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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바꾸는 해법들은 이미 우리 곁에 있다. 중요한 것은 흩어진 해법들을 한 데 모아 연결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700쪽에 이르는 두툼한 책이 나왔다. '세상을 바꾸는 월드체인저들의 미래코드'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 번역자만 해도 다섯 명에 이른다. '위기의 세계 변화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다소 상투적인 수식어가 붙었지만 책을 읽다보면 그 당위가 '어떻게'라는 구체적인 방식에 따라 현실이 되고 있다. 

<월드 체인징>(WORLD CHANGING · 바다출판사).

ⓒ 바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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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여 명 '월드체인저'들의 글을 미래학자 알렉스 스테픈이 엮었다. 알렉스 스테픈은 본인이 설립한 두뇌집단 '월드체인징'(worldchanging.com)'을 책 이름으로 끌어왔다. '월드체인징'은 2003년 만들어졌으며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혁신을 연구하는 온라인 두뇌집단'.

전 세계 저널리스트·디자이너·미래학자·기술자들이 일곱(물질/주거/도시/지역사회/비즈니스/정치/지구) 분야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인터뷰 등을 자유롭게 올린다. 월드체인저들은 이 작업을 통해 "이리저리 쪼개진 정보의 파편들을 모아 우리가 살고 싶은 미래라는 거대한 그림을 그려낸"다.

이번에 한국 독자들과 만나게 된 책 <월드체인징>은 그동안 이들이 벌인 작업을 엮어낸 기록이다.

박원순 변호사는 추천사를 통해 "이 책에 등장하는 60여 명의 필자들은 이 시대 최고의 혁신가들이라 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만약 <월드체인징>이 제시하는 비전과 방향을 따르지 않거나 반대로 간다면 우리는 세계사의 큰 흐름에서 소외되고 말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중요한 것은 이 책이 '해답을 모두 아는 사람들'이 쓴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으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쓴 것이람 점이다.

그래서 이 책은 "'가여운 시대, 힘든 시대'를 어떻게 헤쳐나갈까"하는 해법이 담겨있지 않다. 다만 "사람들이 이 책에서 여러 가지 좋은 생각들을 통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고만 밝히고 있다. 독자 모두가 당당한 '월드체인저'가 되어 이 곳에 정보와 아이디어를 보태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월드체인징>은 환경서적과 생태 서적을 한참 뛰어넘는 미래서적이다.

존 래브코우스키 "<오마이뉴스>는 저널리즘의 미래"

이들은 우선 '인터넷'과 '누리꾼'에 주목한다. '월드체인징'을 설립한 알렉스 스테픈은 2008년 3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인터넷은 공동체의 미래"라고 말했다. 스테픈에 따르면 인터넷은 "시민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기술적 도구"다. 그로 인해 "전 세계에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수백만명의 새로운 세대가 생겨나고 있으며 이들이 서로 연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월드체인징>에는 전 세계 인권침해 현장을 비디오카메라로 찍어 인터넷에 올리게 하는 인권 단체 '위트니스(witness)', 환경 문제와 관련해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기록과 증거를 모아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게 하는 '지구 전화(earth phone)', 탈중심적 형태의 저항 '스마트몹'(smart mob) 등의 사례가 상세히 소개되고 있다.

'WORLDCHANGING.COM'
 'WORLDCHANGING.COM'
ⓒ 'WORLDCHANG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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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중 한 명인 존 레브코우스키는 한국의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를 '저널리즘의 미래'라고 썼다.

"<오마이뉴스> 영문판은 전 세계에서 오는 이야기와 관점·의견들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곳이다. 현재 <오마이뉴스>는 시민기자 시스템을 개방해서 누구라도 기사를 기고할 수 있게 되어있다. 시민기자가 기고한 글은 <오마이뉴스> 편집진이 사실 관계를 확인해 검토하고 편집한다. 좋은 기사에 대해서는 원고료도 지급한다. <오마이뉴스>는 저널리즘의 미래다."

인도 민족지학자 디나 메타는 지난 2004년 12월 26일 쓰나미가 동남아시아를 강타하자마자 만들어져 사흘 만에 10만명의 방문객을 불러 모았던 '동남아 지진 및 쓰나미 블로그'(SEA-EAT blog)에 주목한다.

"자원과 구호·자원봉사에 관한 정보를 나누면서, 지구적인 위기에 인터넷을 통해 어떻게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란 것이다. 디나 메타는 더 나아가 "미래 사회의 가장 강력한 힘은 군대나 경찰·정부나 기업이 아닌 바로 개인들에게서 나온다"고 주장한다.

