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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진안군에 들어서면 멀리 두 산봉우리가 탑처럼 우뚝 솟은 기이한 형상을 하고 있는 마이산(명승 제12호, 전북 진안군 마령면 동촌리, 진안읍 단양리)을 볼 수 있다. 예전에는 서다산, 용출산, 속금산이라 불렸던 마이산(馬耳山)은 조선 태종 때 산의 모양이 흡사 말의 귀처럼 생겼다 하여 그 이름을 얻게 되었다.

 

몇 년 전 나는 마이산도립공원에 놀러간 적이 있었다. 그때 산 전체가 역암으로 이루어진 암마이봉(673m)과 숫마이봉(667m)의 모습이 몹시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진안휴게소에 우연히 들러 마이산의 아름다운 전경을 바라보면서 그때의 진한 감동이 되살아나 다시 한번 찾고 싶었다.

 

지난 6일, 나는 지리산 천왕봉 산행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마침 진안 마이산 산행을 떠나는 산악회가 있어 갑자기 마이산 산행을 따라나서게 되었다. 오전 8시에 마산을 출발한 우리 일행이 마이산도립공원 남부주차장에 도착하여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 시간은 11시 10분께였다.

 

11월 말 고흥 팔영산 산행을 다녀온 뒤 첫 산행이라 몸이 무거웠다. 20분 정도 걸었을까, 고려 말의 고승인 나옹선사가 수도한 암굴로 전해 오는 나옹암(전북 진안군 마령면 동촌리)이 나왔다. 마이산도립공원 입구에 위치한 금당사가 본디 자리 잡고 있었던 터라 고금당(古金塘)이라 부르기도 한다.

 

팔각정 비룡대(飛龍臺)로 가는 길에 아스라이 보이는 고금당의 모습이 운치가 있었다. 얼마 뒤 전망이 탁 트인 비룡대에 올라 마이산의 신비스런 형상을 바라보자 내 가슴이 벌떡벌떡 뛰는 것 같았다. 잠시 그 아름다움에 취해 있다 내려가니 나봉암(527m) 정상 표지석이 재미있게도 비룡대 계단 아래에 세워져 있는 게 아닌가.

 

나는 일행 몇몇과 함께 때로는 낙엽이 수북이 깔린 길을, 때로는 겨울 햇살에 녹지 않은 하얀 눈이 드문드문 남아 있는 길을 오르내리며 계속 걸어갔다. 비룡대가 있는 나봉암도 마이산과 유사한 역암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바위 군데군데 움푹 파여 있는 모습이 먼 거리에서도 자꾸 눈길을 끌었다. 산행을 하다 보면 생각지 못한 즐거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때도 더러 있다. 그날 시산제를 지낸 어떤 산악회에서 지나가는 우리 일행에게 맛이 기막힌 팥시루떡을 나누어 주었는데, 훈훈한 인심으로 마음마저 즐거웠다.

 

봉두봉(540m) 정상에 이른 시간은 12시 50분께. 그곳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등산객들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팥시루떡 덕분인지 배가 고프지 않아 계속 걸었는데, 암마이봉의 우람한 모습이 점점 내게 다가와 가슴 설렜다. 그러나 자연휴식년제 실시로 인한 등산로 폐쇄 공고문이 씩씩한 내 발길을 멈추게 했다.

 

지난 2004년 10월부터 오는 2014년 10월까지 10년 동안 암마이봉 산행이 금지되어 있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산을 좋아하면서도 폐쇄된 등산로를 거리낌 없이 무단출입하는 산악회 사람들을 이따금 보기도 하지만, 자신들의 즐거움만 찾는 그런 사람들이 되기는 싫다.

 

타포니 지형인 마이산의 신비한 매력에 빠져

 

오후 1시 10분께 탑사(塔寺, 진안군 마령면 동촌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에는 천지탑을 비롯한 80여 기의 돌탑(전북 지방기념물 제35호)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마이산탑(馬耳山塔)은 다듬지 않은 막돌을 그대로 사용했지만 설계가 정확하고 틈새가 없이 치밀하게 쌓아 올려 태풍이 불어도 흔들리기만 할 뿐 무너지지 않는 신비함을 지니고 있다 한다. 그 돌탑들은 1885년에 이갑용 처사가 25세 나이로 마이산에 들어와 솔잎으로 생식을 하며 수도하던 중에 천지음양이치와 팔진도법을 적용하여 30여 년에 걸쳐 쌓았다고 하나 확실하지는 않다.

