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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넓은 경지로 간

모든 것에 대해 우리들은

이건 정말 예술이에요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전략적이고 물량적이고 파괴적이고

많은 사람들이 희생이 되어도

전쟁은

지나간 전쟁도

지금의 전쟁도

앞으로의 전쟁도

예술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선관, '전쟁만큼은 예술이 아니에요'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유엔 안보리가 내놓은 휴전결의안조차 휴지조각으로 만들며 전선을 더욱 넓히고 있다. 유엔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에게 가자지구 전쟁을 즉각 그만두고 휴전하라는 '옐로카드'를 내밀었지만 이들은 서로에게 잘못을 덮어씌우며 전투를 계속하고 있다. 벌써 800여 명에 이르는 팔레스타인인이 죽었고, 이스라엘인도 꽤 죽었다 한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레게브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이스라엘 남부의 민간인들이 더 이상 하마스 로켓의 목표가 되지 않도록 보다 확실히 할 것"이라며 "가자지구에 무기가 밀반입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하마스 부대 무기 이동로로 보이는 가자지구 남부로 전선을 더욱 넓혀 나갈 것이란 뜻에 다름 아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6일에도 가자지구에 있는 유엔학교를 공격해 민간인 수십 명을 학살해 국제사회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특히 8일(목)에는 이스라엘 스스로 정한 휴전시간에 유엔 구호트럭까지 포탄 2발로 공격해 운전사를 숨지게 했다. 이 트럭은 구호품을 받기 위해 가자 북부에서 이스라엘 국경통과소 쪽으로 가던 중이었다.

 

이 트럭은 유엔 마크와 깃발까지 달고 있었다. 이스라엘은 매일 오후 1∼4시에는 군사작전을 그만두고 유엔과 국제적십자위원회 등이 가자지구 난민들에게 구호품을 전달할 수 있도록 '인도주의 통로'를 열어주겠다고 7일(수)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약속한 그 시간대에 구호트럭을 공격했다.

 

이스라엘군은 이에 대해 "한시 휴전 시간대에 하마스 측에서 최소 4발의 로켓탄을 발사했다"고 발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엔과 국제적십자위원회는 가자지구에 대한 모든 구호활동을 중단했다. 유엔은 인도적 지원과 구호 인력들을 안전을 위해 즉각 휴전을 하라고 다시 한번 양측에 옐로카드를 내밀었다.

 

더욱 얄미운 것은 이스라엘을 지지하면서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미국과 이스라엘 대통령 시몬 페레스, 팔레스타인 수반 마흐무드 압바스다. 시몬 페레스는 1994년 팔레스타인과 '오슬로협정'을 이끌어 낸 공로로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다. 마흐무드 압바스는 동족이 학살당하고 있는 데 지금까지도 입에 자물쇠를 굳게 채우고 있다. 

 

 

이스라엘vs팔레스타인, 누가 점령군인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들은 왜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서로 잡아먹지 못해 마구 으르렁거리며 철천지 원수처럼 싸우고 있는 것일까. 구약성서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아브라함 핏줄들이다. 이들은 남북으로 갈라진 우리나라처럼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옷을 입으며, 같은 풍습을 가진 민족이다.

 

네이버 백과사전에 따르면 AD77년 유대(팔레스타인 지역 전체를 다스리던 유대인 왕국, 유대, 북쪽 갈릴리, 중앙 사마리아)는 로마시대 때 마사다 전투에서 패망해 지도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때부터 이들 유대인들은 지구촌 곳곳으로 뿔뿔이 흩어져 곳곳에 유대교 사원을 만들어 그곳에서 서로를 다독이며 살아왔다.

 

2차 세계대전 때에는 이스라엘 민족지도자(대표 벤구리온, 이스라엘 건국의 아버지)들은 영국에 빌붙어 전쟁비용을 대주기로 했다. 전쟁이 끝난 뒤 옛 유대 땅에 이스라엘 건국을 약속받기 위해서였다. 독일 히틀러가 수많은 유대인을 학살한 것도 이 때문이었으며, 영국과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이 사실을 알고도 모른 척했다.

 

1947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영국 정부는 옛 유대 땅에 이스라엘 건국을 허락했다. 이때 영국은 팔레스타인에게는 허락도 반대도 아닌 어중간한 입장을 취했다. 그 사이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지구촌 곳곳에 흩어져 있는 유대인들을 팔레스타인 땅에 강제 이주시킨 뒤 건국을 선포하고, 국제사회에 발 빠르게 승인을 받았다.

 

이 때문에 2천 년을 살아오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난민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을 강제 점령한 까닭은 구약성서에 "이 땅이 우리 선조 땅"이라고 씌어져 있다는 것 하나뿐이었다. 팔레스타인이 땅을 빼앗기게 된 까닭은 꼭지점이 없는 유목민 집단 거주 형태를 띠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스라엘 건국과 함께 시작된 이스라엘과 아랍권 충돌은 1948년 제1차 중동전을 시작으로 1973년 이스라엘 승리로 끝난 제4차 중동전으로 매듭지어지는 듯했다. 그리고 그 뒤에도 국제사회가 나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이스라엘 사이에 수많은 평화협상을 했다. 하지만 양측의 오랜 불신과 해묵은 갈등은 지금까지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11월 4일, 이스라엘 가자지구 먼저 공격함으로써 전쟁 시작

 

가자지구는 이집트와 이스라엘 사이, 지중해를 끼고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통치구역이다. 1948년 1차 중동전쟁이 끝난 뒤 이집트 땅이 되기도 했던 가자지구는 1967년 3차 중동전쟁이 끝나면서 이스라엘이 점령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2005년 가자지구에서 살고 있는 유대인 주민과 군 병력을 이스라엘로 옮기면서 가자지구 점령에 마침표를 찍는 듯했다.

