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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아, 제발 오락 그만하고 책 좀 읽어라!”

“어휴, 엄마는 매일 왜 나만 보면 닦달이세요? 나 방금 인터넷 켰단 말이에요!”

“야 이놈아, 옆집 형민이 좀 봐라. 엄마가 가게에 일 나가 집에 없는데도 꼼짝 않고 책 읽는다고 하더라. 그것도 동생들까지 챙기면서. 근데, 넌 뭐냐? 아이고, 속 터져.”

“…….”

 

요즘 아이들은 정말 책을 읽지 않습니다. 그래서 부모는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애써 다그칩니다. 그러나 아이는 부모의 바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저 인터넷에 매달리고, 텔레비전에 넋을 잃고 있습니다. 급기야 화딱지가 돋아 언성이 높아집니다. 책 읽기와 사투가 시작됩니다. 아이도 자기 속내를 드러내 보입니다. 책 읽는 게 재미가 없답니다. 아이도 제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선택여지를 주어야 합니다. '책 읽어라!'는 소리가 집 밖으로 나가면 아이는 더 이상 책은 읽지 않습니다.

 

왜 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으려고 할까요? 무슨 까닭에 소똥 닭똥 피하듯 꺼리는 걸까요? 아이들이 인터넷에 빠지거나 텔레비전에 매달리는 것은 분명 좋지 않은 행동입니다. 그러니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당연히 걱정거립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인터넷과 텔레비전, 만화에 빠지는 이유를 한번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같이 놀아줄 친구가 없기 때문입니다. 왜 친구가 없느냐고 하시겠지만, 요즘 아이들, 함께 놀 친구가 없습니다. 아이들이 온통 바쁘기 때문입니다.

 

책을 안 읽는 아이들, 책이 재미가 없다는 아이들

 

집안에 책이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닙니다. 책이 찢어질까 봐, 손때를 탈까 봐, 닳을까 봐 지나치게 책을 소중하게 다루는 것도 아이들이 책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원인입니다. 책은 무시로 읽혀야하고, 군데군데 밑줄이 작작 그어져야 합니다. 손때가 듬성듬성 묻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책을 멀리하는 까닭은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책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장식품이 아닙니다.

 

혹 아이가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어떤 책을 읽었는지 꼬치꼬치 캐묻지 않습니까? 그보다 책을 읽자마자 독후감을 쓰라고 닦달하지 않습니까? 만화책이면 무조건 보지 말라고 다그친 적은 없습니까? 그리고 옆집 아이와 비교해서 책을 읽히지 않는지요? 부모의 지나친 보살핌이 도리어 책과 멀리하게 되는 또 하나의 원인입니다.

 

책이 아이의 손에 쉽게 닿는 곳에 있는지 살펴보세요.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부모는 신문이나 잡지, 텔레비전으로 시간을 때우면서 아이에게는 책도 안 본다고 쌍심지 켤 일이 아닙니다.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는 당연히 책을 읽습니다. 그렇기에 책 읽기는 애달게 강요할 일이 아닙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한꺼번에 많은 책을 사 주거나, 아이의 수준보다 어려운 책을 골라주는 것은 되레 아이가 책을 꺼리는 원인이 됩니다. 그건 아이가 읽고 싶은 책이 아니라 부모가 읽고 싶은 책입니다. 아이가 재미있어 하는 책이면 어느 책이든 다 좋습니다. 동화책이면 어떻고 만화책이면 어떻습니까? 그저 책 읽기를 가르치려 들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아이가 같이 책을 읽자고 하는데, 바쁘다고 혼자 읽으라고 손사래 친 경우는 없습니까? 이렇게 자잘한 일들이 모여 아이가 책을 멀리하게 됩니다.

 

 

시간을 정해 서점에 가 보세요. 아이가 서점에 가서 여러 가지 책을 구경하면서 책을 골라보는 재미를 느끼게 해 보세요. 평소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 읽고 싶은 책, 좋아하는 책의 목록을 아이 스스로 만들어 보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서점에 가기 전에 아이랑 어떤 책을 고를 것인가를 미리 얘기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언제쯤 아이랑 서점에 가 보셨나요?