 

마이산이 자연이 만든 걸작품이라면 마이산탑은 사람이 만든 걸작품이라 할 수 있다. 요즘에는 이름난 곳으로 놀러가면 부쩍 돌탑들이 눈에 띈다. 그래서 마이산탑이 예전만큼 가슴으로 파고드는 감동이 덜하지만 여전히 그 신비로움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계절에 따라 돛대봉, 용각봉, 마이봉, 문필봉이라 부르기도 했던 마이산에는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옛날에 한 쌍의 신선이 자식을 낳고 살았다 한다. 마침내 승천할 때가 되어 남자 신선이 사람이 보면 부정 탄다고 한밤중에 떠나자 했다. 그러나 여자 신선은 밤에 떠나면 무섭다며 새벽에 떠나자고 말해다는 거다. 결국 그들은 새벽에 떠나게 되었는데, 때마침 일찍 물 길러 나온 아낙이 그들이 승천하려는 모습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승천하기는 다 틀렸다는 것을 알고 화가 난 남자 신선이 여자에게서 두 자식을 빼앗자 그만 그 자리에 바위산을 이루며 주저앉아 버렸다는 이야기다.

 

물론 입에서 입으로 전해 온 전설이기는 하지만 진안읍에서 마이산을 보면 동쪽 숫마이봉은 새끼봉이 둘 붙어 있고 서쪽 암마이봉은 반대편으로 고개를 떨어뜨리고 서 있는 모습이라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게다가 마이산은 표면에 타포니(tafoni)라는 수많은 풍화혈(風化穴)이 발달되어 봉우리 군데군데 움푹움푹 파여 있는 모습이 마치 벌집 모양 같다. 집단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대규모 타포니 지형인 마이산은 그래서 더욱 신비하고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부부봉이다.

 

은수사가 자리 잡고 있는 숫마이봉에는 바위가 떨어져 나가 생겼다는 화엄굴이 있다. 굴 안에는 석간수가 떨어져 고인 샘물이 있는데 그 물을 마시고 치성을 드리면 아들을 얻는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몇 년 전에 놀러갔을 때만 해도 화엄굴에 올라가 맑은 석간수를 마셨던 기억이 있다. 이제는 석간수도 오염되었고 낙석으로 접근마저 금지되어 버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겨울철에 마이산 자락, 특히 은수사와 탑군 주변에 정화수를 떠 놓으면 얼음 기둥이 위로 솟아오르는 역고드름 현상이 종종 일어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물론 과학적인 설명으로 역고드름 생성의 원인이 밝혀지고 있지만 신기한 것은 매한가지다. 바위산으로 주저앉은 산신부부의 전설을 품고 있는 마이산을 뒤로하고 나는 마산으로 향했다. 언제 또 마이산을 찾을 수 있을까. 벌써 그리움이 되어 내 마음속으로 들어와 앉아 있는데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시외버스 시간표
진안 - 서울 : 10:30, 14:35 (2회 운행, 3시간30분 소요)
서울 - 진안: 10:10, 15:10   ※ 강남고속버스터미널, 02-6282-0600
진안 - 부산 : 10:00, 15:45 (2회 운행, 4시간30분 소요)
부산 - 진안 : 09:21, 15:42  ※ 부산사상터미널, 051-322-8303
진안 - 대전 : 06:55, 08:00, 09:10, 10:45, 12:22, 13:35, 15:20, 17:20 (8회 운행)
대전 - 진안 : 06:45, 07:08, 09:38, 11:15, 13:08, 13:30, 14:30, 15:00, 16:38, 17:00 (10회, 2시간 30분)  ※ 동부시외버스 터미널, 042-624-0164

*남부마이산 방면(운행 거리 10.3km)
진안 - 남부마이산 : 09:40, 13:15, 13:55, 16:55 (4회 운행)
남부마이산 - 진안 : 12:50, 13:40, 17:10, 19:00 (4회 운행)

*북부마이산 방면 (운행 거리 5.0km)
진안 - 북부마이산 : 07:30, 07:50〜18:00, 40분 간격 (17회 운행)
북부마이산 - 진안 : 07:40, 08:00〜18:10, 40분 간격 (17회 운행)


태그:#진안마이산, #마이산탑, #암마이봉, #숫마이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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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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