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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고, 운전을 하다 보면 어린이 교통사고 때문에 한 번씩 놀란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학교와 집에서 교통안전 교육을 시켜도 ‘빨간 신호등’이라는 별명처럼 아이들 모든 동선을 따라 다닐 수 없기 때문에 등하교 때는 아이들을 만날 같이 다닐 수도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함께 같이 다닐 수 없는 시간이 더 많아 교통 안전 교육을 아이들 스스로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있어 한 번씩 같이 배웁니다. 경남 진주시 '진양호' 아래에 있는 ‘어린이교통안전교육장’이 배움터입니다.

이곳이 좋은 점은 '말'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교통 안전 교육을 받습니다. 아이들 스스로 운전을 합니다. 운전하면서 빨간 신호등이면 멈추고, 녹색 신호등이면 건넙니다. 자기가 직접 운전을 하기 때문에 선생님과 부모가 '빨간불'에는 건너지 말라는 잔소리(?) 같은 교육보다는 훨씬 교육 효과가 높습니다. 하기 싫다고 짜증내는 일이 없습니다.

동생네 아이들이 와서 점심을 먹고 갔습니다. 날씨가 쌀쌀한지 텅비었습니다. 따뜻한 주말이면 30-40분 기다려야 겨우 차 한대 탈 수 있는데 오늘은 다섯 아이들이 차 한 대씩 탔습니다.

 빨간신호등에서 멈추었다. 아이들은 직접 운전을 하면서 신호등을 익힌다
 빨간신호등에서 멈추었다. 아이들은 직접 운전을 하면서 신호등을 익힌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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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불이 들어오자 아이들이 교차로을 지나고 있다.
 녹색불이 들어오자 아이들이 교차로을 지나고 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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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가 무조건 내달립니다.

“지금 빨간불인데 건너면 어떻게해?”
“나는 오른쪽으로 가고 싶어요.”
“오른쪽으로 간다고, 그래도 녹색불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일차선인데 먼저 가려면 중앙선 침범이다. 중앙선 침범은 더 위험하니까 조금 더 기다려."

모르는 아이에게 잔소리 같았지만 이곳에 와서도 신호등을 무시하고 내달린다면 교통안전공원에 온 이유가 없지요. 어릴 때부터 조금씩 몸에 배인 교통질서 지키기가 어른이 되어서는 습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빨간불이 들어오자 멈춤입니다.

 조카와 아이들이 교차로에서 녹색불을 기다리고 있다. 함께 어울리면서 신호등 지키는 연습을 한다면 실제상황에서 많은 도움을 받으리라
 조카와 아이들이 교차로에서 녹색불을 기다리고 있다. 함께 어울리면서 신호등 지키는 연습을 한다면 실제상황에서 많은 도움을 받으리라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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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헌이, 예경이 빨간불은 '멈춤'"
"우리도 알아요."
"건너가고 싶어도 녹색불이 들어오기 전에는 건너면 안 된다."
"아빠, 큰 아빠 녹색불. 안녕."


차가 밀립니다. 줄줄이 섰습니다. 벌써부터 교통 체증을 경험합니다. 아이들이 진짜 차를 운전할 때쯤이면 차가 밀리는 일은 없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줄줄이 멈추었다. 이렇게 배운 교통안전은 학교와 집 주위에서 뛰어 놀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아이들이 줄줄이 멈추었다. 이렇게 배운 교통안전은 학교와 집 주위에서 뛰어 놀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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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기 힘들지."
"빨간불이 너무 안 들어와요. 빨리 들어오면 좋겠어요."
"너희들에게 빨간불이 빨리 들어오면 다른 사람들 녹색불은 어떻게 되겠어."
"아빠?"
"왜?"

"빨간불에 건너면 사고나지요?"
"당연하지 막둥이가 빨간불에 건너면 다른 사람도 다치고, 막둥이도 다쳐. 막둥이가 다치면 엄마와 아빠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어."

동생 큰 딸 하경이가 사진 한 장 찍었습니다. 하경이는 큰 아빠 집이 좋답니다. 맛 있는 것과 좋은 곳이 데려가지 않는데도 좋답니다. 방학과 쉬는 날이면 큰 아빠 집에 가고 싶다고 할머니와 엄마를 조르지만 번번히 할머니 때문에 소원을 이루지 못합니다.

 하경이다. 얼마나 마음이 예쁜 아인지 모른다. 큰 아빠 집이 좋다면서 즐겁게 노는 아이다. 예쁜 아이들 안전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경이다. 얼마나 마음이 예쁜 아인지 모른다. 큰 아빠 집이 좋다면서 즐겁게 노는 아이다. 예쁜 아이들 안전이 얼마나 중요한가.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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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이 큰 아빠가 사진 한 장 찍어줄까?"
"예. 큰 아빠 재미 있어요."
"하경이 재미 있게 놀았어?"
"빨간불에는 멈췄고, 녹색불에는 건넜어요?"
'우리 하경이 잘했어."


아내와 우리 집안 예설이를 큰 아들이 태웠습니다. 큰 아들 경험 때문에 어린이교통안전공원을 자주 갑니다. 1학년 때 자전거를 사주었는데 첫날 건널목을 건너다가 그만 큰 사고가 날뻔 했습니다. 눈 앞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정신을 거의 잃었습니다. 큰 아이가 잘못했기 때문에 건널목을 어떻게 건너야 할지 몸으로 가르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아내와 큰 아들, 예설이가 함께. 조금 아쉬운 점은 안전도구가 없다는 점이다
 아내와 큰 아들, 예설이가 함께. 조금 아쉬운 점은 안전도구가 없다는 점이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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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이제는 아내까지 나서서 예설와 함께 차를 운전합니다. 운전면허증은 나보다 일찍 딴 사람이 시동도 걸지 못합니다. 면허증 없이도 운전할 수 있는 어린이용 자동차가 딱 체질에 맞습니다.

"장롱 면허만 있는 줄 알았는데 운전도 잘하네?"
"비웃지 마세요. 지금 예설이와 함께 얼마나 재미있게 운전하는지 보고도 몰라요?"

"예설아 큰 엄마 장롱 면허다. 장롱 면허 조심해야 한다."

 아내와 예설가 빨간신호등 때문에 멈춤입니다.
 아내와 예설가 빨간신호등 때문에 멈춤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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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스스로 배운 '빨간신호등'은 지겹지고, 실증나지도 않은 재미 있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백 마디 말보다 더 귀한 배움이었습니다. 이 땅에 살아가는 모든 아이들이 다치는 일이 없는 세상이 빨리 오도록 어른들이 노력해야 합니다.


#어린이#교통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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