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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강민이가 지난 성탄절날 지역 아동센터에서 선물로 받은 케이크를 앞에 두고 포즈를 잡았다 .
▲ 케이크 앞에서 포즈를 잡은 아들 강민이 아들 강민이가 지난 성탄절날 지역 아동센터에서 선물로 받은 케이크를 앞에 두고 포즈를 잡았다 .
ⓒ 홍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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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는 올해 아홉 살인 아들이 있습니다. 이번 겨울방학이 끝나면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데, 아빠인 저를 닮아 체격이 왜소합니다.

요사이 감기에 걸려 어제(3일 토요일) 병원에 갔다가 몸무게를 재보니 옷을 입은 상태에서 19킬로그램이 나왔습니다. 겨울이라 옷을 두껍게 입은지라 옷 무게를 빼면 대략 18킬로그램 정도 될 거라고 간호사선생님이 말하더군요. 키는 113.9센티미터였습니다.

올해 마흔 다섯 살 아빠인 저는 1년 전 보다 몸무게가 오히려 1킬로그램이 줄어든 42킬로그램이더군요.

아들이 일곱 살이던 2007년 11월에 아들의 몸무게가 약 16킬로그램 정도였습니다. 그러니까 만 1년이 지나는 동안 2킬로그램 정도 늘어난 셈입니다. 몸무게 증가수치를 봐도, 현재의 몸무게를 봐도, 안타깝고 한심할 따름입니다.

아들 녀석의 팔을 보면 기가 막힐 지경입니다. 올해 다섯 살 난 여동생보다 손목이 더 얇습니다.

1년 전에는 아들의 몸무게와 저의 몸무게를 가지고 다소 여유 있는(?) 마음으로 글을 썼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심각하게 걱정되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아들의 건강과 미래가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그동안 제대로 사랑해 주지도 못하고, 뭐하나 제대로 해 준 것도 없는데, 저를 닮아 허약한 아들을 보면 아들에게 참 많이 미안합니다. 아들한테 큰 죄를 지은 심정입니다.

따져보면 제 아들은 몸이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들 녀석은 타고난 체격이 약한데다, 밥 먹는 걸 싫어합니다. 밥을 먹어라 먹어라 해야 먹고, 그마저도 얼마 먹지를 않습니다. 대신 영양가 없는 라면이나 국수를 좋아합니다.

간혹 제가 밥 좀 많이 먹으라고 야단도 쳐 보지만 아들 녀석은 아빠인 저를 무서워하지 않아서 제가 뭐라고 해도 잘 듣지를 않습니다. 밥 먹으라고 타일러도 보고 나무래도 보지만 오히려 화를 내고 토라질 뿐 말을 듣지 않습니다. 평소 아들에 대해 미안하고 측은한 마음이 많은지라 저도 심하게 야단치지를 못하고요.

아이가 또래에 비해 현저하게 체격이 약하니까 장난하거나 몸싸움을 하고 놀 때도 일방적으로 밀리고 이러다보니 자신감도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또래 보다는 나이가 한두 살 어린 아이들과 더 자주 어울리는 아들을 보면 마음이 답답합니다. 아빠인 저 역시나 아들과 같은 어린 시절을 보냈는지라 이런 아들의 모습을 보면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아들 역시나 자신의 체격이 왜소한 것 때문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아들 녀석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어린이집에 다닐 때는 "누구는 나보다 작아, 또 누구도 나보다 작아"라고 하면서 자기보다 작은 아이들(대개 자기보다 한 두 살 어린 아이들)의 이름을 들먹이더니, 초등학교 들어가 후로는 그런 말을 하지 않습니다. 학교에서는 자기보다 작은 아이들이 없기 때문이겠죠.

지난 한 해 동안은 '시간이 지나면 밥도 많이 먹고 키도 크고 몸무게도 늘어나겠지' 하는 마음으로 기다려봤는데, 이제는 정말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생각이듭니다. 아들의 건강과 장래를 위해 이제라도 아빠인 제가 발 벗고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 이대로 그냥 있는 건 아빠로서 너무 무책임하고 아들에게 너무 미안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들의 건강을 위해서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한 때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몸무게 늘리기 대작전'이라 해서 아들과 같이 학교 운동장에 나가 밤에 자전거도 타고 운동장도 몇 바퀴 돌고 오기도 했는데, 이제는 뭔가 체계적인 처방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혹시 저와 같은 입장에 있으시거나 이런 문제에 대해 좋은 방법을 알고 계신 독자님들의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어젯밤, 코감기에 걸린 아들은 코가 목으로 넘어와 자꾸 기침을 하는 통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보다 못한 제가 따뜻한 물을 떠다 먹여봤지만 별로 효과도 없이 계속 기침을 하더니 어느 순간 잠이 들었습니다. 겨우 잠이 든 아들을 바라보며 어떻게든 건강하게 키우겠노라고 다짐했습니다.

아빠를 너무 편하게, 친구처럼 대해서, 때로는 버릇없게 보이기도 하는 제 아들이 올해는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소망해 봅니다.

"사랑하는 아들 강민아!, 새해에는 밥 많이 먹고 제발 좀 건강해져라. 아빠의 간절한 소원이다."


태그:#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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