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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새해입니다.

2008년에서 2009년에서 바뀌었다는 것은 그저 시간의 연속된 아날로그적 흐름을 단속적으로 나누어 디지털적으로 구분한 단지 우리들의 상대적 인식입니다.

 

무자년의 태양이나 기축년의 태양이나 다름이 없지만 우리들의 인식이나 의지는 어제의 태양과 오늘의 태양은 전혀 다른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또한 그럴 필요가 있습니다.

 

새해에 할 일 중 느슨해진 자신의 결심을 다지고 그동안 소홀했던 이웃에게 마음을 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을 듯싶습니다.

 

저는 2008년 12월 31일 날 저녁, 2008년의 마지막 지는 해를 보기위해 헤이리 노을동산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가라앉는 해를 보며 지난해의 모든 일들에 대해 감사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해 제게 일어났던 일 중 감사하지 않은 일이 없습니다.

 

모티프원을 찾아주신 많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제게 용기와 가르침을 주었고 더 신나게 살도록 부추겨주셨습니다.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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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저의 의도와는 다른 방식으로 전개된 일로 마음상한 것들조차 결국 제게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는 것을 가르쳐주었고 더 합리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도록 했습니다.

의도한 것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해서 조급해지지 않는 법을 깨닫게 해준 해이기도 했습니다.

채근담에 이르기를 ‘먼저 핀 꽃이 먼저 진다’고 했습니다.

(伏久者,飛必高.開先者,謝獨早.

복구자,비필고.개선자,사독조.

知此,可以免蹭蹬之憂,可以消躁急之念.

지차,가이면층등지우,가이소조급지념.

 

오래 움츠려 있던 새가 반드시 높이 날고

먼저 핀 꽃은 홀로 일찍 지나니

이런 이치를 알면 발을 헛디딜 근심도 없을 것이고

조급한 마음도 사라지고 말 것이다.

채근담(菜根譚) 후집 076)

그러므로 2008년에 이루어지지 않은 일들에 대해 몸달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2009년 새해 아침,

저는 모티프원 뒷동산으로 넘어오는 해를 맞으며 올 한 해 동안 저의 마음을 지킬 한가지의 덕목을 마음에 새겼습니다.

까치밥으로 남겨진 붉은 감 한 개의 여유입니다.

제가 어릴 적 저희 시골집 주변을 둘러싼 감나무들의 잘 익은 감을 딸 때도 어른들은 장대가 닿은 곳에 있는 감이라도 몇 개를 남겨두었습니다. 그것들은 겨울동안 까치밥이 되었습니다. 수북이 쌓일 만큼의 눈이라도 오는 날이면 온 천지가 흰 바탕에 붉은 감하나가 가슴속 따뜻한 심장처럼 붉게 빛났습니다. 저는 지금도 어른들이 새들의 겨울 양식으로 감 몇 개를 남겨두셨던 그 여유를 잊을 수 없습니다. 이삭을 줍는 더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추수 후 벼이삭도 모두 줍지 않았던 어른들의 그 배려를 잊을 수 없습니다. 모두가 가난했지만 공생을 생각했지요.

 

석과불식碩果不食이란 말이 있습니다. 주역周易의 64괘중 박괘剝卦에 나오는 말입니다.

큰 과실을 다 먹지 않고 남긴다는 뜻이지요. 자기만의 욕심을 자제하고 그 뒷사람을 생각하는 나눔의 정신입니다. 바로 새들의 겨울 양식을 위해 몇 개의 감을 남겼던 그 마음일 것입니다.

 

저는 모티프원의 지붕을 넘어 저의 가슴에 처음으로 와 닿는 2009년의 첫 햇살을 받으며 올 한 해, 가슴속에 늘 ‘붉은 감 한 개의 여유’를 놓지 않을 것을 결심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홈페이지
www.motif1.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태그:#까치밥, #석과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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