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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기름유출사고가 1년을 넘기고 있는 가운데 동절기 어획량이 급격하게 줄어 어민들이 근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9일 황골포구에서 주꾸미잡이를 마치고 돌아온 이선철씨. 이른 새벽부터 그물 약 200개를 싣고 어업에 나섰던 이씨는 이날 약 60kg 정도의 주꾸미를 잡았다. 기름유출사고 이전 약 200kg에 비해 크게 감소한 수치다.

 

태안군 동절기 어업의 대표적인 주꾸미잡이는 대부분의 조업이 11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 이뤄지고 있다. 이씨는 "기름유출사고 이전에는 하루 약 200kg 잡히던 주꾸미가 올해는 1/3도 안 잡히고 있다. 그나마 잡은 것들도 절반 이상이 죽어서 상품가치가 떨어져 바다에 나가봐야 적자"라며 "기름 방제작업 시기에 해경에서 유화제를 사용했던 것이 문제다. 유화제가 기름이 펄 속에 흡수되는 역할을 한 것 같다"고 한탄했다.

 

이 같은 상황을 겪고 있는 것은 이씨 뿐만이 아니다. 태안군 선주협회 소속 지월중씨도 가리비 조업에 나섰다가 크게 실망하고 돌아왔다. 지씨는 "기름사고 이전 하루 300kg 정도 잡히던 가리비가 지금은 40~50kg 정도 잡히고 있는 실정으로 그나마 잡은 가리비도 죽은 것이 많고 껍데기 속에는 검은 물질이 묻어 나오고 있다"며 "유화제 살포로 인해 펄이 오염돼 바다가 황폐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산수협 안흥위판장에 따르면 2006년도 총 어획량 8만4119kg이던 주꾸미가 2007년도 9만9224kg 으로 증가했으나 2008년도에는 절반 수준에 불과한 5만409kg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올해는 지난 9일 기준 총 463kg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간자미가 2006년 총 어획량 18만4296kg에서 2007년 12만1541kg, 2008년 9만6331kg으로 급감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가리비의 경우 최근 년간 약 90톤 어획되던 양이 2008년도를 기점으로 절반 이상 줄어 9일 기준 현재까지 약 463kg 위판됐다.  

 

상대적으로 타 지역에 비해 주꾸미잡이 어선이 다수인 남면지역은 어획량 감소 현상이 더욱 뚜렷하다. 지난해 기름유출사고로 조업을 중단한 이 지역은 기름유출사고 이전 하루 평균 약 1592kg 거래되던 어획량이 올해는 약 249kg에 불과한 실정이다.

 

 

(사)한국수산경영인연합회 문승국 태안군연합회장은 "배 타고 나가봐야 잡을 것이 없다. 조업 중단하고 손 놓고 있을 수 없어 마지못해 나가지만, 어획량이 없어 빚만 쌓여가고 있는 형편"이라며 "주민들 대부분이 유화제 사용으로 인해 바다가 오염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허나 조사를 하고 있는 연구기관이 발표를 하고 있지 않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안군선주협회 김동군 사무국장도 "패류·갑각류·해저수생어류 등 할 것 없이 태안 앞바다의 모든 어족자원이 씨가 말랐다"며 "특히 유화제를 사용했던 지역에서 이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기름유출사고 여파가 이제야 비로소 나타나고 있다. 어민들이 흥분하고 있어 폭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앞으로 수산분야에 대한 피해규모는 수천억원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그:#기름유출, #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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