'SEA-EAT blog'에는 구축 8일만에 1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참여했고 이 블로거들은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멕시코 만을 강타했을 때 다시 모여 '카트리나 헬프 블로그'를, 2005년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일어난 지진 때에는 '남아시아 지진 구호' 블로그를 만들어냈다. 재난 상황에서 누리꾼들이 보여주는 활약들은 앞으로도 더욱 입체적으로 확산되어 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  

1000명의 쓰레기인간. 스위스 스텔리호수. 2003년
 1000명의 쓰레기인간. 스위스 스텔리호수.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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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을 디자인하라!

<월드체인징>은 아이디어의 보고다. 새로운 세상을 디자인할 수 있는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담겨 있다. 이렇게 묻고 있다.

'카풀'(caepool)은 대안인가?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근본적 해결책인가? 석유 등 화석연료에 기반한 경제 자체를 바꾸는 게 우선이 아닐까?

비닐봉투를 쓰지 않고, 캔을 재활용하기보다 처음부터 '쓰레기'라는 개념 자체를 없앤다면 어떤가?

당장 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월드체인저'들은 "기술 혁신과 디자인 향상을 통해 모든 것에 전면적으로 지속가능한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표를 내비치고 있다.

지속가능한 건축설계 전문가 월리엄 맥도너는 실내를 양털과 섬유소로 만든 건물을 설계했다. 이 건물은 수명이 다했을 때 저절로 자연 분해가 되어 퇴비 더미로 바뀌고, 이 퇴비 더미에서 농작물이 자란다. "쓰레기가 곧 식량"이 되는 혁명적 발상의 전환이다.

이처럼 어떤 물질이 수명을 다했을 경우, 환경에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고 땅으로 돌아가 퇴비가 되거나 끊임없이 재활용되는 것을 '닫힌 고리형 순환'(closed-loop lifecycles)' 시스템이라고 하는데 <월드체인징>에는 이런 사례들이 잘 소개되어 있다.

'2초 안에 분해되는 휴대전화'도 좋은 아이디어다. 노키아는 최근 2초 안에 저절로 분해되는 휴대전화 모델을 선보였다. 이 전화는 특수합금과 중합체를 사용해서 만들었으며, 레이저로 열을 가하면 나사가 풀리고 외장 용기가 벗겨지면서 회로기판이 밖으로 튀어나온다.

영원히 매립지에 묻히지 않는 제품, 계속해서 다시 만들어지며 품질은 더 향상되고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시스템이 등장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게 '월드체인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자연은 사람이나 자연 스스로가 일으킨 재난 때문에 끔찍하게 바뀌어버린 토양에서도 다시 솟아난다. 미국 워싱턴 주 세인트헬렌스 산의 국립화산기념지역을 뒤덮은 잿더미 속에서 묘목이 자라고 있다.
 자연은 사람이나 자연 스스로가 일으킨 재난 때문에 끔찍하게 바뀌어버린 토양에서도 다시 솟아난다. 미국 워싱턴 주 세인트헬렌스 산의 국립화산기념지역을 뒤덮은 잿더미 속에서 묘목이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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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기저기에 널려있는 이들의 아이디어를 쫓다 보면 두꺼웠던 오른쪽 페이지들이 금세 왼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이 책에 대한 저명인사들의 추천사가 결코 '말의 성찬'으로 그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앨 고어는 "우리 시대가 겪고 있는 거대한 시련을 이기는 방법에 관한 책"라고, 브루스 스털링은 "월드체인징은 21세기 선각자들의 온라인 모임이며 이 책은 미래에 대한 월드체인징의 비전을 담은 경전과도 같다"고 찬사를 보냈다. <자연의 종말> 저자인 빌 매키밴은 "이들의 메시지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이들의 낙관에 전염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이라고 추천했다.

워낙 두꺼운 책이라서, 들고 다니면서 간독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머리맡에 두고 각박한 세상이 심히 걱정스러울 때 혹은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고 싶어질 때, 그때그때 열어보는 백과사전으로 삼으면 좋을 것이다.

캔자스의 풍력농장. 저자들은 "미래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캔자스의 풍력농장. 저자들은 "미래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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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체인징 - 세상을 바꾸는 월드체인저들의 미래 코드

알렉스 스테픈 지음, 김명남 외 옮김, 바다출판사(2009)


태그:#월드체인징, #바다출판사, #지속가능한 미래, #알렉스 스테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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