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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실3>은 학습 주제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이고 중요한 자료들을 두루 싣고 있다. 어떤 특정 이념이나 역사관을 염두에 두고 자료를 싣기보다는 학습 주제를 이해하는데 얼마나 필요하고 중요한가에 따라 자료를 선별하고 있다. 그리고 자료들을 읽고 생각해야 할 문제들을 제시함으로써 학생의 사고를 유도하고 있다."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역사교육)가 간디학교 역사 수업 교재인 <즐거운 역사교실3>(일명 <역사배움책3-현대사>)에 대해 내놓은 의견이다. 검찰은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역사)를 국가보안법 혐의로 기소하면서, 최 교사가 정리했던 이 책도 함께 이적성이 있다고 보았다.

 

최 교사는 지난 해 11월 김한종 교수로부터 의견서를 받아 놓았으며, 조만간에 열릴 공판 때 재판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간디학교 동아리 '역사사랑'은 최근 회지를 펴내면서 김 교수의 의견서를 수록해 놓았다.

 

검찰은 최 교사와 관련해 총 10건의 자료를 이적성이 있다고 보았다. 검찰은 <역사교실3>에 대해 유광호 한국전략연구소 소장 겸 북한민주화포럼 간사가 내놓은 감정에 근거했다.

 

이 자료에 대해, 유 소장은 "최보경 교사는 주체사상을 수용하여 정당화하고 대한민국을 미국의 식민지로 규정하고 역사교육은 반제국주의 투쟁이 되어야 하고, 미군은 점령군, 소련은 해방군이라 하고, 남한의 건국은 반동, 북한의 건국은 개혁으로 평가하고, 단독정부 수립의 책임을 김일성과 소련이 아니라 이승만 대통령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유 소장은 "북한의 6․25 남침을 희석화하고, 4․19 후 좌익세력에 의한 통일운동을 중요시하고, 박정희 정권의 업적은 보여주지 않고, 어두운 면만 강조하며, 6․15공동선언을 자주민주통일의 정당성이라고 주장하고, 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철폐를 제기하여 역사학도로서 균형 감각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북한의 대남혁명론을 수용하여 정당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자료는 수업의 단계별로 해야 할 활동과 학습자료가 담겨 있다. 또 어떤 사건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들을 함께 싣고 있다. <즐거운 역사교실>은 총 3권으로 되어 있는데, 3권은 1945년 광복 이후의 현대사를 다루고 있다. 총 5개 단원으로 되어 있는데, ▲'해방과 분단' ▲'전쟁으로 깊어지는 분단 구조' ▲'산업화와 민주화' ▲'사회주의 북한' ▲'21세기, 새로운 미래를 위하여'가 그것이다.

 

김한종 교수 "사회적 추세를 반영"

 

김한종 교수는 이 책을 전체구성과 관점, 단원별 주제, 자제-자료 구성방식, 발문의 방식, 전체적인 평가 등으로 나눠 분석했다.

 

6․25전쟁과 북한사를 각각 중단원으로 독립시킨 것에 대해, 김 교수는 "6․25는 한국현대사 전반에 미친 커다란 영향을 고려한 것이며, 북한사는 근래 나오는 대부분의 역사개설서에 포함되어 있다"면서 "이는 북한을 올바로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사회적 추세를 반영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관점에 대해, 그는 "전체적으로 볼 때 통일과 평화, 민주화이고, 이들 가치는 서로 실타래가 엉키듯이 연결되어 있으며, 역사교육이 이러한 문제에 관심을 쏟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 책에서는 이러한 가치를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주입시키지 않는다"면서 "당연해 보이는 가치라고 학생들에게 무조건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자료를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이해하고 판단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그래야 학생들은 단지 머릿속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배운 가치를 실천에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교실3>의 가장 핵심적인 역사교육관은 학생들 스스로가 생각하고 평가해서 자신의 역사관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하겠다."

 

단원별 주제·내용을 분석한 김 교수는 "근래 교육학에서는 교사가 교육과정이나 교과서를 그대로 가르치지 말고 재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면서 "이런 면에서 보면 교육과정이나 다른 역사교과서에 없는 <역사교실3>의 학습내용들은 교사가 자율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교육이론이나 교육정책의 방향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하겠다"고 밝혔다.

 

김한종 교수는 이 책의 내용구성방식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 "최 교사의 수업에서만 나타나는 특별한 절차나 요소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교육학에서 말하는 일반적인 수업의 절차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다만 학생들의 흥미를 끌고, 교사와 학생이 상호소통하기 위해 표현을 더 친근한 말로 바꾸고, 자료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활동을 하도록 했다"는 것.

 

자료의 유형과 내용을 분석한 김 교수는 "해당 주제와 관련된 기본적인 주요 자료들을 제시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스스로 역사적 사실을 이해하고 생각해 보도록 하고 있다"면서 "제시된 자료의 상당수는 교육과정이나 기존 역사교과서들에도 소개하고 있는 것들로, <역사교육3>에서만 특별히 찾아볼 수 있는 자료들은 아니다"고 밝혔다.

 

<역사교실3>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에서 김 교수는 "역사수업을 위한 안내서이자 자료집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이같은 구성은 근래 교육에서 강조되고 있는 학생들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학습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교육과정의 방향이나 교육이론과도 부합된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한종 교수는 의견서 마지막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해 놓았다.

 

"<역사교실3>은 특별한 편향성을 가진 책자가 아니라, 최 교사가 학생들의 역사적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만든 자료집이다. 이 책에는 역사교육은 역사를 자신의 것으로 체득하고, 나아가서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최 교사의 역사적 교육관이 담겨 있으며, 이는 현재 사회가 역사교육이나 사회과교육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태그:#간디학교, #최보경, #국가보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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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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