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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결심은 마른장작 패듯이 그렇게 실행할 일이다.
▲ 마른장작 새해결심은 마른장작 패듯이 그렇게 실행할 일이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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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걸음은 느긋하다만 새날을 여는 해는 '불끈' 솟아올랐다. 재바르다. 몇 번을 재며 보아도 묵은 것 다 털어낸 말간 얼굴이다. 기분 좋다. 그런 속에 다짐 둘을 걸었다. 우선순위를 정하기에 뭣하지만, 하고자 했던 일들 그대로 진행되었으면 하는 것과 습관적으로 피워댔던 담배를 끊는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새해 바람은 마른 장작을 패듯 단연코 '금연'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새해 직장인의 소망 중에 가장 두드러진 것은 '금연'이다.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 중에 70% 이상이 금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피우기는 쉬워도 끊기는 어려운 게 담배다. 그러니 해마다 애연가들은 한사코 '금연을 맹세'하고 있지만,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 '개 맹세'에 머물고 만다.

"두고 봐라. 올해만큼은 꼭 금연을 실천할 것이다."
"사나이가 한번 결심하면 썩은 무라도 잘라야지 그게 뭐냐?"
"그래, 배알도 없어? 담배 그거 하나 못 끊어!"

자천타천으로 자못 결심이 굳다. 하지만, 작심삼일하고 마는 게 금연이다. 나 역시 십수 년째 연초마다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 우선, 집안에서 담배와 만날 수 있는 사단들을 찾아냈다. 손닿는 곳에 담배가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형사 콜롬보처럼 집안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니며 꿍쳐놓은 담뱃갑과 일회용 라이터를 찾아냈다.

"사나이가 한번 결심하면 썩은 무라도 잘라야지 그게 뭐냐?"

불과 몇 분 만에 한 소쿠리 가득 찼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피웠던 담배가 금연결심을 무색하게 했다. 특히, 혼자만의 공간인 서재에는 거의 책장 칸칸마다 마치 비밀병기를 숨겨놓듯이 뜯다만 담배들이 빼곡했다. 잠시 들춰냈는데도 책상 위가 수북하다.

‘아니 이렇게 많은 담배를 내가 다 피웠단 말이냐?’
‘어디보자. 한 갑에 이천오백원이니까… 이게 얼만가?’
‘젠장, 어렵사리 마련한 한달 용돈을 담배 피는데 거의 다 쏟아 부었구나!’

후회막급이란 말이 따로 없다. 가랑비에 옷 젖듯 답배 한두 갑을 살 때는 몰랐지만, 이렇게 빈 갑을 한데 모아놓고 보니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쇠뿔은 단김에 빼라고 했다. 먼저, 재떨이를 내다가 망치로 내리쳤다. 순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재떨이는 망치 한 방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혼자만의 공간인 서재에는 거의 책장 칸칸마다 마치 비밀병기를 숨겨놓듯이 뜯다만 담배들이 빼곡했다. 잠시 들춰냈는데도 책상 위가 수북하다.
▲ 빈 담배갑과 일회용 라이터 혼자만의 공간인 서재에는 거의 책장 칸칸마다 마치 비밀병기를 숨겨놓듯이 뜯다만 담배들이 빼곡했다. 잠시 들춰냈는데도 책상 위가 수북하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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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섭섭했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올해는 뭔가 이뤄낼 것 같이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진정으로 대통령직이 막중하다고 생각한다면 이렇게 도를 넘어 흔드는 것은 무책임하다. 대통령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면 대통령 개인이 상처받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반드시 사고가 난다. 김영삼 정부 임기말 IMF 위기, 김대중 정부 임기말 신용불량 문제가 그냥 생긴 일이 아니다."

근데, 이 무슨 뚱딴지같은 얘기냐? 들춰낸 담뱃갑 속에 든 2006년 12월 26일 신문 스크랩 기사다. 공교롭다. 그해 우리 국민들의 새해 거는 바람은 “과거는 과거이고, 하루하루 발전하는 희망을 키우는 사회가 되는 것….”이라고 밝힌 대목이 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우리 국민들의 바람은 무엇일까? 그다지 달라진 게 없을 것이다. 참으로 아이러니다.