 

2008년 6월, 팔레스타인 무장정치조직인 하마스가 파타계열 보안군 병력을 몰아내고 가자지구를 차지하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중동에서 '왕따' 시키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가지지구는 말 그대로 '하늘만 열린 감옥'으로 탈바꿈했다. 1987년 셰이크 아메드 야신이 만든 하마스는 팔레스타인계 이슬람 저항운동단체이자 정당이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6월 중반부터 6개월 휴전기간 동안 팔레스타인인 37명을 살해했다. 이에 맞서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은 예루살렘에서 불도저 공격을 해 이스라엘인 3명을 살해했다. 하마스는 휴전기간에 이스라엘인들을 먼저 공격하지 않았으나, 이스라엘이 11월 4일 가자지구를 먼저 공격해 하마스 대원 6명을 살해했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이스라엘 군부는 "휴전을 중단시킬 의도는 없다. 이 작전의 목적은 하마스 테러조직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엄청난 휴전 위반에 로켓을 발사한다" 함으로써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에 죽이고 죽는 참혹한 전쟁이 시작되었다. 

 

지금 이스라엘군 공격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자지구 가까운 요르단에서는 마을 곳곳에 가자주민을 돕기 위한 구호물품접수 천막이 세워지고 있다. 아랍 무슬림형제단이 중심이 된 이 천막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매일 마을주민들로부터 생계에 필요한 모든 물품과 부상자들을 위한 의약품 및 성금을 접수받고 있다고 한다.

 

지나간 전쟁도, 지금의 전쟁도, 앞으로의 전쟁도 예술이 아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피 비린내 나는 가자지구 전쟁. 글쓴이는 지금까지 전쟁을 직접 겪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한국전쟁에 참가했던 아버지로부터 전쟁이 얼마나 무섭고 잔인한 것인가를 들으며 자랐다. 영화관이나 TV에서 전쟁영화를 보면서 전쟁이 얼마나 이 세상과 사람을 황폐화시키는가를 간접경험으로 알았다.

 

오죽 전쟁이 무서웠으면 치매에 걸린 아버지께서 살아생전 툭하면 "인자 전쟁 끝났제?"라며 몇 번이나 자식들에게 물었겠는가. 오죽 전쟁이 몸서리칠 정도로 끔찍했으면 어머니께서 살아생전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같은 핏줄끼리 싸우는 전쟁"이라며 "너거들은 형제니까 절대 싸우지 말고 서로 다독여 주면서 살거라"고 했겠는가.

 

한 살 때 백일해 약을 잘못 먹어 뇌성마비 2급 장애를 평생 동안 화두처럼 짊어지고 힘겹게 살다 이 세상을 훌쩍 떠나버린 민족시인 이선관(64, 1942~2005). 그는 스스로에게 주어진 신체 장애를 시를 통해 허리가 잘린 남북분단 장애와 무차별 개발로 피괴되어 가는 환경 장애, 물질문명이 낳은 문명 장애로 이끌고 간 시인이다.  

 

이선관 시인은 말한다. "깊고 넓은 경지로 간 / 모든 것에 대해 우리들은 / 이건 정말 예술이에요"라고 한다고. 하지만 "아무리 / 전략적이고 물량적이고 파괴적이고 / 많은 사람들이 희생이 되어도 / 전쟁은 / 지나간 전쟁도 / 지금의 전쟁도 / 앞으로의 전쟁도 / 예술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그렇다. 전쟁은 예술이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 살술(殺術)이다. 전쟁은 그 어떤 또렷한 명분을 내세운다 하더라도 이 지구촌에서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 된다. 전쟁을 일으키는 자는 지구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에 다름 아니다. 지구촌 질서를 어지럽히고, 지구촌 환경을 파괴하는 악마에 다름 아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살아가는 착한 민간인들과 유엔 구호물자 차량까지 무차별 폭격하는 소리, 피 흘리며 죽어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 신음소리가 이곳까지 들려오는 듯하다. 끔찍하다. 문득 이선관 시인이 살아생전 미군의 무차별 폭격에 죽어간 아프간 사람들을 위로하며 쓴 시 '별이 많이 생겨났네요'가 자꾸만 읊조려진다.

 

"이십일 세기로 들어서서 / 정말 오랜만에 밤하늘을 쳐다보네요 / 저것들 보세요 / 이십세기에서 못 보던 / 유난히 반짝 반짝거리는 새로 생긴 저 별들 / 아마도 저 별들은 / 이십일 세기로 들어서서 / 첫 번째 전쟁이자 새로운 전쟁에서 / 무차별 폭격으로 죽은 / 아프간 사람들의 영혼일 거예요".

 

2009년에 되돌아보는 '중동전쟁' 일지

 

 

1948년 1차 중동전(아랍연합군–이스라엘)

1956년, 수에즈운하분쟁(이집트-이스라엘 영국 프랑스 연합군)

1967년, 2차 중동전, 6일 전쟁(이스라엘-아랍연합군)

1970년, 3차 중동전(아랍연합-이스라엘)

 

1973년, 4차 중동전, 욤키프르 전쟁(아랍연합군-이스라엘)

1982년, 이스라엘-레바논 전쟁

1987~1993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1982~2000년, 이스라엘-레바논 전쟁

 

2000~2007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차 전쟁

2006년, 이스라엘-파타-하마스 전쟁

2007년 5월, 레바논분쟁

2008년 12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보냅니다


태그:#시인 이선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 #전쟁은 예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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