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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박중훈 쇼>. 방송 시작 한 달이 지났지만 화려한 게스트들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KBS <박중훈 쇼>. 방송 시작 한 달이 지났지만 화려한 게스트들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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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간판 예능프로 <황금어장-무릎팍도사(이하 <무릎팍도사>)>에서 MC 강호동은 유독 장동건에 집착하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그와 친분있는 연예인이라도 출연할 때면 그의 소식을 묻고 심지어 게스트에게 그의 출연을 부탁하기까지 한다. 강호동 뿐만 아니라 제작진 역시 자막에 장동건 출연을 희망하는 메시지를 담는다.

이쯤 되면 시청자들은 언제쯤 장동건이 <무릎팍도사>에 출연할까 사뭇 궁금해진다. 하지만 방송 3년째를 맞이하는 지금까지도 장동건의 <무릎팍도사> 출연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그런데 느닷없이 장동건이 토크쇼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무릎팍도사>가 아니라, KBS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박중훈쇼, 대한민국 일요일 밤(이하 <박중훈쇼>)>의 첫회(2008년 12월 14일) 게스트로 말이다. 장동건 뿐만이 아니다. 최진영·정우성·김태희까지…, 지금까지 브라운관에서 좀처럼 얼굴 보기도 힘들었던 스타들이 연달아 게스트로 출연했다. 개그맨 못지 않은 화려한 입담을 자랑하는 박중훈의 진행과 초특급 스타 게스트의 조화, 언론과 대중의 관심은 뜨거웠고 그런 까닭에 <박중훈쇼>의 성공을 점치는 이들은 적지 않았다.

뻔한 질문에 뻔한 답변... 매번 이상형은 왜 묻나?

그러나 방송 한 달째를 맞은 <박중훈쇼>의 성적은 성공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장동건의 출연으로 화제가 된 첫 회 때 11.3%(TNS미디어코리아)란 기분좋은 시청률로 출발한 <박중훈쇼>는 그러나, 이후 2회 10.3%(이하 동일기준), 3회 6.6%, 4회 7.7%의 한 자리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게스트들의 명성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시청자들의 혹평도 끊이지 않고 있다. <박중훈쇼>를 본 시청자들의 주된 반응은 90년대 토크쇼를 보는 것 같이 식상하다는 것, 그리고 빤한 질문만 연달아 던지는 MC 박중훈의 진행이 미숙하다는 것 등이었다.

시청자가 <박중훈쇼>를 재미없어 하는 까닭은 일단 질문이 평이하다는 데 있다. 가령 첫 회 게스트 장동건에게 박중훈이 건넨 질문은 "'잘 생겼다'와 '멋지다' 중 어떤 칭찬이 듣기 좋은가" "왜 수염을 기르나" "외롭지는 않나" 등이었다. 이런 것들은 시청자가 궁금해할만한 질문이 아니다.

이상형에 대한 질문도 매회 빠지지 않는다. 게다가 너무 자세하다. 피부 톤, 머리카락 길이, 쌍꺼풀의 유무까지 들먹이며 이상형을 구체화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4회 게스트 김태희에겐 연기력 논란과 CF퀸의 이미지, 재벌 2세와의 결혼설 등에 대해 묻는 등 이전보다는 나아진 모습을 보였지만 역시 평이한 대답을 유도하는 데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인터넷의 발달로 이제 더 이상 시청자는 정보 부족에 목마르지 않다. 톱스타 출연만으로도 화제가 되는 시기는 지났다. <박중훈쇼>에서 박중훈이 게스트들에게 던진 질문들은 대부분 인터넷 검색으로도 찾을 수 있다. 요즘 시청자가 토크쇼 MC에게 바라는 건 그런 빤한 질문이 아닌, 시청자가 정말 궁금해 하고 게스트가 답변하기 곤란할만한 것들이다.

명실상부 국민 토크쇼로 자리잡은 <무릎팍도사>의 경우 MC 강호동은 그런 질문들을 과감하게 던져 게스트를 곤란하게 만들지만 지켜보는 시청자는 즐겁다. 인터넷 검색이나 언론 매체 인터뷰에서는 밝혀지지 않은 스타의 속내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토크 중간 나와버린 보조MC, 장동건은 어디 가고?

<황금어장 - 무릎팍도사>가 인기 있는 이유는, 무례해서라기 보다 시청자들이 진짜 궁금해 하는 것들을 콕 집어 물어보기 때문이다.
 <황금어장 - 무릎팍도사>가 인기 있는 이유는, 무례해서라기 보다 시청자들이 진짜 궁금해 하는 것들을 콕 집어 물어보기 때문이다.
ⓒ i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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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훈 혼자만의 1인 MC 체제라는 점이 쇼의 전체 흐름을 늘어지게 만든다는 지적도 있다. 요즘같이 다(多) MC 체제의 토크쇼가 대세로 자리잡은 세태 속에서 박중훈은 질문하고 게스트는 답하는, 단순한 주고받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쉽게 질리게 만든다.