 

어른들은 동화책만을 좋은 책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농후합니다. 그렇지만 아이의 상상력은 동화 속에서만 계발되는 것은 아닙니다. 동화뿐만 아니라 과학, 역사, 상식 등 여러 분야의 책을 골고루 접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는 여러 책들을 통하여 미지의 세계, 신비한 자연 현상, 아주 오랜 옛날이야기를 통해서도 무한한 상상력을 키워냅니다. 음식도 편식을 하면 균형 잡힌 영양가를 섭취하기 어렵듯이 책도 편식을 하게 되면 한 쪽 부분의 영양분이 부족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랑 책을 읽고 난 다음 그 내용을 이야기하거나 토론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럴 때 아이는 책 읽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되고, 책만 봐도 신이 나서 책과 더불어 지내는 시간이 늘어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아이는 서점 갈 때면 나올 줄을 모르게 됩니다.

 

아이에게 책을 사 줄 때는 전집류보다는 낱권이 좋습니다. 명작동화나 위인전 같은 전집류는 전개방식이 비슷할 뿐만 아니라, 한꺼번에 너무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책에 대한 흥미가 약해집니다. 책을 몽땅 안기면 아이는 쉽게 싫증을 내고 맙니다. 아이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고르도록 해 보십시오. 제 아무리 교육전문가가 추천하고, 교육적 의미가 있는 책이라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어른들의 눈으로 보기에 그렇다는 것임을 명심해야합니다.

 

무엇보다도 아이가 서점에 갔다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아이가 읽고 싶은 책을 고를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 줘야 합니다. 아이는 아이들의 눈으로 책을 봅니다. 서점처럼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도 책 읽는 습관을 들이는데 좋습니다. 대출카드도 만들고 자료 이용도 함께 해 보십시오. 아이가 무척 좋아할 것입니다. 책의 보고인 도서관을 이용하면 공짜(?)라는 매력이 아이와 부모에게 책에 대한 부담감을 상쇄시켜 줄 수 있습니다.

 

아이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고르도록 해야

 

 

책을 읽고 나면 따지듯 줄거리를 요약하는 독후감을 강요하지 마십시오. 억지 춘향 하듯 뻔한 놀음에 아이는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단지 줄거리만을 요약하는 강요된 독후감은 암기력을 측정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효과도 없습니다. 그것은 너무나 구태의연한 책읽깁니다. 그러한 타성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올바른 독후감 쓰기 지도는 책을 읽고 머릿속에 남는 장면이나 대화, 또는 인물을 이해한 만큼만 그려낼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합니다.

 

“인성아,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어보니까 어때?”

“전에도 읽고 싶었던 책인데, 읽고 나니까 마음이 후련하네요. 하지만 잎싹이가 안 됐어요. 그처럼 닭장을 나오려고 했는데, 결국 제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죽었잖아요. 그게 안타까워요. 왜 지은이는 잎싹이를 죽게 만들었을까요?”

“거야 물론 지은이 생각이겠지, 하지만 엄마도 너랑 이 책을 함께 읽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어. 하지만 새로운 꿈을 펼치기 위해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는 잎싹한테 본받을 게 있는 것 같아. 그렇지 않아?”

“네, 엄마, 그런데 제가 책을 읽지 않아서 속상했죠? 이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저 열심히 책 읽을 거예요. 읽어보니 참 재미있어요.”

“그랬니? 고마워. 엄마도 네가 참 대견스럽구나.”

“헤헤헤, 뭘요. 당연한 일이데요.” 

 

아이에게 책 읽는 버릇을 들이는 게 그리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부모님들이 책을 읽는 모습을 보고 자연스레 책 읽기의 중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더구나 함께 책을 읽으며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식구들이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습니다. 서로의 고민을 책 읽기를 통해서 풀어보는 계기가 되어 안온한 가족 울타리가 여며질 겁니다. 오늘 당장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눠보세요.


#책읽기#독서#서점#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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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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