딴죽을 걸어보자. 그렇다면 지금의 경제위기는 누구 탓이란 말인가. 대중도 없이 담배를 피우고, 새해결심하나 지켜내지 못하는 청맹과니들에게 있단 말인가. 잘하면 내 덕이고, 못하면 네 탓이란 책임전가나 회피, 그 못된 폐습들이 2009년 새해에도 정치권에서 끊이지 않고 불거지고 있으니 올 한해가 또 막막해진다. 파행국회 꼬락서니로 보아 저들은 새해벽두부터 국민을 왕창 볼모로 잡아두고 싶은 것이 아닐까.

"새해에는 두 아들의 아버지로서 부끄럽지 않은 삶을 만들어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열심히 일하고 일한만큼 받을 수 있도록 해서 높은 연봉 상승을 실현하고 싶다. 둘째로, 하다만 공부를 열심히 해서 짧은 시간 내에 학위과정을 마치고 싶다. 셋째로, 나를 위해 고생해 오신 부모님들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뭔가를 찾아서 하고 싶다. 또한,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게 한 해를 보냈으면 좋겠다.” - 금호빌라 정태민(46)씨

“침체된 경제가 활기를 띠어 국민 모두가 어렵지 않았으면 좋겠고, 국민들도 분리수거나 음식 쓰레기 처리 등을 잘하고, 좀 더 절약하는 생활로 나라 경제 발전에 한 몫을 하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아들 며느리의 행복한 생활이 계속 되길 바라고, 며칠 앞둔 아내의 척추 수술이 잘돼 건강을 찾길 바란다.” - 부영 12차 아파트 경비원 위계현(61)씨

“2009년 새해에는 학생이 아닌 사회인으로 새롭게 거듭났으면 좋겠고, 허리가 안 좋으신 우리 어머니 허리 쭉 펴고 건강해 지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여자친구를 더 사랑해 주고 싶고, 올해는 저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권만이라도 꼭 읽는 습관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 사회 초년생 박광규(27)씨

도법스님이 이끄는 생명평화탁발순례단이 지난해 12월 13일 여정을 끝으로 5년의 순례를 마무리했다.
▲ 생명평화탁발순례단, 도법스님 도법스님이 이끄는 생명평화탁발순례단이 지난해 12월 13일 여정을 끝으로 5년의 순례를 마무리했다.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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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는 우리 서민들이 갖는 소망은 결코 허황된 것에 있지 않다. 그 바람은 지극히 소박한 것이다.

우리 사회의 일부 기득권층이나 청치관료들이 보기에는 ‘에게게, 그것도 새해 소원이라고 내세우냐?’고 할 만큼 너무나 소박한 것들이다.

소띠 해의 2009년 서민들은 무슨 소원과 희망을 꿈꾸고 있을까? 연초에 크고 작은 희망이야 해돋이를 보면서도 빌었겠지만, 서민들이 새해를 맞아 올해 꾸는 꿈은 무엇인지 직접 들어봐야 한층 더 살갑게 들린다. 

소띠 해, 무슨 희망을 꿈꾸고 있을까

그렇다. 열사람 백 사람을 붙들고 묻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단지 몇 사람의 의향만 귀담아들어도 그 바람이 뭔지 훤히 알 수 있다.

정말이지 새해에는 우리 모두의 소망이 제각각 야물어졌으면 좋겠다. 막혔던 정치의 물꼬가 확 뚫리고, 황소 기지개 켜듯 침체된 경제가가  화들짝 풀렸으면 좋겠다. 그래서 서민들 움츠렸던 어깨가 활짝 펴졌으면 더 바랄 게 없겠다. 그럴 수만 있다면 담배하나 쯤이야 수월찮게 끊지 않겠나싶다.     
 


태그:#금연, #담배, #애연가, #새해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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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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