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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에 갈까?”
“이가 많이 흔들리니까 치과에 갈 거야!”
기축년 새해를 맞이해서 8살이 된 딸 채영이와 아내와의 대화내용이다.

지난해부터 이갈이를 시작한 채영이가 치과에 가자고 하는 걸 보니 많이 불편한 모양이다. 외할머니 집에 가는 길에 치과에 들러 이를 뽑고 오겠다고 했던 채영이…. 막상 이를 뽑기 위해 치과에 가자고하니 마음이 변했는지 치과에 안가겠다고 고집을 부려 더 많이 흔들리면 뽑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온 적이 있다.

2008년의 마지막 날! 집에서 이를 뽑다

저녁이 가까워지면서 채영이가 잇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아내에게로 가니 아내가 잇몸을 살펴보면서 하는 말.

“지난번에 뽑지 않았던 이가 많이 흔들려서 가벼운 염증이 났네! 채영아! 이가 흔들릴 때 빨리 뽑아줘야 하는데 뽑아주지 않으니까 잇몸이 이를 빨리 뽑아주세요 하고 표현을 하는 거야.”

채영이에게 치과에 가서 이를 뽑자고 하니 가지 않겠다고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기도 하고, 시간을 보니 치과에 가기에는 좀 늦은 시간이었다.

아내와 의논 끝에 채영이를 설득해서 집에서 뽑아보기로 하고 채영이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채영이가 치아를 보여주고 있다.
▲ 김채영 채영이가 치아를 보여주고 있다.
ⓒ 김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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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이를 설득 중……. 그러나 묵묵부답이다. 고집은 있어가지고…….
▲ 김채영 채영이를 설득 중……. 그러나 묵묵부답이다. 고집은 있어가지고…….
ⓒ 김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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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채영이는 뽑지 않겠다고 완강하게 거부하고 결국엔 눈물까지 흘렸다.울고 있는 채영이를 아내가 무릎에 앉히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이야기 한다.

“이를 뽑지 않으면 잇몸이 붓고 염증이나 채영이 잇몸이 아파해. 또 이를 뽑지 않고 그대로 나두면 새로운 이가 나올 수가 없어 나중에는 못 생긴 이가 나와서 학원에서 본 언니, 오빠들처럼 철사 같은 것으로 이에 걸고 다녀야하고 불편한 게 많아 엄마가 살살 뽑을게…….”

오랜 시간 설득 끝에 아내는 흔들리는 이에 치실을 거는 것에 성공을 했다.

치실을 걸고 있는 아내와 겁먹은 딸, 이가 빠진지도 모른 채 울고 있는 딸
▲ 김채영 치실을 걸고 있는 아내와 겁먹은 딸, 이가 빠진지도 모른 채 울고 있는 딸
ⓒ 김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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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채영이는 겁을 먹어서 인지 좀처럼 입을 벌리려하지 않았고 치실을 문 채 입을 꼭 다물었다. 그러다 물고 있던 치실이 불편했는지 입을 조금 벌렸을 때 아내가 엄지손가락을 이 사이로 밀어 넣었다.

“채영아, 입을 다물면 엄마 손가락을 물어 엄마가 아프게 돼. 물면 안 돼!”

엄마의 말에 채영이는 울면서 고개를 끄떡인다. 순간 “툭” 소리와 함께 하얀 치아가 치실 줄에 매달려있다. 상황 종료!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채영이는 이가 빠진 줄도 모르고 눈을 감고 울고 있었다.

“ 채영아! 이가 빠졌네!”

아들 강건이와 채영이가 신기한 듯이 치아를 바라보고 있다.
▲ 신기하다 아들 강건이와 채영이가 신기한 듯이 치아를 바라보고 있다.
ⓒ 김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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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아 아빠 치아 좀 보여주라~ 네~ 보세요! 이~
▲ 김채영 채영아 아빠 치아 좀 보여주라~ 네~ 보세요! 이~
ⓒ 김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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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실에 매달려 있는 치아를 바라보며 울고 있는데 아들 녀석이 신기한지 만지려하자 손등을 치며 못 만지게 하며 “만지지마 내꺼야” 한다. 울고 있는 채영이에게 아내가 “우리 딸 잘했어요!” 칭찬을 하면서 어루만지니 곧 울음을 그치고 빠진 치아를 바라보며 아내와 딸, 아들은 치아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울음도 그치고, 안정을 되찾은 채영이가 치아를 챙겨들고 일어서면서 한 마디 했다. “하나도 아프지 않았는데 겁나서 울었어요! 다음에도 엄마가 집에서 뽑아주세요!” 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차아를 휴지에 싸서 컴퓨터 책상위에 올려놓고 컴퓨터 게임을 즐기기 시작할 무렵 어머님이 들어오시자 “할머니 나 오늘 집에서 이 뽑았어요!” 하고 자랑이 이어지고 할머니와 함께 뒤뜰로 나갔다가 후다닥 뛰어 들어오면서 큰 소리로 “지금 할머니가 지붕위로 이를 던지신데 ”하고 다시 뛰어나갔다.

잠시 후 “까치야! 까치야! 헌 이 줄게, 새 이 다오”하는 소리가 뒤뜰에서 들려왔고 채영이의 큰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할머니가 지붕위에다 내 이빨을 던지고 새 이 나오라고 해 주셨어요!” 하하하~

딸의 이를 뽑아주면서 잠시 어린 시절 집에서 어머님이 실로 묶어 빼주시던 기억이 났다.
막상 실로 이를 묶으면 왜 그렇게 겁이 났던지 겁먹어 울고 있는 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영구치가 아닌 유치를 가정에서 뽑아주는 것도 무방하다는 의사의 의견도 있고, 아이에게 부모 자식 간에 신뢰감과 정을 보여주고, 느껴볼 수 있었던 기회였던 거 같다.

유치의 경우 만6세부터 영구치로 갈기 시작합니다. 완전히 영구치로 가는 시기는 11-13세 정도 까지 입니다. 이 시기에 이가 많이 흔들리고, 영구치가 확실히 있다면 집에서 빼주어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치과에서는 이를 뺄 때는 보통 다른 치아에 충치가 있는지, 그리고 치아에 다른 이상은 없는지 검사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미리 발견해서 치료할 수 있는 다른 질환을 치료할 수도 있고, 제 시기가 아닌 때 이를 빼게 되면 특수한 장치를 만들어 치아가 날 공간을 유지해 줄 수도 있습니다. 결론은, 상태에 따라 가능하지만, 그래도 검진차원에서 치과에서 빼는 게 좋다는 것입니다. - 네이버 지식: 치과의 이종민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뉴스, 블로그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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