<무릎팍도사>의 경우 보조MC 유세윤과 우승민이 적절하게 끼어들어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효과를 주는가 하면,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이하 <라디오스타>)>의 경우, 아예 메인MC-보조MC의 구분이 없다. 4명의 MC가 동시다발적으로 입을 열어 상당히 어수선한 분위기로 흘러가고 이런 모습에 게스트가 당황하지만 요즘 시청자들은 이런 파격적 진행을 즐긴다. 그러니 <박중훈쇼>가 지루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소 뜬금없게 느껴질만큼 산만한 구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첫 회에선 쇼 중간에 보조MC 이현주가 진행하는 '상상 밖의 그녀'라는 코너가 등장했다. 갑자기 박중훈과 장동건의 이야기가 끊긴 뒤 무대 중앙에 F1 경주용 레이싱카가 등장했고, 장동건은 어디론가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박중훈과 이현주가 레이싱카에 대해 장황하게 이야기하더니 이내 또 다른 사람들이 등장해서 갑자기 타이어 교체 시범을 선보였다. 그러더니 마지막엔 2010년 한국에서 개최되는 F1 경기를 홍보하고 사라졌다. 3회에선 쇼 말미에 마술사가 등장해 마술을 선보였다.

긴 쇼에 지루함을 느낄 시청자를 위해 분위기를 환기시킬 목적이었겠지만 시청자 입장에선 생뚱맞다는 느낌만 받을 뿐이다.

문제의 본질은 미숙한 진행과 허술한 구성

<박중훈쇼>보다 하루 앞서 방송을 시작한 MBC 에브리원의 토크쇼 <신해철의 스페셜 에디션>의 MC 신해철은 요즘 트렌드에 맞게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첫회 게스트로 출연한 서태지와 마주한 신해철은 '독설가' '마왕'다운 이미지를 그대로 살려 시청자들이 서태지에게 정말 궁금한 점, 듣고 싶은 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물론 그의 태도에 비해 서태지의 말문이 생각보다 트이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대중 음악계의 두 거장이 등장한 것에 비해 심도있는 음악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 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구성이나 신해철의 진행은 나쁘지 않았다.

MBC 에브리원에서 방송되고 있는 <신해철의 스페셜 에디션>.
 MBC 에브리원에서 방송되고 있는 <신해철의 스페셜 에디션>.
ⓒ MBC 에브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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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박중훈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박중훈쇼>를 향해 들려오는 비판의 목소리에 대해 '무례함의 시대'라는 표현으로 입장을 언급한 바 있다.

"요즘 시청자들은 무례한 트렌드에 재미를 느끼지만, 웃음을 주는 재미만이 재미의 전부가 아니다, <박중훈쇼>는 무례함 대신 편안하고 따뜻한 감동과 재미로 시청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토크쇼가 되겠다."

바로 이 대목에서 박중훈 스스로가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청자들이 <박중훈쇼>에게 바라는 건 <무릎팍도사>나 <라디오스타>에서와 같은 집요함과 무례함이 아니다.

박중훈의 말대로라면, <박중훈쇼>는 무례하고 자극적 개그로 시청자를 웃기는 대신, 따뜻한 감동과 잔잔한 웃음을 안겨주면서 편안하게 느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박중훈쇼>를 보는 시청자들은 불편하다. 재미가 없어서 불편한 게 아니라 그의 미숙한 진행과 허술하고 산만한 구성 탓에 채널을 고정하고 있기가 어려워서 불편하다.

박중훈은 또 "이제 권투 12라운드 중 1라운드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야구에서 타율을 따질 때에도 기본타석이 필요한 것처럼 아직 타석이 미달인만큼 더 지켜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기다림의 미덕을 바랐다. 그러나 무례함이 요즘 예능프로의 트렌드이듯이, 시청률이 저조하고 혹평 일색인 프로그램은 기다려주지 않고 바로바로 간판을 내리는 것 또한 요즘 방송가의 트렌드다.

심형래·김연아·원더걸스·동방신기 등 최고의 게스트들이 출연했음에도 불과 2개월 만에 막을 내린 SBS <더 스타쇼>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박중훈쇼>가 어떻게 노력해야 할지, 제작진과 박중훈이 고민해야 할 때다.


태그:#박중훈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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