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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국회의장
 김형오 국회의장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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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국회의장이 이른바 'MB악법' 저지를 내걸고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는 민주당에 대해 경호권 발동을 시사하면서 국회 안에 긴장감이 급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김 의장은 29일 오전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에게 "오늘(29일) 밤12시까지 본회의장을 비롯한 의사당 내 모든 점거 농성을 조건 없이 풀고, 모든 시설물을 원상 복구시키지 않으면, 국회의장으로서 취할 수 있는 모든 질서회복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질서유지를 위해 경위들을 동원해 경호권을 행사할 수 있게 돼 있다.  일부에서 말하는 '질서유지권'은 경호권과 달리 물리력을 쓰는 것은 아니고, 의사 진행에 방해가 될 경우 의장 또는 상임위원장이 경고, 제지, 발언금지, 퇴장, 산회선포 등을 할 수 있는 권한이다.

의장은 국회질서를 위해 물리력인 경호권을 행사할 수 있다. 통상 국회 의사국 경위과 소속 경위들이 경호직무를 수행하며, 의장은 필요한 경우 국회 운영위의 동의를 얻어 경찰관을 파견받을 수도 있다. 다만 경찰관은 회의장 건물 밖에서만 경호 업무를 수행해야 하고 안에서는 경위들이 경호를 맡는다.

YS 제명, 탄핵 등 헌정사상 경호권 발동 6회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 동의안이 통과되는 순간.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 동의안이 통과되는 순간.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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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국회 이래 지금까지 6회의 경호권 발동이 있었다. ▲ 1958년 12월 한희석 의장이 국가보안법 개정 과정에서 무술경관 300명을 동원해 자유당 단독으로 법안처리 ▲ 1979년 백두진 국회의장이 김영삼 신민당 총재의 제명건과 관련해 경호원을 발동한 뒤 회의장을 옮겨 제명안 처리 ▲ 1986년 최영철 부의장이 경호권을 발동해 '통일국시' 발언을 한 유성환 의원 체포동의안을 가결하는 등 헌정사를 뒤흔든 사건이었다.

최근에 경호권이 발동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2004년 3월 12일이었다. 박관용 당시 국회의장이 경호권을 발동함에 따라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한나라당 의원들과 국회 경위들에게 끌려나오는 장면이 생중계됐었다. 

모두 보수세력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호권이 발동됐고, 우리 민주주의를 크게 후퇴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모두 상당한 후폭풍에 시달렸고, 특히 '김영삼 총재 제명'은 유신정권의 붕괴로 연결됐고, '노무현 탄핵'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보수세력이 국회1당을 내놓는 계기가 됐다.

김 의장이 실제로 경호권을 발동할 수 있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한나라당이 몸싸움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국회 경위들로는 민주당 의원들을 제압하기에 역부족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은 탄핵 때처럼 처절하게 끌려나오는 장면을 연출하고 싶어하지만 그렇게 만들어 주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29일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원끼리 멱살잡이하고 욕설하고 끌어내서는 안 되고, (민주당 의원들을) 끌어내도 경위가 해야한다"면서 "불법상태가 해소된 뒤에 당당하게 들어가서 투표하자"고 말했다.

홍준표 "끌어내도 경위가 해야"... 민주당, 등산용 밧줄 '인간사슬' 전술도

김형오 국회의장이 29일 자정까지 본회의장을 비롯한 의사당내 점거 농성을 조건 없이 풀고 모든 시설물에 대해 원상 복구를 요구한 가운데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담에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서로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29일 자정까지 본회의장을 비롯한 의사당내 점거 농성을 조건 없이 풀고 모든 시설물에 대해 원상 복구를 요구한 가운데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담에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서로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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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경위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나서지 않고는 민주당 의원들을 끌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국회 경위는 65명인데 비해, 82명의 민주당 의원 중 본회의장 농성에 참가하고 있는 의원이 70명이 넘는다.

국회 경위과의 복수의 관계자는 "한 사람을 끌어내려면 보통 3, 4명이 달라붙어야 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2004년 탄핵 때는 열린우리당 숫자가 적었고 그나마 본회의장석을 지키고 있던 의원이 얼마 안되는 상황에서도 그 정도였다"면서 "한나라당 의원들과 보좌진들이 나서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회 사무처에서는 김 의장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의장께서 직권상정 않겠다, 합의처리해야 한다고 하면 영웅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경호권 발동에 대비해 구체적인 도상 연습까지 끝내고 일전을 기다리고 있다. 의원별 지정석이 그려진 배치도와 작전표를 담은 도면이 배치됐고, 국회법상 유일한 표결 공표장소인 의장석을 사수하기 위해 정예의원 30명을 배치하기로 했다. 이들은 등산용 밧줄로 서로의 몸을 묶어 인간사슬로 대응한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왜 부산에서 성명 냈나

김 의장이 이번 파동에서 보인 이례적인 행보에 대해서도 이런 저런 말이 나온다. 그는 국회가 난장판이 돼 있는 상황에서, 지역구가 있는 부산에서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서는 선영을 찾아서 고민하는 모습을 언론에 내보내기도 했다.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은 "아마 모르는 외국인이 보면 대선 출마 선언으로 오해할 정도"라며 "실수가 아니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민주당에서는 그가 차기 한나라당 당대표는 물론 더 큰 꿈을 꾸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청와대와 한나라당에서는 왜 확실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본인 이미지만 찾느냐는 불만이다. 청와대로서는 내년 1월 2일 이명박 대통령 신년 연설 전에 문제될 만한 사안을 정리해 놓겠다는 계획이 어그러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의 '언론 플레이'에 대해서는 직권상정을 위한 명분쌓기라는 해석도 있고, 반대로 청와대와 한나라당을 향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런 내용의 회견을 부산까지 와서 할 필요가 있느냐, 무책임하다는 얘기도 있다"는 질문에 "고언은 달게 받겠다"고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오죽했으면 부산에 왔겠느냐"고 답했다.

비교적 순탄한 정치인생을 밟아온 김 의장이 '헌정사상 7번째 경호권 발동자'로 기록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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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형오, #경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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