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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시대의 희망 미래 설계도>
<글로벌 시대의 희망 미래 설계도> ⓒ 아카넷

지구촌화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환율과 유가와 원자재의 삼중고가 극심하다. 대기업은 구조조정을, 중소기업은 줄도산을 잇고 있다. 해외투자에 나선 벤처기업들도 역풍을 맞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어떤 이는 우리나라가 이미 IMF체제로 들어간 지역 포커스에 끼어 있다고 진단한다.

 

이러한 때에 이 땅의 젊은이들은 어디에서 희망을 찾아야 할까? 철통같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자니 영혼 없는 허수아비로 변질될까봐 걱정이 앞선다. 벤처에 뛰어들자니 정부가 토목공사에 돈을 쏟아 붓고 있어서 하찮은 것은 지원받을 꿈도 못 꾼다. 가히 나라의 힘을 통해 뭔가를 시도해보려고 해도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 현실이다.

 

이어령·김훈 외 8인이 쓴 〈글로벌 시대의 희망 미래 설계도〉에서는 요즘과 같은 무한경쟁 시대에 나름대로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그 혜안을 밝혀준다. 이 책은 경원대학교에서 진행한 명사들의 릴레이 강연을 엮은 것으로, 1부에서는 글로벌 시대의 문화와 문화인의 교양과 자세에 대해서, 2부에서는 CEO들의 경제와 경영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어령 교수는 젊은이들이 미래를 준비한다는 것은 곧 지피지기 백전백승의 자세로서, 모든 세계 시장과 조건을 실체론으로만 보지 말고 관계론으로 볼 수 있도록 조명한다. 특별히 이순신 장군을 예로 들어, 이순신 장군이 일본의 전함을 무찌를 수 있었던 근원도 그 전함을 이끈 일본의 장수가 '해적 출신'의 구키 요시다카요였음을 알고 있었던 바라 밝힌다.

 

사실 나 자신도 어릴 적 거북선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눈이 휘둥그레졌다. 철갑을 두른 무시무시한 거북선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어령 교수는 설령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에 철갑을 둘렀다 할지라도 일본의 선장이 해적출신임을 알지 못했던들, 해적이 이끌고 다니는 그 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들 그와 같은 승리는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또 하나 정말 가슴에 와 닿는 시선이 있었다. 그것은 이승현 전 GE 에너지코리아대표이사의 문제해결 방식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불어 닥치는 문제를 삼차방정식의 해법에서 찾는다고 한다. 아무리 수학도사라 할지라도 다섯 개의 변수가 있는 삼차방정식은 풀 수 없지만, 그 변수 두 개를 상수화한다면 풀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변수가 다섯 개입니다. 그런데 본인은 삼차방정식밖에 못 풉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세 개로 줄여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몇 차 방정식을 풀 수 있는 사람인지를, 자신의 역량을 알아야 합니다. 그 다음에 우선순위에 따라서 그 변수들을 조정하고, 그에 따라서 상수화시켜야 합니다."(244쪽)

 

그 이야기를 듣자니, 문득 대학원에 재학 중인 후배 한 명이 생각났다. 그는 어촌 출신에다 장남으로서 집안에 손을 벌리지 않고 스스로 대학원에 다닐 생각을 한다. 그렇다고 시급 4천원에도 못 미치는 알바로는 그 돈을 모을 수가 없다. 그래서 그는 한 달 노동판에 뛰어들어 150만원을 넘게 모으고 있다.

 

또 한 명의 여자 청년이 떠오른다. 그 청년은 해외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온 적이 있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는 또 다시 해외대학원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그렇다고 오빠가 외국 유학에 나가 있는 상황이라 집에서는 한 푼도 마련해 줄 수 없다. 따라서 그 청년은 외국인 회사에 다니면서 자신의 힘으로 그 돈을 꼬박꼬박 모으고 있다. 글로벌 시대를 뚫고 나갈 수 있는 것도 우선 당장의 개인적인 현안들을 풀어나가는데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땅의 젊은이들이 참된 희망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다섯 개나 되는 삼차방정식처럼 꼬여 있는 글로벌 시대의 문제점들을 무능한 정부에 기대어 희망을 풀어나가려고 하기 보다, 자신의 능력 수준에서 자신의 힘으로 그 희망의 돌파구를 찾아야 나서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글로벌 시대의 희망 미래 설계도

이어령 지음, 아카넷(2008)


#미래 희망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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