 오전 경기도 과천 국토해양부 기자실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인운하 사업 타당성 조사 보고서가 공개된 직후, 취재진 사이에선 이런 탄식이 흘렀다. 보고서에선 '경제성이 있다'는 결론을 위해 편익을 부풀리고, 비용을 축소한 부분이 여러 군데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이후 브리핑에서 취재진들의 비판적인 질의가 쏟아졌다. 이에 국토해양부·KDI 관계자들은 진땀을 흘렸다. 특히, 보고서의 명백한 오류 앞에서 이들은 "죄송하다", "즉시 수정하겠다"는 말을 늘어놓았다.

만약 현장에 전문가들이 있었다면 보고서에 대한 비판은 더욱 혹독했을 터다.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가 경인운하를 시행하려고 작정을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경제성 있는 시나리오만 강조한 KDI 보고서

이날 오전 '경인운하사업 수요예측 재조사, 타당성 재조사 및 적격성 조사 요약 보고서'가 공개되기 전, 국토해양부는 이 보고서가 경인운하사업의 편익/비용을 1.07로 계산해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으로 밝혔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제방도로 포장·부대시설 비용을 비롯한 굴포천 방수로 2단계 사업비용(4790억원)을 아예 제외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마저도 KDI가 내놓은 3가지 시나리오 중 가장 경제성이 높은 <시나리오1>이었다.

경인운하는 원래 굴포천 치수를 위해 시작된 사업이다. 당초 너비가 40m인 굴포천 방수로는 경인운하 사업과 맞물리면서 80m로 넓히는 계획이 통과됐다. 이 같은 내용의 굴포천 방수로 2단계 사업비용을 경인운하 사업비에 포함하는 게 당연하다는 지적에도 이 비용은 빠졌다.

보고서에서는 제방도로 포장비용을 포함하는 <시나리오2>나 굴포천 방수로 2단계 사업비용을 모두 포함하는 <시나리오3>의 편익/비용이 1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나타나기도 했다.

<시나리오1>에 비해 경인운하 사업비 225억원이 더 드는 <시나리오2>의 경우, 제방도로 요금을 1500원으로 했을 때 편익/비용이 0.963이었다. 2단계 방수로 공사 4790억원을 포함시키는 <시나리오3>에서 제방도로 요금을 1500원으로 했을 때 편익/비용은 0.899에 불과했다. 하지만 KDI는 여기에 치수 편익을 포함시키면 1.061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연구를 총괄한 박현 KDI 공공투자관리센터 민간투자지원실장은 "경인운하사업은 2단계 방수로가 완공된 전제하에 시행하는 것으로 <시나리오1>이 가장 적절하다"고 밝혔다.

취재진은 "이미 굴포천 방수로는 운하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는 2003년 감사원 보고서가 있고, 또한 같은 해 정부 여당과 시민단체 간에 체결된 굴포천 방수로 협약에는 굴포천 80m 중 40m가 운하를 위한 것이라는 조항이 있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노재화 국토해양부 수자원정책관은 "당시 협약은 경인운하 반대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에 그런 협약을 한 것이다. 그 협약이 무산됐으니, 협약 조항도 무효"라며 당시 정부의 결정을 부정했다.

상당히 과장된 편익... 물동량 과다하게 계산

한국개발연구원 보고서에 등장하는 시나리오에는 경인운하의 경제성이 있다고 조사됐지만 이를 뜯어보면 그 편익이 상당히 과장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주운수로 상상도.
 한국개발연구원 보고서에 등장하는 시나리오에는 경인운하의 경제성이 있다고 조사됐지만 이를 뜯어보면 그 편익이 상당히 과장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주운수로 상상도.
ⓒ 국토해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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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시나리오에서 경인운하의 경제성이 있다고 조사됐지만, 이를 뜯어보면 그 편익이 상당히 과장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KDI는 경인운하 사업의 편익이 2조 585억원이라고 분석했다. 이 중 재항(인천항 화물 처리)비용과 하역비 절감 편익이 모두 4869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는 경인운하 물동량을 과다하게 계산한 금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해양부는 컨테이너 선박보다 비용이 더 들어가는 강·바다 겸용선을 경인운하에 띄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KDI는 컨테이너 선박을 기준으로 물동량을 계산했다. 이에 대해 KDI는 "강·바다 겸용선의 선박 건조 비용, 속도 및 장래 요금 추정의 어려움을 고려하여 현행 컨테이너 화물부두의 요금수준을 조사해 적용했다"고 밝혔다.

