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병원은 무시로 회자정리(會者定離)가 이뤄지는 공간입니다. 또한 어떤 희로애락(喜怒哀樂)의 집합체이기도 하고요.
 병원은 무시로 회자정리(會者定離)가 이뤄지는 공간입니다. 또한 어떤 희로애락(喜怒哀樂)의 집합체이기도 하고요.
ⓒ <하우스>시즌1

관련사진보기


오늘 얼추 2주 만에 병원을 퇴원했습니다. 늘 뻔한 병실에서 화장실과 복도 따위만을 왕복하며 지내야 하는 고달프고 짜증나며 우중충하기까지 한 병원을 나오니 우선 좋습니다.

한솥밥을 먹었던 같은 병실 환우 세 분은 제가 먼저 퇴원한다고 하니 아쉬워 하시면서도 "병원에선 가급적 하루라도 빨리 나가는 게 제일이다!"며 환영해 주셨습니다.

제 몸을 추스른 연후에 연락을 취해 대폿잔을 나눌 요량으로 환우들과 휴대전화를 서로 나눴습니다. 2주 가까이 병원에서 있으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의 사람 사는 풍경과 냄새를 많이 맡았습니다.

우선 같은 병실의 환우 한 분은 부인이 만날 찾아오시어 정담을 나누다 돌아가시는 따위의 진정 훈훈한 부부애를 여실히 보여 주셨지요.

제 바로 옆자리의 할아버지께선 할머니를 태우고 운전을 하시던 중에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입원하신 경우입니다. 근데 병원은 남녀가 유별한지라 할머니 병실은 제가 입원했던 402호가 아닌 바로 옆방이었지요.

근데 사흘 전엔 그 할아버지의 아드님께서 목욕을 하다가 그만 비눗물 바닥에서 넘어지는 사단이 벌어졌답니다. 그 바람에 그 아드님까지 이 병원으로 오시는 바람에 세 분 식구가 모두 같은 병원에 입원하는 어떤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지요.

같은 병동의 같은 층(層) 병실은 낮에는 늘 문을 열어두기 마련입니다. 그러면 다른 병실 환우들도 놀라와 이런저런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지요.

지난주에 퇴원한 30대 후반 아빠는 올해 중학교에 진학한다는 아들이 항상 그렇게 제 아빠의 수발과 말동무 노릇을 했었습니다. 근데 아이가 인사성이 좋고 싹싹하며 본데까지 있어 많은 분들이 그 아이를 사랑해 주었지요. 그건 저 또한 마찬가지였고요.

그 아이 아빠는 산재환자인데 너무 오랫동안 입원하였기에 건강보험법 상 입원 기한이 넘었다나 뭐라나 하며 내년, 그러니까 올해 1월에 해가 바뀌면 다시 입원하겠다며 지난주에 퇴원했던 것이었지요.

그 아이 아빠가 퇴원하면서 제 얼굴을 보지는 못 하였습니다. 그건 아마도 당시에 제가 물리치료실에 있을 때 퇴원한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 아이와 그 아이의 아빠 얼굴이
지금도 어떤 정겨움으로 다가오는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그들 부자가 우리 병실에 와서 먹을 걸 나눠먹으며 대화를 나누었기에 알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 아이는 불과 세 살이었을 때 그만 교통사고로 말미암아 엄마를 잃었다는 것이었지요!

그러함에도 아이 얼굴에선 그 어떤 어두운 기색도 보이지 않았고 그 아빠 역시도 아들을 마치 친구인 양 격의 없이 대하는 등 살가움이 갓 바른 물감처럼 뚝뚝 흘러넘친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병원은 무시로 회자정리(會者定離)가 이뤄지는 공간입니다. 또한 어떤 희로애락(喜怒哀樂)의 집합체이기도 하고요.

오늘은 제가 그 병원을 퇴원했지만 지난주에 퇴원한 그 아이 아빠는 아마도 이번 주 중에 다시 입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같은 병실 환우들이 이야기 하셨습니다.

근데 병원은 역시나 오래 있을 곳은 못 됩니다! 하여 그 아이 아빠 역시도 이번에 다시금 입원하게 되면 서둘러 병을 완치한 뒤 하루라도 빨리 영구 퇴원하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봤습니다.

덧붙이는 글 | SBS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일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이 기자의 최신기사[사진] 단오엔 역시 씨름이죠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