이마저도 2006년 해양수산부의 발표대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7선석의 투자가 이뤄지면 이 편익은 크게 감소한다. 박현 실장은 "기존 인천항에 투자가 이뤄진다면, 경인운하 터미널 건설로 인한 재항·하역비용 절감은 없다"고 인정했다.

토지조성 편익도 문제다. KDI는 김포 및 인천터미널 배후단지 개발에 따라 7956억원에 이르는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경인운하 사업의 편익으로 반영할 수 있느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KDI는 김포터미널 물류단지 화물취급장의 1㎡당 분양가격을 83만7천원으로 계산했지만, 이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인천항의 화물 취급장은 3.3㎡당 100만원도 되지 않는 터라, 토지조성 편익이 상당히 감소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KDI는 여객선 운항 등으로 933억원의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경인운하가 건설될 경우, 많은 관광객들이 경인운하를 찾을지는 미지수다.

수요 예측에서 오류 범한 KDI 보고서

이번 KDI 조사 이유 중 하나는 경인운하 타당성 재조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다. KDI가 조사한 물동량·여객 수요 예측치는 지난 2008년 8월 국토해양부의 사업보고서 예측치보다 상당히 감소했다.

국토해양부는 경인운하 건설 시 2011년 연안 컨테이너 물동량을 36만6천TEU(1TEU는 2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로 예상했지만, KDI는 29만4천TEU로 전망했다. 19.7%가 감소한 것이다. KDI가 전망한 컨테이너·모래·중고자동차·철강재 등의 물동량은 국토해양부 예측치보다 평균 20.9% 낮았다. 또한, 제방도로 수요도 당초 예측보다 15.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객 수요 예측에서는 KDI가 국토해양부 예측치를 낮게 계산해 여객 수요 '감소'를 '증가'로 둔갑시키기도 했다. 국토해양부는 2011년 92만명의 여객 수요를 전망했지만, KDI 예측치는 59만9천명으로 조사돼 상당한 감소폭이 나타났다. 하지만 보고서에서는 국토해양부의 여객 수요 예측을 56만명으로 잘못 분석해, 오히려 여객 수요는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오류에 대해 박현 실장은 "경인운하 사업에 대한 타당성을 재조사하려면 본 조사의 수요예측치가 30% 이상 감소해야 한다"며 "조사 결과 20% 조금 넘게 감소했고, 여객 수요 예측을 다시 계산해도 타당성 재조사를 할 필요가 없는 정도"라고 밝혔다.

'경인운하 건설단' 현판식이 열린 12일 오후 두꺼운 얼음이 언 인천시 계양구 경인운하 공사현장에서 포크레인이 몇대가 작업을 하고 있다.
 '경인운하 건설단' 현판식이 열린 12일 오후 두꺼운 얼음이 언 인천시 계양구 경인운하 공사현장에서 포크레인이 몇대가 작업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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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경제성 분석의 ABC도 모르는 것"

전문가들은 "KDI의 보고서 내용이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방수로 2단계 사업 비용을 편익/비용 계산에서 뺀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방수로 1단계 공사로 치수 대책은 모두 끝났다. 2단계 방수로 공사는 운하 때문에 판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한 "<시나리오3>에서 치수 편익을 넣었는데, 운하를 위한 사업에 왜 치수 편익을 넣었는지 황당하다"며 "운하에 물을 채워놓기 때문에 비가 오면 운항을 못하고, 피해가 크다. 치수 편익은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박용신 환경정의 협동사무처장은 "정부의 연안운송 활성화 정책의지 때문에 물동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가정했는데, 이는 경제성 분석의 ABC도 모르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토지조성 비용은 원래 반영하지 않는 게 원칙인데, 너무 황당하다"며 "이 보고서는 경인운하가 경제성이 없는데도, 정부가 사업 추진 의지를 표현한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태그:#경인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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